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재중 3건, 사라진 딸을 SNS로 찾다 [영화]

아니쉬 차간티감독 [서치]
글 입력 2018.12.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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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예고편 본 적 있다. 실종된 딸을 검색으로 찾는 이야기. 발로 뛰는 추격전이 익숙한 우리에게 [서치]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다. 바로 컴퓨터 화면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 자칫 잘못했다간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디테일한 설정 때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반전도 있어서 리뷰 쓰기 너무 어렵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말하고 싶은데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우린 컴퓨터, 핸드폰에 일상을 저장한다. 영화보기 전 티켓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것처럼. 여러 SNS, 포털사이트가 나오면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이 생겼다. 우려되는 건 '진짜 얼굴'을 볼 수 없음에 있다. 인스타그램에 여행사진을 올렸다. 친구는 "넌 맨날 여행만 다니냐"라고 댓글을 남겼다. 여행 가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 속에서 느낀 나의 감정을 올리지 않으니 그 친구는 모를 거다. 여행은 다니지만 늘 불안했던 나를. 우린 즐거운 모습을 주로 공유한다. 그렇다고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닌데.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많지만 진짜 소통은 어렵다. 이런 점을 영화 서치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친구가 아닌 부모님과의 소통 부족이라 더더욱)

부모님과 자식의 소통, 온라인과 오프라인 속 얼굴.

컴퓨터 화면을 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데이빗(마고 아빠, 존 조) 입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함께 마고를 찾아가는 기분이랄까.


#스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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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 하고 있는

컴퓨터 화면에 사진 찍는 마고 가족이 나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처음 컴퓨터 켤 때 느렸는데 점 점 빨라지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보인다.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컴퓨터. 컴퓨터가 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일상이 컴퓨터에 저장되어있다. 마고가 입학하고 졸업하고 피아노 연습하는 등. 여러 사진과 영상을 저장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엄마가 암에 걸렸다. 입원한 엄마가 집에 돌아오는 날을 컴퓨터 달력에 등록했는데 집으로 오는 날을 이동하다가 삭제한다. 가족의 표정보다 컴퓨터에 저장된 날을 삭제할 때 머뭇거리는 마우스 손가락으로 슬픈 감정을 전한다.



부모와 자식,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통

시간이 지나 데이빗과 마고가 페이스타임으로 얘기한다. 팀 모임에서 밤샐 거라는 마고에게 쓰레기 버리는 걸 잊지 말라는 말과 기말고사는 잘 봤는지 묻는 데이빗. 데이빗은 "네가 자랑스러워"라고 답하고 "엄마도 그럴 거야"라는 말은 썼다 지운다. 그 날 새벽, 마고는 데이빗에게 전화하지만 잠들어 있는 데이빗은 받지 못한다. 부재중을 보고 마고에게 전화와 문자를 남기지만 오후가 될 때까지 답변이 없다. 동생은 딸 친구에게 연락해보라고 하지만 아는 친구가 없다. 불안한 마음에 마고 노트북을 통해 마고를 찾기 시작한다.

영화는 오로지 SNS, 유캐스트, 검색, CCTV, 유튜브 등으로만 이루어진다. 어지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지럽기보다 검색의 흐름과 편집에 감탄했다. 데이빗은 생각보다 자신이 딸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놀란다. 가까이에서 지내지만 가장 모르는 건 가족 일지 모른다. 마고가 피아노를 오래전에 그만뒀다는 걸 안 뒤 데이빗은 결국 실종신고를 한다. "자식이지만 다 알 순 없어요" 담당 형사, 로즈메리 빅이 데이빗을 위로하며 자기 아들 이야기를 한다. 데이빗처럼 빅 형사도 바쁜 일상으로 아들과 소통하지 못했고. 여러 문제를 겪은 듯 보인다.

데이빗은 딸의 텀블러와 동생의 말을 통해 마고가 엄마를 늘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처음엔 나도 데이빗과 딸을 찾아가면서 피터를 의심했다. 이 역시 소통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 마고가 데이빗이 아닌 피터한테 속마음을 말했다는 것에 안타깝기도 했다. 서로의 조심스러움이 소통의 어려움까지 만든 것 같다. 마고는 유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속마음)를 말했다. 아마 진심으로 들어줄 친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비록 화면 속이지만. 생각해보면 화면이 아닌 얼굴을 맞대고 얘기한 대상은 피터뿐이었다.

데이빗 역시 아내를 잊지 않았다. 다만 말하면 서로가 힘들거라 생각하여 말하지 않았다. 서로의 배려가 서로에게 상처 주고 있었다.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하는 데이빗과 실망하는 마고의 표정이 계속 생각난다.

우리가 늘 보는 화면 속에서 이루어진 추격이라 거리감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알아가고, 과거에 나눴던 대화 속에서 단서를 찾아간다. 단서를 발견할 때마다 영화 앞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아, 그때 그..."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범인을 알기도 하고. 신선한 연출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건 스치듯 보였는 화면에서 여러 감정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마고 컴퓨터 배경화면에서 데이빗 없는 엄마와 찍은 사진이라던가. 엄마 얘기를 머뭇거리는 데이빗 메시지 화면이라던가. 이젠 데이빗과 마고가 SNS가 아닌 대화로 더 가까워졌겠지. 그 답은 마고의 바뀐 배경화면을 통해 알 수 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봐서 기분 좋다. 몇 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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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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