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방식 [기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작고 소소한 일들에 대해
글 입력 2018.12.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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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월 넷째 주. 손으로 남은 날짜를 헤아려보며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또 이렇게 한 해가 저무는구나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의 일상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가지만 그렇게 모인 한 해는 작년과는 다른 빛을 띄고 있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다.


이렇게 연말이 다가오면 나는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생각해 본다. 올해는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사람들과 지냈는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에 대해 기록했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는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가올 내년을 맞이하고 싶은지에 대해. 눈부시게 행복했던 순간과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시간을 곱씹어 보면서. 모든 시간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2018년, 올 한 해도 잘 보내줄 때가 왔다. 내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작고 소소한 일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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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어워드 만들기



그래미 어워드, 한국 대중음악상과 같은 음악 시상식과 연기대상, 연예대상 등 연말이면 수많은 시상식이 개최된다. 그럼 내 이름을 붙인 어워드를 만들면 안 되나? 그들처럼 나도 나만의 어워드를 진행해 보는 것이다. 큼지막한 것부터 사소한 것들까지 상관없이 내 맘대로 상을 주는 거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올해 본 영화 중(꼭 올해 개봉작이 아니더라도) 가장 좋았던 영화 하나를 선정해 본다거나, 올해의 공연, 전시, 책, 앨범, 노래, 장소, 카페, 사건, 장소, 웹툰, 드라마 등등 이렇게 각 분야별로 나누어 내 맘대로 상을 줘 본다.


딱 한 개만 꼽기 어려우면 국내/해외로 나누어 선정하기도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년을 돌아보며 적어내려가는 게 의외로 재미있고, 이와 동시에 올 한 해가 어땠는지 쭉 되돌아볼 수 있다. 이렇게 정하다 보면 더 많은 걸 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음과 동시에 내년을 더 풍성하고 재밌게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진다. 나는 작년에 친구와 함께 각자의 어워드를 적어 보았는데, 지금 읽어봐도 작년 한 해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올해 어워드는 아직 적어보지 못했는데, 영화는 2월 무렵 영화관에서 봤던 <셰이프 오브 워터>, 책은 아마도 김애란의 <비행운>이 될 것 같다. 공연은 지난 11월 문래동 공연장에서 보았던 김사월 콘서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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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돌아보기 & 내년 목표 및 버킷리스트 적기



나만의 어워드도 만들어 봤겠다. 그럼 이번엔 좀 더 깊이 들어가 본다. 나는 20살이 된 이후 매년 몰스킨 노트를 일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 다이어리의 좁은 칸이 답답했기에 구매했던 도톰한 두께의 줄 노트인데, 3년째 잘 써오고 있다. 달력도 날짜도 없는 노트이다 보니 맨 첫 장에는 올해의 목표와 버킷리스트를 적어두고, 뒤 페이지에는 올해 봤던 책과 영화를 적어둔다. 페이지 맨 뒷장에 붙어져 있는 작은 종이봉투엔 공연이나 전시, 영화 티켓 등을 보관해둔다. 그리고 한 해가 끝나갈 무렵엔 마저 다 채우지 못한 빈 종이에 올해를 돌아보며 글을 쓴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한 해가 끝나기 전에 일기장을 다 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는데, 웃기게도 페이지가 부족했던 일은 없었다.


나는 평소 생각이 너무 많아 때로는 독이 될 정도다. 그래서 항상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등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 탓에 올해를 돌아볼 때도 할 말이 주저리주저리 많아진다. 빈 일기장 노트에 올 한해 있었던 사건을 써보고, 좋았던 일과 안 좋았던 일 등 다 떠올려 본다.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쭉 써 내려간다. 잘했던 일이 있었다면 그 점에 대해 더 칭찬해주거나 부족한 점이나 못했던 점은 다시 돌이켜 본다. 더 괜찮은 방법을 적어본다. 이렇게 반성 아닌 반성과 회상을 하다 보면 한 해가 싹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러면 이제 새롭게 다가올 내년을 단정한 마음으로 맞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작년에 썼던 내용을 다시 읽어봤다. 신기하게도 그때 했던 고민과 걱정거리는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내가 힘들어하던 부분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편한 일이 되어 있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꽤 이뤄보기도 했다. 전보다 많은 경험을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생각이 달라졌다. 계속 제자리걸음 하는 것만 같았는데, 나는 계속 변화하고 있었다.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몰랐겠지만, 재작년에 썼던 내용을 읽어보면 너무 유치해서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도 많다. 그래도 그 모든 시간들을 지나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까. 기록할 때는 솔직하게 적어두는 게 좋다. 어차피 나만 볼 일기장이고, 나를 직면할수록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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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쩔 수 없는 초록색 덕후 인가보다.
올해는 좋아하는 캐릭터 달력도 함께 구매했다!




일기장 & 스케줄러 구입



한 해가 끝나면 일기장의 페이지도 얼마 남지 않는다. 일정을 기록하던 스케줄러도 끝이 보인다. 이렇게 12월이 저물어 가면 교보문고에 가서 노트 코너를 쓱 돌아본다. 일기장 치고는 비싸지만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어 좋아하는 몰스킨 브랜드의 노트를 사 온다. 올해는 독일 서점에서 몰스킨 비틀즈 에디션을 2개나 구매했다. 매년 쓰는 노트였고, 심지어 한정판에다가 한국보다 저렴했기에 구입해 버렸다. 그래서 일기장은 그중 하나를 사용하기로 했고, 스케줄러는 맘에 쏙 드는 게 없어서 고민하던 참에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에서 취향을 저격한 스케줄러를 만났다. 이렇게 예쁜 초록색의 스케줄러와 함께라면 내년이 행복할 것 만 같았다. 결국 품 속으로 데려왔다. 벌써부터 새 페이지에 글씨를 쓰고 싶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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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연말 공연 보러 가기



원래 연말에는 거의 매번 공연을 보러 갔었다. 연말이면 거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나의 경우 인디밴드 공연 보기를 좋아해서 자주 보러 다녔다. 아마 연말 공연 중 최고의 공연을 꼽으라면 열일곱 겨울, 크리스마스이브 날 홍대에서 보았던 쏜애플의 콘서트일 것 같다. 좋아하던 밴드의 노래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그 황홀함.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에서 친구와 나는 공연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얘기했더랬다. 이번에는 혁오 콘서트를 가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못 가게 되었다. 대신 크리스마스 이후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수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12월의 끝자락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면 올해가 저물어 감을 더욱 실감하겠지.


이 주일도 채 남지 않은 올 한 해이지만 지나갈 2018년이 서운하지 않도록 남은 날들을 행복하고 알차게 보내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면서, 한적한 카페에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온기 어린 대화를 나누면서. 올 한 해도 정말 수고했다고,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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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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