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억하나요? 당신의 키다리 아저씨 [공연예술]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글 입력 2018.11.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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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나요? 당신의 키다리 아저씨.”


[크기변환]키다리 대표이미지.JPG
 

아동 문학인 듯 성인 문학인 듯, 따뜻하고 포근한 소설 「키다리 아저씨」.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한 작품이다. 제루샤와 제르비스의 사랑과 제루샤의 성장이 주는 따스함은 「키다리 아저씨」가 세계 문학의 대열에 오르는 데에 충분한 이유를 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관객들 앞에 무대를 선보이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카피 문구인 ‘기억하나요? 당신의 키다리 아저씨’를 볼 때면 괜히 먹먹한 감동이 스미는 것도 제루샤의 성장이 그만큼 눈부시기 때문일 것이다.

존 그리어 고아원 제일 큰 언니인 제루샤 애봇에게 어느 날 든든한 후원자가 생긴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제루샤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단 하나, 키가 아주 크다는 것뿐이다. 키가 아주 큰 후원자는 제루샤에게 후원의 조건으로 ‘주기적으로 편지를 쓸 것’을 제안한다. 제루샤의 편지쓰기는 무대 한 편에서는 제루샤가 편지를 쓰고, 한 편에서는 제르비스가 편지를 읽는 형식의 연출로 표현된다.

극이 끝나갈 즈음에는 무대 안쪽에 제루샤의 편지가 빼곡하게 들어찬다. 벽을 가득 메운 제루샤의 편지를 보면 제루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마음 가득히 느낄 수 있다.


키다리아저시.JPG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는 완벽한 소녀가 아니다. 제르비스 또한 완벽한 후원자가 아니듯이. 제루샤는 제르비스의 후원을 통해 무섭게 성장하고 제르비스는 제루샤의 편지를 읽으며 똑같이 성장해 나간다. 답장 한 번 하지 않고 그저 제루샤를 바라보기만 하던 제르비스는 자신이 점점 제루샤를 사랑하게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편지에 대한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신념이었다. 그 신념을 깨고 싶을 정도로 제루샤에 대한 마음이 커지자, 제르비스는 급기야 제루샤에게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몰래 그의 앞에 등장하기에 이른다. 제루샤의 든든한 후원자 이미지였던 그가 거짓말까지 해가며 제루샤 주위에서 제루샤에게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 제루샤가 그보다 훨씬 성숙해보이기까지 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제르비스와 제루샤 모두 서로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점,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르비스가 아닌 제루샤가 서 있다는 점이다. 고아원에서만 지내다가 대학에 진학해 온갖 것들이 어색하던 1학년 제루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모두 자신만의 제루샤를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것이 어색하고 힘들었던 경험들이 어렴풋 스치다가, 2학년이 되어 한결 성숙해진 제루샤를 보며 더욱 포근히 미소를 짓게 된다.

제루샤의 성장 틈틈이 보이는 고민과 갈등이 낯설지 않아 관객들은 제루샤의 성장을 더욱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된다. 마치 한 명의 제르비스가 된 것처럼 제루샤가 한 걸음을 더 내딛을 때마다 울컥 감동이 솟아오르고, 제루샤가 졸업장을 받는 장면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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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키다리 아저씨」는 나의 이야기고 우리의 이야기다. 제르비스 같은 든든한 후원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제루샤가 겪은 갈등과 고민은 낯선 것이 아니기에 제루샤의 서사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제루샤가 제르비스의 정체를 알게 된 후 눈물을 펑펑 쏟으며 제르비스를 두 팔 가득 안을 때면 제루샤와 제르비스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보다 제루샤가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찬다. 답답하고 팍팍한 삶 속에서 누군가에게 완벽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어설픈 제르비스 정도는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은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이고, 지나간 일 때문에 울지 않는 것이고, 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위의 제루샤에게 행복의 비밀을 깨달을 수 있도록 든든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키다리 아저씨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당신도 기억하나요, 당신만의 키다리 아저씨를.
 

 

“행복이란 물 흐르듯 살아가기, 그걸 배웠죠.”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사진.jpg
 

[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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