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돈키호테>

글 입력 2018.11.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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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 6년 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오케스트라와 그곳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다. 이들은 희극 발레의 대명사 <돈키호테>로 경쾌하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포스터.jpg
 

 

지난 주말에 발레 <돈키호테>를 보고 왔다. 발레 공연을 관람한 경험이 전무후무한 나로서는 <돈키호테>가 생애 첫 발레 공연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한 나는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이 섞인 상태였다. 같이 간 동생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지정된 좌석에 앉아 공연장을 둘러보는데 의외로 어린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의아해하던 찰나, 여자아이들의 머리를 보고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올림머리를 하고 온 이 아이들은 아마 발레리나를 꿈꾸는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이 중에 제2의 김기민이 될 아이가 있었을까? 있었다면 같이 공연을 보아 영광이다.




스페인 그리고 희극 발레



Ivan Oskorbin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7).JPG
Ivan Oskorbin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돈키호테>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스페인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붉은 계열의 화려한 의상, 캐릭터 댄스(플라멩코 등 민속무용에 발레를 입힌 춤)는 김기민의 말처럼 스페인 광장에 온 느낌을 주었다. <돈키호테>에서 스페인을 언급할 때 투우사들의 춤도 빠질 수 없다. 사전에 <돈키호테>의 배경을 숙지하지 않고 가더라도 멋지게 빨간 망토를 휘날리는 투우사들의 춤을 보면 극의 배경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돈키호테>의 여러 가지 희극적인 요소들이 극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딸 키트니를 아버지 로렌조가 데려가려고 하자 키트니가 안 잡히려고 요리조리 도망가려는 모습이나, 거짓 자살 소동을 벌이는 바질의 모습이 그러했다. 유쾌한 스토리에 무용수들의 능청스럽고 재치 있는 연기가 더해져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런 희극적인 면들이 처음 발레를 보는 나도 어려움 없이 작품에 빠져들게 하였다.




말해 뭐해, 결혼식 그랑 파드되



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돈키호테>에서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3막의 결혼식이다. 결혼식에서 남녀주인공 바질과 키트니의 그랑 파드되(2인무)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것이 명장면이라는 것은 공연에 앞서 사전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아다지오, 바리에이션, 코다와 같은 생소한 발레용어를 익히는 데 급급해서 이것이 왜 명장면인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냥 고난도 기술인가보다 짐작만 했을 뿐.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고 나니 명장면인 이유가 단번에 이해가 갔다. 32회전 푸에테를 비롯하여 남녀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우아하고 섬세한 동작들은 보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것이 <돈키호테>의 명장면이라는 것을 모르고 갔더라도 분명 스스로 이것을 명장면으로 뽑았을 것이다.

 

결혼식 그랑 파드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연하게도 주인공 ‘바질’역의 김기민과 ‘키트니’역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였다. 무용수 김기민은 내가 프리뷰에서 <돈키호테>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으로 따로 언급하기도 했었다. 무릇 기대하지 않은 사람보다 기대하는 사람의 기대를 충족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하지만 무용수 김기민은 내 기대 이상을 해주었다. 그랑 파드되의 코다에서 깃털처럼 가볍게 뛰어오르던 그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무대를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에게만 중력이 해당하지 않는 것 같은 높은 점프만으로도 이 공연을 볼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관람 문화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 외적으로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바로 관람 문화였다.


발레 공연은 음악 공연과 달리 공연 중에 박수가 허용되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나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말없이 박수만 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공연을 가보니 휘파람도 불고 환성도 지르며 훨씬 열정적으로 찬사를 보내서 조금 놀랐다. 그에 무용수들은 우아하게 화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분위기에 금방 녹아들어 나도 멋진 무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었다.


*

 

공연을 보기 전에 사전 조사를 했어도 역시 처음인지라 공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더 주의를 기울여 보았으면 좋았을 장면들이 뒤늦게 떠올라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제 발레라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거 같다. 다음 발레 공연을 볼 때는 어떤 부분을 미리 알아 가고 어디에 집중하여야 할지 감을 잡은 느낌이랄까.


끝으로 내가 다음 발레 공연을 기약할 만큼 <돈키호테>가 꽤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시작이 좋다.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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