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국가에 대한 맹세를 나라 두개에다 _ 연극 <혼마라비해?>

고민해본 적 없는 권리를 고민하는 일
글 입력 2018.11.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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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맹세를

애가 나라 두 개에다. 난 누구편?


- 스윙스 내인생의 첫 리뷰 중 -



스윙스의 노래 중엔 이런 가사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스윙스라는 사람에 빠져들어 노래를 처음부터 몰아 듣던 중, -왜 인지, 도중 그만 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의 기억과 마음을 때리던 가사는 바로 이것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혼돈과 고민을 이토록 잘 담아냈을 가사가 있을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가사는 본인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너무나도 쉽게 태극기를 향해오던 한국의 한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었을지 모르겠다. 자신이 의심해본 적 없고 고민해 본 적 없는 데에 고민을 해본 사람을 만나면 멈칫하게 된다.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내가 누려오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연극 <혼마라비해?>도 이에 관련되었다. 자이니치는 재일 한국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연극은 이 ‘자이니치’에 관련된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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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의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무언가의 고민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설까. 그건 아마 필자가 한국역사를 듣고 배워온 의무교육을 겪은 한 사람이었어서가 아닐까. 혹은 일상 속에서 한일전을 보고 들었던 사람이었다면 모두 그 감정을 알 것이다. 자이니치가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의 나라들 사이에는 엄청나게 곪은 감정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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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지나간 시간으로 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채 배후에 두긴 쉽지않은 일이다. 그에 합당할 사과를 받지 않고는 더 힘들 일이다. 또한 역사는 사람들의 일이며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속엔 지속적으로 감정이 개입된다. 그래서 넷플릭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의 김씨는 불법주차한 일본차만 보면 신고를 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일전이 하는 날엔 눈에 불을 켜고 조금 더 열정적으로 응원을 한다. 일본도 많이 달라보이지 않는다. 일본 내 혐한 감정을 가진 연예인이나, 혹은 그런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눈에 띈다.


자이니치는 이런 감정들 그 사이에 끼어 어디에 소속되지도, 누군가에 감정을 가지지도 못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혼마라비해?>는 이 사람들의 입장을  "한국, 북한, 일본.... 태어날 때부터 어느 한 나라의 소속이 되는 자격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해왔던 재일동포들”이라고 표현한다. 어느 나라에 소속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커녕, 소속된 곳에서 탈출을 꿈꾸고 있었던 필자 외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사거리가 될 것이다. 내가 누려오고 가진지도 모른채 가져온 것들에 관해 고민하게 될 기회다.



<연출자의 말>


자이니치의 국적은 일본인 외국인 등록 법에 따라

‘한국’ ‘조선’으로 표기 됩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직후

 일본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조선적’을 주어줬습니다.


해방 직전의 우리나라의 국호는 ‘조선’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 내 자이니치들은 한국국적을 선택 하는 게 가능해 지게 된 것입니다.


일본에서 그들은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으로 분류됩니다.


선거권도 없고 시민권의 일부인 참정권을 갖지도 못합니다.


권리가 필요하면 일본인으로 귀화하거나,

 일본인이 되기 싫으면 외국인 거주자로 살아가거나

 본인의 나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는 거죠.



고민해본적도 없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들은 모두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나라들에서, 어딘가에 속할지도 속해질지도 모른채 전전긍긍한다. 또 그 혼돈되는 정체성 사이에서, 두가지 정체성 사이의 곪은 감정들도 고민의 대상이다. 그들은 필자는, 혹은 하나의 정체성에 소속되어 고민해본 적도 없을 사람들은 경험도, 생각도 해보지 못한 무게의 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스윙스의 말을 빌리면, 어린아이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원수지간의 나라 두 개에 다하는 것 만큼의 무게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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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라비해?>


제목 <혼마라비해?>의 의미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필자가 열심히 손가락을 놀려 검색을 해본 바로도 그렇다. 대체 무슨 말일까. 아마 조금 후 연극이 시작되고, 주인공 ‘신영주’가 오사카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가정의 집에서 김정일, 김일성 부자의 사진을 발견한 이후 밝혀질테다. 그때까지는 궁금증을 품은채 재일동포들의 마음을 짐작해보는 수 밖에 없을 것같다. 본인들의 작업이 관객들의 가습에 ‘실한 연극’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극단 실한’의 작품이니 더 기대가 된다.

 


혼마라비해의 내용


대학로에서 연극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영주’. 2009년 여름, 영주는 일본 극단 '마사루'의 작업을 돕기 위해, 일본 오사카를 방문하게 된다. 외로운 타지 생활이 될 뻔 했으나, 거기서 알게 된 재일동포 '지숙'의 도움을 받아 순탄하게 적응해 간다.


작품 번역 일을 위해 지숙의 도움을 받기로 한 영주는, 하루 날을 잡고 연극연습이 끝난 후, 지숙이 하숙하고 있는 츠루하시 시장골목 잡화점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김일성, 김정일 사진. 영주는 곧바로 얼어붙고 만다.


'혹시 이들은 간첩..?'






작가 김연미
연출 신영민
출연진 이성현 이준희 서미정 우혜민 김수민 이종찬
11/29 ~ 12/09
평일 8시, 주말 3시, 화요일 공연 없음
설치극장 정미소
전석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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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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