[Opinion] 여성 아티스트, 그리고 여성 인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1.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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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2018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드,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까지. 작년 한 해는 세계적으로 여성 아티스트의 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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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 소감을 전하는 자넷 잭슨.


작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필자에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넷 잭슨과 테일러 스위프트 등 여성 아티스트들이 더욱 주목받았으며, 이들이 수상 소감을 통해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자넷 잭슨은 ‘여성들과 함께 하겠다’ 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모든 여성 아티스트, 그리고 새롭게 탄생할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하다’ 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자넷 잭슨의 경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이후 지난 12월 14일에 열렸던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인스피레이션 어워드를 수상하고 난 뒤 ‘여성이 더 이상 통제 받거나 조종당하지 않는 세상, 편견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여성 인권에 관한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전 지역으로 송출되는 방송에서 당당히 여성주의를 지지하는 수상 소감을 전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을 지켜보며, 필자는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의 여성 아티스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하자 몇몇 남성들이 그의 사진을 가위로 자르거나 태웠던 일, 배우 정유미는 <82년생 김지영> 영화판에 캐스팅 되었다가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였던 것,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과 AOA의 멤버 설현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였던 일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한국 시상식에서도 여성 아티스트들이 여성 인권을 담은 수상소감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18년은 여성 인권, 페미니즘이 화두로 떠오른 한 해였다.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더 크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러한 여성들을 ‘메**’, ‘*페미’등으로 지칭했다. ‘페미니스트 논란’ 이라는 엉뚱한 말을 만든 것도 이것과 결을 같이한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를 마구 만들어 냄으로써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규칙을 깨뜨리고 사회를 어지럽히려는 사람들’ 으로 정의하면, 이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행동들이다. 물론 이 행동들은 남성 중심의 사회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사진을 자르고, 여성 인권에 대한 문구가 적힌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여성 아티스트에게 항의를 하는 행위는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공유하는 잘못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오만한 행동’ 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서양 사회에서의 여성 인권이 한국보다 월등히 낫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 여성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행동 자체를 감히 저지하고 나서는 남성 중심 한국 사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이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고,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행동이다. 성차별적 발언이나 행위에 저항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되는 것은, 그 사회가 퇴보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여성 인권에 대해 전근대적 가치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성 아티스트를 언급하며 글을 시작했지만, 이 문제는 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인권,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속하게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올바른 인권 감수성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어렵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에 페미니즘이 화두로 떠오르며 주목 받았다면, 2019년에는 이것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여성들이 각종 비하의 표현으로 불리지 않도록, ‘페미니스트 논란’ 이라는 엉뚱한 말이 쓰이지 않도록 말이다. 올해는 여성 아티스트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인권에 대해 소신껏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여성들과 언제나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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