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살인자라서 죽이고 싶었던, 살인마라도 살리고 싶었던, 기묘여행

글 입력 2018.11.29 12: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기묘여행_컨셉사진 (1).jpg
 

[Preview]
살인자라서 죽이고 싶었던
살인마라도 살리고 싶었던

기묘여행



사람을 잃은 사람이 삶을 잘 영위할 수는 있을까. 살인사건을 전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한 삶의 소멸을 생각한다. 뉴스로 전해진 피해자들은 내가 익숙한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용돈벌이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남자친구와 저녁 데이트를 즐기거나, 그들은 어쨌든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내가 미약한 자아의 팔을 흔들어 삶의 의미를 끌어모았던 것처럼 그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파괴된 것들을 이해할 때는 슬픔과 분노가 밀려들어온다.


그들이 마주할 수 있었던 삶의 가능성이 한 사건으로 부서져버렸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삶의 무게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 없을 정도로 하찮았다. 제 3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은 감정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얼마 전 연쇄 살인마에게 첫째 형을 잃은 형제들이 자살을 하거나 자살시도를 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그 뉴스에 이런 덧글이 있었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최소한 나라면, 스스로 죽을 바에는 살인마 놈을 죽일것 이다." 다소 무례해보이고 부적절한 덧글이었지만, 분명 분노에 치를 떨던 사람의 덧글이었다.


연극 <기묘여행>에는 그 덧글과 같은 생각을 품은 유족이 등장한다. 3년 전, 열 다섯 살이었던 딸을 잃은 아버지는 딸을 죽인 살해범을 직접 죽이기 위해 살인도구를 가득 담은 가방을 준비했다. 하지만 살인자의 부모는 아들이 항소를 해서 사형만은 면하기를 바랬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들은 살인마를 면회하기 위해 1박 2일간의 기묘한 여정을 함께 한다.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 사건은 일어났지만, 동기나 의도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살인이라는 1차 재해에 가려져 있던, 2차 재해를 겪고 있는 남겨진 이들에 집중한다.


연극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들의 가족이다. 죽은 딸의 복수만을 기다리며 버텨 온 피해자의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겨우 일상을 이어가는 어머니, 살인을 저지른 아들이지만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부모.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고통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묘여행>은 1차 재해로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당사자와는 달리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삶들에 대한 이야기다.


연극에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이 기묘한 여행을 알선하고, 사형을 집행한 적 있는 교도관과 역시 아버지를 잃은 자원봉사자가 동행한다. 이들은 삶을 견뎌내지 않고 살아간다. <기묘여행>이 단순한 광기와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 까닭이다.



기묘여행_연습사진 (14).jpg
 


단순히 당사자의 죄 뿐만 아니라, 남은 유족의 상처도 생각한다는 점에서 <기묘여행>은 사형제도에 대한 논의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사형제도에 대해 꽤 많은 토론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죄의 단죄와 공익 면에서만 이야기가 중심 화재가 되었을 뿐, 남은 삶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못했다. 이번 연극은 그런 우리들에게 새로 제시된 새로운 공간이다. 우리는 이 안전한 공간에서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초조함과 분노를 내려놓고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극단 산수유는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이해,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묘여행>, <동물 없는 연극>, <주머니 속 선인장>, <허물> 등 우리 사회와 맞아떨어지는 우수한 번역극을 소개해왔고, 2016년 공연된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전석 매진과 더불어 각종 상을 휩쓸며 다시 한번 연극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번역극뿐만 아니라 <냉동인간>, <괴물>, <고비>등 국내 창작극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매 해 신작을 발표해왔던 극단 산수유는 창단 10주년을 맞아, 창단 초기에 발표된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공연함으로써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설계하고자 한다.


나는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사회의 부조리와, 부조리 속에 더 깊게 꽃필 수 있었던 휴머니즘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들고온 만큼, 큰 기대를 가지고 극장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묘여행
- 극단 산수유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


일자 : 2018.12.06(목) ~ 12.30(일)

시간
화-금 오후 8시
주말, 공휴일 오후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동양예술극장 3관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산수유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문의
극단 산수유
010-3309-3818





웹전단.jpg
 

KakaoTalk_20180723_235535454.jpg
 


[손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