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 퀸 [영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글 입력 2018.11.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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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흰 러닝을 입고 긴장한 듯 혹은 즐길 준비가 된 듯 걸으며 뛰는 한 남자의 뒷모습. 그 뒷모습을 보고 같이 긴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레디의 일상. 그는 공항에서 수하물을 옮기는 노동자다. 직장에서 파키스탄이라 외모의 놀림을 받지만 대응하지 않는다. 일이 끝나면 좋아하는 클럽에 가서 음악을 듣는다. 클럽에 가기 전, 아버지와 마주친다.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 프레디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버지. 프레디는 기죽지 않는다.

공연이 끝나고 밴드 만나러 가다 메리를 만난다. 자꾸만 눈이 가는 메리. 코드가 예쁘다 하자 메리의 친구가 메리가 일하는 곳을 알려준다. 그리고 밴드를 만나러 가는 프레디. 가사도 가끔 쓴다는 프레디 말에 코웃음 치는 로저 테일러, 브라이언 메이. 그 외모론 가수 할 수 없다고 하지만 프레디의 목소리를 들자마자 멈칫한다. "당신들에게 기회를 줄게요" 프레디의 당당함이 좋다. 이렇게 프레디에게 기회가 생겼다.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으니 이런 기회가 생기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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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



다들 프레디의 외모에 야유를 보내지만 그의 목소리와 밴드의 공연을 보자마자 환호한다. 공연을 통해 그들에게 점 점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 소속사에게 자신들이 어떤 밴드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답한다. 보이는 모습이 아닌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밴드. 사실 퀸 음악은 많이 들어봤지만 가사는 몰랐다. 퀸 스토리를 보면서 가사에 집중하니 마음에 와 닿았다. 그들이 노래할 때마다 자막으로 나온 가사를 보면서 울컥했고.


"나에게 관심이 집중되면 
틀리고 싶어도 틀릴 수가 없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한다. 자기가 늘 꿈꾸던 모습이기 때문에 틀리고 싶어도 틀릴 수 없다는 프레디. 사람들의 사랑이 영감이 되어 좋은 음악을 만든다. 하지만 인기가 많을수록 찾아오는 공허함.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다 집으로 들어오면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낀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혼자 있기 싫을 때도. 자취를 할 때 불 꺼진 집에 들어가기 싫었고, 생기 없는 공간이라 더 답답하고 쓸쓸했다. 그래서 일부러 밖에 오래 머물기도 하고, 피곤한 상태로 집에 오곤 했다. 공허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프레디는 메리에게 청혼하지만 게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 성 정체성에 방황한다. 진짜 가족을 잃을까 가짜 친구를 만든다. 그의 성 정체성을 이용해 마약, 타락의 길로 인도한 매니저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 메리 덕분에 프레디는 다시 정신 차린다. 멤버와 메리에게 돌아간다. "가족들도 싸우잖아요"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세상이 결정해준 그대로 살 거야. 뮤지션"



가장 좋았던 장면이다. 늘 멤버들에게 상의하지 않았던 프레디. 그는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멤버들에게 털어놓고, 세상이 결정해준 그대로, 뮤지션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전히 당당하고 멋있는 프레디. 잠깐 방황의 시기가 있었지만, 멤버와 메리를 통해 본래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며 성장된 모습으로 공연을 한다.

인트로에 나왔던 장면이 다시 나온다. 흰 러닝 입고 뛰어가는 프레디. 커튼이 열리자마자 엄청한 환호성이 들린다. 첫 시작은 보헤미안 랩소디. 6분짜리 음악이라 사람들에게 혹평받았지만 여기서만큼은 아니다. 정말 소름 돋았다. 가사와 그의 진심을 담은 목소리가.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위기를 겪었는지 알고 공연을 보니 더 감동스러웠다. "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하는데 온몸에 소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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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도 너무너무 좋고, 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프레디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음악을 들으면서 너무 황홀했다. 왜 사람들이 여러 번 보게 되는 영화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한동안 퀸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찾아봤다.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 이들의 음악을 통해 위로받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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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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