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100dayproject, 나 자신에게 건네는 100일의 약속 -1주차 [문화전반]

Day 1 ~ Day 7
글 입력 2018.11.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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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100DayProject
#100daysofpracticing

#100일의 도전. 어떤 종목으로 도전할까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답은 나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것, 제대로 배우지 못해 아쉬웠던 것, 그렇지만 늘 잘 하고 싶었던 것. 나에게 그건 그림이었다.



Day 1 :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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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5일부터 100일 동안 매일 그림을 연습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로 했다. 전날 밤,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그림을 그릴 거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설레었다. 물론 잠은 설치지 않고 푹 잤지만.

그림도 그리고 영상으로도 남기겠다고, 드로잉북, 필통, 돗자리에 삼각대까지 챙겨 들고 공원에 나갔다. 그리고 깨달은 건,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무엇으로 그릴지, 어떤 연습을 얼마나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나는 '정해지지 않음'의 부담과 '성과를 내야 함'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던 걸 보면. 그래도, 무엇이든 그리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던 내 눈에 가장 그리기에 적합해 보였던 건 공원의 통나무 울타리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 그리고 나니, 어설프지만 무언가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음, 나뭇결이 그리기 어렵구나.
내일은 나뭇결을 연습해봐야지."



Day 2 :  나뭇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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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둘째날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내 그림실력에 큰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뭐든 잘 하려면 오래 연습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 기대치가 너무 높은 탓인지 마음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손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심지어 시작한지 두세 시간도 되지 않은 차였는데. 나는 무엇을 그렇게 기대한 걸까?

아무리 들여다봐도 단점만 보였다. 모자라고 부족해보였다. 그래서 그림 옆에 오늘의 반성과 내 단점을 쭉 적어 내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객관적으로 문제를 들여다보는 과정도 필요한 것 같다. 단점들을 적을 땐 무력감이 더 컸지만. 둘째 날의 연습은 그렇게 맥없이 끝났다.



Day 3 : 나뭇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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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같은 나무 기둥을 찾았다. 여전히 나뭇결은 그리기가 어려웠다. 무의식중에 나뭇결이 일정하게 생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정반대였다. 짙은 부분이 두꺼운 곳도 있고, 밝은 부분이 두꺼운 곳도 있다. 결 하나하나의 두께도, 색도, 밝기도 모두 다르고 불규칙하다. 그 안에는 나무가 한 해 한 해 쌓아온 시간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 한 사람의 삶을 봐도 올해가 다르고 지난해가 다르고, 매달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는데, 나무의 삶이라고 일정할 수 있을까. 그 결들을 고작 서너시간에 내가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하는 것도 못 할 일이다.

오늘은 나를 위로해주기 위함인지, 귀여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주말이 되니 학교에 가지 않은 동네 아이들이 공원에 놀러 온 것이다. 내게는 한없이 부족해보이는 그림이 아이들 눈에는 대단해보였나 보다. 옆에 둘러앉아 "화가에요?", "그림을 정말 잘 그리시네요!", "이것도 그려보세요!", "저것도 그려보세요!" 하며 조잘조잘 말을 걸었다. 결국 나무를 그리다말고 아이들이 부탁한 거미를 그려주었다.

"지금은 아직 잘 못 그리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엔 더 멋지게 그려줄게."
"이미 충분히 잘 그리시는데요!"

그 순수한 칭찬이 깊은 울림을 남기며 내 안에 들어왔다. 나는 끊임없이 주위에 나를 내세우고 칭찬받으려 노력하지만, 정작 진심어린 칭찬을 받는 게 어색한, 덜 자란 어른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들 덕분에 나는 그림 연습하러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Day 4 :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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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같은 나무를 두 번 그렸더니 그새 나무 그리기에 싫증이 났다. 뭘 그릴까 고민하다가 선택장애와 마주친 나는 '친구찬스'를 쓰기로 했다. 친구1은 그림 연습할 때 손을 많이 그리지 않냐며 자기 손을 예시로 찍어 보내주었다. 친구2는 처음 목표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그냥 나무가 싫증나면 사람 얼굴에 나뭇결을 그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응용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두 친구의 조언을 모두 받아, 친구1의 손을 본뜬 나무손이 탄생했다.

