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도서]

초콜릿의 이중성 : 달콤한 첫맛과 쌉싸름한 끝맛에 대해서.
글 입력 2018.12.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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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 달콤한 첫맛과 쌉싸름한 끝맛



초콜릿을 좋아한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진한 풍미도 좋고,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쌉싸름한 끝마무리도 좋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을 잘 번역했다고 생각했다. 멕시코 원제인 'como agua para chocolate'는 초콜릿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의미한다는데, 이 책은 그런 폭발적인 감정보다는 번역된 제목이 가져다주는 이중성이 더 어울렸다.. 주인공의 사랑을 에로틱하게 풀어낸 장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장면과 대조적인 주인공의 다사다난한 인생. 참으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인생이었다.




이 죽을 놈의 집안전통



주인공 티타의 대가족에게는 한 가지 전통이 있었다. ‘막내딸은 죽을 때까지 어머니를 부양해야 한다.’ 때문에 티타의 엄마 마마 엘레나는 ‘하필’ 막내딸로 태어나버린 티타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너는 결혼할 자격이 없어. 너는 평생 날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 마음대로 집 밖 외출도 못 하는 처량한 티타의 인생. 그녀는 자신의 비참한 인생을 요리로 승화시킨다. 매월 하나의 요리 레시피를 공개하며, 요리하는 과정을 따라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머니 옆에서는 가차 없이 미리 정해진 일을 해야만 했다. 질문의 여지도 없었다. 일어나 옷을 입고, 화덕에 불을 지피고, 아침을 준비하고,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고, 설거지하고, 침대  정리하고, 점심준비하고, 설거지하고, 다림질하고, <중략> 그러나 이제 어머니의 명령에서 자유로워진 손을 보며 티타는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

 




감정을 요리하는 요리사



티타에게는 페드로라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페드로 또한 티타를 열렬히 사랑하며 그녀를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둘의 관계를 눈치 챈 마마 엘레나는 페드로에게 자신의 또 다른 딸인 로사우라와 결혼할 것을 요청한다. 참고로 로사우라는 티타의 윗언니. 말도 안 되는 ‘막내결혼금지법’으로 인해 언니에게 자신의 남자를 뺏길 위기에 처한 티타. 그렇다면 페드로의 선택은 어땠을까.


그는 티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그녀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결혼에 응했다. 막내딸의 남자를 큰 딸에게 장가보내는 엄마, 그런 엄마의 결정에 좋다고 응하는 언니, 가까이서 볼 수 있기에 응한다는 페드로까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결혼할 수 없는 티타의 신세를 알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페드로가 잔인하게까지 느껴졌다.

 



가장 좋은 요리 재료는 요리사의 '마음'



티타의 감정은 티타의 요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그 감정은 요리를 먹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티타가 만든 케이크를 먹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알 수 없는 그리움 속에서 우울함을 느낀다. 그 케이크는 티타가 결코 축하하지 못 하는 슬픔 속에서 만든 페드로와 언니의 웨딩케이크였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페드로가 선물했던 장미의 꽃잎을 넣어 만든 요리는 폭발적인 황홀경을 연출했다. 장미 소스를 얹은 메추리구이를 먹은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에로틱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공이 풀리고, 다리가 저리는 생소한 감정을 느껴야했다.

 

티타는 너무 자기 생각에만 몰두한 나머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광경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케이크를 한 입 깨무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였던 것이다. 평소에는 침착했던 페드로도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페드로가 선물한 장미 꽃잎에 티타의 피가 스며들면서 엄청나게 폭발적인 요리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중략> 티타의 몸은 의자에 똑바로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멍하니 넋이 나가 있었다. 연금술 같은 묘한 작용이 일어나 그녀의 존재 자체가 장미 소스, 메추리 고기, 포도주, 음식 냄새 하나하나 속으로 스며들어 녹아 내린 것 같았다.

 




어머니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



마마 엘레나는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수척해지고, 결국 병에 걸려 죽고 만다. 막내딸로서 어머니의 빈소를 지키는 티타의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누군가는 감정 없는 그 표정을 보며 그녀의 상심이 너무 큰 탓이라고 여기겠지만 실상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가 죽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티타는 빈소를 지키는 동안 어머니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티타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티타의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티타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고 오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슬픔도 아무런 슬픔도 느끼지 않았다.



흔히 이 소설을 두고 요리문학에 페미니즘을 버무린 새로운 장르의 소설이라 칭한다. 요리를 통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서 막내딸을 향한 비윤리적인 제도에 대해 함께 분노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때문에 나 또한 어머니의 죽음에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티타가 어머니의 죽음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거나, 그녀를 진심으로 저주했더라면 이렇게 담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끝까지 티타를 미워하고, 그녀의 주체적인 삶을 혐오하던 어머니였기에 이런 감정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성장하는 사람, 티타



어머니를 저주하지도, 그녀의 죽음에 후련함을 느끼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티타. 그녀는 생각보다 강인한 사람이었다. 에로틱한 요소가 요리 레시피와 만나 만들어낸 신선한 이야기. 나는 쉽게 읽히면서도 그 안에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 정말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랬다. 두 번을 읽어도, 좋았던 책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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