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스탠딩 [공연예술]

글 입력 2018.11.2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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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에 스탠딩 콘서트라는 걸 처음 가보았다. 2시간 넘게 앉아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라인업이 괜찮아 보여서 패기 넘치게 예매했다. 오래 서 있을 수 있을 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서 스탠딩 콘서트는 ‘무대 위 주인공을 향한 엄청난 애정 없이는 힘들다’라는 교훈을 2시간 내내 실감했다.

 

아이돌 콘서트에는 대부분 스탠딩 존이 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그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스탠딩 존에 가보았는지 물어보았다. 가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갔던 경험이 있어도 추천하지 않았다. 친구들의 공통된 의견은 체력소모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을 서 있기가 힘들고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이리저리 치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챙겨야 하는 준비물이 적지 않다고 불평했다. 게다가 여름이나 겨울인 경우에는 부채, 선풍기, 외투 등등 짐이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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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싶은) 스탠딩 콘서트.

스탠딩 콘서트를 가는 사람들에게 경외심음 표한다.

 


잔뜩 겁을 먹고서 콘서트 당일 일찍 공연장으로 향했다. 하필 그날은 갑자기 기온이 영상 5도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때였다. 최대한 짐이 생기지 않게, 불편한 외투를 입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입장 시간이 지연되면서 코트를 입고 온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었다. 콘서트는 내 안위를 걱정해주지 않았다.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했다. 공연장 내부로 들어가기 전부터 고난이 시작되었다.

 

원래 입장 시간보다 20분 늦게 들어가게 되었다. 공연장 규모가 비교적 작아 뒤편에서도 무대가 잘 보였지만, 객석이 콩나물시루인 건 여느 스탠딩 콘서트와 다르지 않았다. 앉지도 못하니 고역이었다. 난간도 없었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을 공연장 내부에서도 경험하니 기분이 씁쓸했다.


스탠딩 존을 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정말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지옥철이었다. 스탠딩 콘서트의 현장감이 큰 장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협소한 공간에서 낑낑 버티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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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스타에게 가까워지려고 집착하는 것은 이로울까?

YG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계정

 


콘서트가 끝나고 기가 빨렸다. 공연에 몰입해서 기진맥진한 상태가 아니라 허무한 느낌이 더 강했다. 저녁을 거른 상태로 갔기 때문에 배가 고팠으나 무언가를 먹기도 귀찮았다. 무대 위 예술가는 관객과 가까워질 필요가 있는가? 또한 관객은 무대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집으로 가면서 내렸던 결론은 ‘예술가와 관객은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였다.

 

집착도 심하면 피곤해진다. 공연은 한순간의 기억이다. 무대 위 빛나는 예술가의 모습은 찰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담아져야 한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말이다. 사람도 오래 만나거나 지나치게 가까울수록 단점을 쉽게 발견하듯이, 한 사람의 팬으로 오랫동안 또는 지나치게 가까이 지켜본다면 단점을 발견할 것이다. 여기서 그런 점까지도 좋아할 수 있고, 포용해야 건강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스탠딩은 나에게는 버거운 곳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공연을 즐겨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에 충분한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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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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