나뭇결은 여전히 어려웠다. 종이에 그어진 연필의 질감과 색감으로 나무의 질감을 표현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구나. 한편으로는 나뭇결을 100일 동안 꾸준히 연습해서, 언제 어디서 그려도 진짜같은 나뭇결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100일 동안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면서 이것저것 연습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모든 게 선택지라는 말 같았다.

친구와 공모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제 막 4일차가 되었을 뿐이지만, 뭐든 도전하기 전보다 훨씬 의욕이 넘치는 것 같다.



Day 5 : 아무것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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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시작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참 많은 고비를 겪는다 싶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바쁜 동료들 대신에 근무해주느라 무리를 했는지, 그러는 와중에서 시간을 내서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인지, 그저 추워진 날씨 탓인지. 감기에 걸렸다. 머리가 띵해 일어나고 싶지 않았고, 일어나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 저녁에는 엄마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오후 안으로 그림을 한 장이라도 그려야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이 도전이 의무감에 100일 일수만 채우는 일이 되지 않기를, 내가 좋아하는 일 마음껏 하면서 나를 다시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100일 동안 한 번쯤은, 이 그림 그리기가 '하루에 꼭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나를 부담스럽게 하는 날이 올 거라 예상하기도 했다. 그게 5일차에 올 줄은 전혀 몰랐지만. 그래도 포기하거나 하루 건너뛰는 것보다는, 의무감에 맡겨서라도 하루를 완수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열고 뭐든 따라 그려볼 만한 것들을 찾아 그렸다. 무슨 일을 하든, 버텨내야 하는 하루는 찾아오는가 보다. 그래도 그 안에 즐거움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는가와 그렇지 않은가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



Day 6 :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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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친구와 공모전들을 뒤적이다가 독특한 축제와 캐릭터들을 찾았다. 이렇게 동그라미 안에 십자 기준선을 그려 캐릭터를 그리는 건 정말 오랜만에 해본 것 같다.

어릴 때 우리집은 바깥에 접시를 달고 위성방송을 받아봤는데, 우리 남매는 많은 채널 중에서도 디즈니채널을 정말 많이 봤다. 디즈니채널에서는 만화 방영시간 중간중간에 디즈니와 관련된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여주곤 했다. 작화가들이 디즈니 캐릭터를 그리는 법을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보여주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아메리칸 드래곤 제이크 롱, 킴 파서블 같은 디즈니 TV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부터 미키, 미니 같은 디즈니의 메인 캐릭터까지. 그때부터 막연히 따라하던 방법이었는데, 오랜만에 유튜브에서 캐릭터 그리는 강좌 영상을 보며 따라 그리자니 그때 생각이 났다.

4일차 까지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나뭇결에 대한 생각은 저만치 멀어졌다.



Day 7 : 컴퓨터 그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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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언젠가는 꼭 도전하겠다고 벼르고 별러 큰맘먹고 구매한 노트북과 타블렛을 이용해서, 처음으로 뭔가를 완성해봤다. 아직 채색까지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선 하나하나 따는 데만 해도 반나절이 걸렸다. 숙련되지 않은 초심자는 뭘 하든 시간이 배로 걸린다. 노하우도 없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유튜브에 웬만한 건 다 올라와 있어서 보고 따라할 수 있어 좋다. 슬프지만 유튜브가 아니었으면 이 캐릭터는 반나절이 아니라 하루를 투자해도 못 그렸을 것이 분명하다.



7일차를 지나며


처음부터 멋드러진 작품을 완성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음에도, 막상 한 장 한 장 그릴 땐 들인 시간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욕심이란 게 그렇다. 내가 준 것보다 많이 받기를 기대하는 것.

나뭇결처럼 매일매일이 다르고 한 줄 한 줄이 불규칙적인 느낌을 주는 나의 일주일의 기록. 하루 하루 그 안에서는 조바심에 쫓기기도 하고, 불규칙적인 연습내용에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 떠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니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다.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하루쯤은 놓쳐도 괜찮다고 한다. 이 '행동'을 매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어떤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이번에 100일의 도전을 시작한 건 어떻게 보면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기간에 걸친 자극들이 있었다. 맘 편히 쉰 건 아니었지만, 많은 일을 소화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지도 않은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첫글은, 나에게 영감을 준 수많은 사람들과 요소들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아티스트의 메시지로 마무리하고 싶다. 분야는 다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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