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명의 예술가가 다수의 관객에게 선사하는 황홀한 순간 [공연]

샤를 리샤르-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글 입력 2018.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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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혼자 돌아다니며 문화생활을 즐기지만, 그만큼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도 잘 알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동행을 권유하는 편이다.


마침 샤를 리샤르-아믈랭의 공연이 어머니의 휴무일이여서 간만에 모녀가 오붓하게 데이트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나를 직접 박물관, 미술관 등에 데리고 다니시며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도와주신 장본인이시다. 그런 어머니를 이번에는 내가 모시고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한층 이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우리 모녀의 특별한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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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솔로 연주는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한 공기 속에서 그의 등장을 기다렸다.


평소에 클래식을 즐겨 듣지만 깊이 있게 알지 못하기에 주어진 시간 동안 충만하게 연주를 즐길 수 있을지 살짝 염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샤를 리샤르 아믈랭의 손가락이 건반에 닿는 순간, 지나친 걱정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피아노는 쇼팽만을 위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흔히 쇼팽은 부드러우면서도 대담하고, 독창적이면서도 정교한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쇼팽만의 강점, 낭만과 기백이 동시에 나타나는 그 매력을 그의 섬세한 손가락으로 풀어놓았다. 나 한사람만이 아닌, 같은 공간에 있는 모두가 하나에 집중하는 그 느낌을 아는가?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연주가 끝나고 땀을 닦기 전까지 전 관객의 이목을 그에게 고정시켰다. 그저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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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제 20번은 첫 곡이라 더욱 짧게 느껴졌고, 즉흥곡 G 장조에서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선율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멜로디가 익숙한 환상즉흥곡은 그의 연주에 맞춰 따라가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부가 끝나있었다.


그가 인사를 하고 잠시 퇴장하는 걸 지켜본 후, 옆에 앉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 둘 다 그의 연주에 푹 빠져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곡 제4번 f단조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러퍼졌다. 시간이 짧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아쉬운 마음을 담아 열심히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뜨거운 환호에 보답하겠다는 듯이, 몇 번이나 다시 홀로 나와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그 순간 샤를과 관객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은 모두 그가 선사하는 선물을 즐겁게 감상했다. 몇 번이나 앵콜이 이어지고 정말 마지막으로 그가 퇴장하자, 여기저기서 흥분된 어조로 그의 연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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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와 그를 만나기 위해 서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며 나는 어머니께 오늘 공연이 어땠는지 여쭈었다. 어머니 역시 앵콜 때 진정으로 음악을 통해 교류함을 느껴서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문화예술이 선사하는 즐거움중 하나다. 불특정다수와 같은 것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이런 황홀한 경험을 제공하는 예술가의 위대함이란.


땀을 뻘뻘 흘려가며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멋진 연주를 선사한 샤를 리샤르 아믈랭에게 다시 한 번 글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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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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