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 한 햄스터의 죽음 [문화 전반]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에 대하여
글 입력 2018.12.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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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햄스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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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대형마트 내에 있는 반려동물 코너에 들리게 되었다. 그곳에는 물고기를 시작으로 앵무새, 토끼, 고슴도치,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동물들은 모두 폭이 50cm가 채 되지 않거나, 겨우 넘는 유리 상자에 갇혀 있었다. 강한 불빛과 은신처 하나 없이 사방이 다 보이는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동물 대부분이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동물이 잠을 자고 있는 중에 유난스러운 햄스터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톱밥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장난을 치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지만 톱밥에 온몸을 비벼대며 귀여운 짓을 하는 햄스터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그 햄스터가 있는 유리 상자 앞으로 갔을 때였다. 톱밥에서 온몸을 비비며 놀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햄스터는 놀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척이나 괴로워 보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햄스터를 단 한 번도 키워 본적도, 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 지식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 햄스터가 생사를 오가고 있는 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놀란 마음에 마트에 있는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담당자를 불렀고, 담당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톱밥에 온 몸을 비비며 괴로워 하던 햄스터의 동작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어떤 괴로움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렸다. 불과 5분도 채 안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우연히 구경했던 반려동물분양 코너에서 한 생명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형마트에서 동물을 판매하는 것은 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갔던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형마트에는 반려동물 분양 코너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작은 동물들은 하루 종일 강한 조명 아래에서 편히 쉴만한 은신처 하나 없이 사방이 다 보여지는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갇혀 지낸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어떠한 치료나 관리도 받지도 못한 채 싸늘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반려 문화가 선진화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대형마트에서 햄스터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가 그 작은 생명체를 죽인 것일까?
열악했던 환경이었을까? 아니면 대형마트 판매원의 케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형마트에서 반려동물을 구매하는 사람들 때문이었을까. 콕 집어 누구 때문에 죽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얽히고 얽혀 그 작은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대형마트에 있는 반려동물 코너를 지나칠때마다, 햄스터를 볼 때마다 환한 조명 아래 작은 유리 상자에서 죽어가던 햄스터가 떠오를 것 같다. 너무나도 끔찍한 기억이지만 그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또 다른 작은 생명체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현실이다.


[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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