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국의 민주주의'와 예술의 종말 [다원예술]

글 입력 2018.11.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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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예술은 역사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현재에는 과거에 비해 ‘예술’ 이라는 영역이 확장된 상태이며, 이 영역 안에 포함된 회화, 음악, 무용 등을 가르고 있던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렇게 장르의 경계가 사라지고, 각 예술 장르의 특성이 매우 독특하게 섞이며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예술이 탄생했다.

각 예술 장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시기에는 작품을 파악할 때에 일원적인 해석이 가능했다. 이 시기의 아티스트들이 주제를 전달하기 위하여 대부분 한 가지의 매체를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매체를 활용하여 나타내는 현대로 이행하면서 일원적인 해석으로 아티스트가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인식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때문에 현대 아티스트와 관객들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일원적 예술 표현, 일원론적 예술 분석보다는 다원적인 입장에서 예술 작품을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아서 단토는 이러한 상황을 ‘예술의 종말’ 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전까지 예술을 정의하거나 제한하던 과거의 기준으로는 새롭게 등장한 표현 양식들을 규정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예술의 종말’ 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여기에서 ‘종말’은 과거와 완전히 단절되어 아티스트들이 작품 창작을 멈춘다거나 예술 영역에 대한 응집력 있는 설명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 의미가 강하다. 단토는 역사 속에서 규정되어 온 기준으로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기에 보다 새롭고 복합적인 예술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종말’ 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였다. 종말의 시점보다 종말 이후 예술의 흐름에 더 무게를 두고자 했던 단토의 이론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술의 종말은 관객들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것을 요구했고, 아티스트에게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소 친절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주제를 표현하던 예술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었던 종말 이전과는 달리, 종말 이후에는 관객들이 직접 해당 작품이 표현하는 것을 찾아야만 하는 예술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전면에 배치된 작품보다, 이 시기에는 여러 매체로 전달되는 작품 속에 주제를 녹여 넣은 예술 작품들이 점차 더 많이 제작되었다. 이러한 작품 특성의 변화는 관객들이 명확하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하여 이들에게 혼란스럽고 난해한 감정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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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오 카스텔루치의 ‘미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민주주의 설립과정에서 배제된 소수자들을 다루는 전위극이다. 연출가는 전체 극을 통해 현대인에게 익숙한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의 이면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아서 단토가 언급한 ‘종말’ 이후 예술의 특징이 녹아들어 있으며, 이것은 연출가와 관객에게 독특한 영향을 준다.

이 작품은 다양한 구성 요소를 활용하여 미국의 민주주의가 설립 당시에서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아티스트들이 나와서 연기를 펼치는 연극의 특성과 단체 무용, 스크린을 활용한 영상 예술과 매우 독특한 음악이 한 무대 위에 뒤섞여 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예술 요소들은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하여 긴밀하게 연결된다. 아티스트가 대사를 말하다가 추는 춤은 무용 예술이라는 독립적인 예술 영역을 ‘연극’이라는 특성에 맞게 재단하지 않고 극 속에 그대로 삽입한 느낌을 준다. 단체 무용을 하는 예술가들 위로 스크린이 내려오고, 그 위에 글자를 띄우는 것은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주제를 전달하고자 하는 연출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주제 전달을 위해 다양한 매체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다원주의 예술의 특징과 부합한다. 이 모든 예술 요소들이 기존의 연극 형태에서 벗어난 전위극 위에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것 역시 ‘종말’ 이후 예술 흐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다원주의 작품의 특성 중 하나라고 일컬을 수 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는 매체 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 다원주의 예술의 대표적인 특징을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용했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주제는 연극, 무용, 영상 예술 중 한 가지만 선택해서 표현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한 가지 매체만을 이용하여 전달할 경우 미국의 민주주의 설립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소수자의 삶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출가는 주제를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해 다원주의 예술의 특징을 작품에 적용하였다.

다원주의 예술의 또다른 특징은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의 정형화된 기준에 의해 해석할 수 있었던 종말 이전의 예술과는 달리, 다원주의 예술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정형화된 기준에 의한 작품 이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관객들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으며, 작품이 다소 난해하다고 느끼게 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의 민주주의’에서는 연극 대사와 무용, 영상 예술과 음악이 모두 사용된다. 이러한 요소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연극의 특성, 무용의 특성, 영상의 특성과 음악의 특성을 단독으로 살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논의된 한 가지 기준으로는 숨겨진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 작품의 새로운 형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인이라면 익숙할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게 할 가능성도 있다. 한 가지 기준으로 예술 작품을 이해하고자 했던 과거의 시선은 ‘익숙함’ 이라는 측면에서 관객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맥락을 같이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일원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다원적인 시선을 가지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익숙하게 느껴졌던 미국의 민주주의 설립 과정에서 철저히 타자화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되며, 미국의 민주주의가 설립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수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미국의 민주주의’에는 과거 아서 단토가 주장했던 ‘예술의 종말’ 이후 예술의 흐름이 잘 드러나 있다. 다양한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예술 간에 경계를 허무는 다원주의적 특성이 극 전체에 반영되어 있다.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는 이러한 다원주의 예술의 특성을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하였으며, 관객은 작품 속에 반영된 다원주의 예술의 특성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원적 시각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모든 요소들은 곧 아서 단토가 ‘예술의 종말’ 이후 새롭게 등장한 예술의 흐름에서 의도하고자 했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새롭고 복합적인 예술 담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단토의 이론과 부합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관련 영상 보기


'성남문화재단_성남아트센터' 유튜브 채널의
'미국의 민주주의' 예고 영상

'Holland Festival' 유튜브 채널의
'미국의 민주주의' 예고 영상





참고문헌

미학대계간행회, 『현대의 예술과 미학』,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배니나, “다원주의 미학의 정당성 : 개별성과 관용을 중심으로”, 『美學·藝術學硏究(The Journal of Aesthetics and Science of Art)』, 2017, Vol.51, 201-233쪽
장근영, “다원주의 시대의 예술적 경험”, 전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8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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