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패션 포토그래퍼 노만 파킨슨을 만나다

글 입력 2018.12.0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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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사진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이나 즐거운 순간, 좋아하는 사람, 예쁜 풍경을 담으려는 지극히 일상적인 욕심에 나는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종종 누른다. 언젠가부터 사진을 잘 찍는 이들을 부러워하게 되었고 얼핏 비슷한 흉내를 내며 지금도 사진을 곧잘 즐겨 찍는다. 그래서 사진전에 다녀오거나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면 구도나 미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요즘 들어 생겼다.


전에 몰랐던 사진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노만 파킨슨에 대한 소개와 전시 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한 상태에서 홍대에 마련된 그의 임시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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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매거진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의 사진가로 잘 알려진 노만 파킨슨은 활동 당시의 전형적인 실내 스튜디오 촬영 형식을 벗어나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야외 배경에서의 패션 사진을 만들어 낸 선구자다. 패션 매거진 트렌드를 미국이 주도하던 1960년대에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로 영국 패션 매거진이 부상하는 데 일조한 사진가로 평가 받는다.

 

노만 파킨슨의 국내 최초 회고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영국의 낭만적인 전원 풍경과 활기찬 도시, 음산한 런던의 뒷골목부터 왕실 가족이 머무는 화려한 궁전에 이르기까지 5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총망라하여 150여 점의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명 <스타일은 영원하다>는 그의 작품이 50여 년 전 당시의 패션 양식이나 인기 모델, 연예인, 왕실의 주요 행사를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패션 사진



작품 감상에 대해 논하기 전, 패션사진에 대해 알아두는 편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몇몇 기사와 사전 정의들을 찾아보았다. 



패션 사진


패션디자인은 언제나 시대의 생활감각이나 미의식을 앞질러가는 문명비평적인 풍속기호이지만, 패션사진은 이것을 인쇄매체를 통해서 독자적인 패션미로 만들어 대중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역사적으로는 명함판 사진이 유행한 1860년대에 상류층 여인의 초상과 의상이 이 형식으로 소개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사진 [fashion photography] (두산백과)

 


패션사진이 처음으로 인쇄된 1880년 프랑스의 <알 에 모드> 이후, 이는 20세기에 들어와 본격화되며 당시 유명 패션 잡지인 <하퍼스 바자>와 <보그>를 중심으로 점차 독자적인 분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유명 사진 작가와 배우들이 활약하고 이름을 알리며, 상업 사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넘어서 패션사진에는 예술적 표현들이 가미되기 시작하였다.


1920∼1930년대에는 S.비튼, H.퓨네, M.문카치 등이 활약하였고, 스냅 수법도 도입되어 정지적인 포즈에 동적인 표현이 가미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50∼1960년대에는 I.펜이, 1960∼1970년대에는 R.아베든이 활약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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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파킨슨이 활동을 시작한 때도 60년대 즈음이니 영국에서 패션사진이 예술보다는 정보 전달과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매체 정도로 기능하던 때였을 것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그의 생전 인터뷰 영상에서와 같이 그는 창문 밖 거리의 일들을 어려서부터 무척 궁금해했었다. 다른 학업이나 취업에 뛰어들기보다 거리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했던 그에게 카메라는 순간을 기록하기에 아주 좋은 도구였다.


이런 자유분방한 성격과 사진에 대한 열정은 초기 작품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다르지만 프레임 밖 노만 포스터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어 웃음이 나기도 했다.

 





누구를 찍든, 무엇을 찍든 그의 주문은 한결같았다. 있는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을 자연스럽게 담는 것이 노만 파킨슨의 작업이었다. 패션 사진은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소비를 이끌어내는 아이콘과 같은 존재였으나 이에 자연스러움과 역동적인 포즈가 더해지며 영국의 패션 잡지는 이전과 달라졌다. 2차 대전 이후 웬만한 분야에서는 모든 것을 선도하던 미국이었기에 그에 대적할 만한 실력과 영감을 가진 노만 포스터의 등장은 영국으로서는 고마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과감한 소품과 장소선택, 일상적인 포즈는 모델과 패션 모두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작가의 역량만으로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질이 있는 모델들을 알아보고 미션을 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안목도 대단한 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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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도 각자의 매력과 미감이 있어 다채롭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사진 작가의 의사결정과 작업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컬러 사진에서는 모드에 맞는 소품과 배경으로 다채로운 컬러 연출을, 흑백사진에서는 명암을 활용한 분위기 연출을 그만의 스타일로 해내었다. 요즈음 패션 사진 작가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그들이 작품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스토리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컨셉과 조명, 모델과 표현 방식도 중요하지만 그 사진에 담긴 스토리가 보는 사람에게 잘 전달되어 살아있는 모습으로 느끼게 하는 것. 지극히 일상적인 컨셉이라면 소비자의 친밀도를 높여 소유욕을 자극할 수 있고 추상적인 컨셉이라면 예술성을 높여 패션이든 사진이든 충분한 소장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이나 대략적인 틀을 다지게 된 것이 60년대 즈음부터니, 노만 파킨슨은 정말 패션 사진계의 대부로서 큰 역할을 한 사람인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패션 포토그래퍼 RAY KAY, Tammy Volpe의 작품과 작가 인터뷰에서도 이런 맥락이 조금씩 나타난다.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전시의 부제가 이렇게 연결되는 것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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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던 것은 전시 공간 연출이었다. 1940년대 영국 패션무대의 백스테이지나, 노만 포스터의 시그니쳐 컬러로 red를 선택한 것 자체는 좋았으나 조금의 변화가 가미되었다면 더 미감이 풍부한 공간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스튜디오를 컨셉에 녹여낸 것이었다면, 조명의 명도나 조도를 섹션마다 다르게 하여 관람객들의 피로도를 덜고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컨셉을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전시장에서는 이런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의 사진전을 통해 패션사진이라는 또 하나의 분야를 접하고 새로운 눈을 키울 수 있어 기억에 남는 전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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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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