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오직 쇼팽만의 쇼팽에 대하여

공연 <샤를 리샤르-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프리뷰
글 입력 2018.11.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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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나 클래식에 관심 없는 사람도 조성진이라는 이름은 기억할 것이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해 국내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당시 클래식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도 조성진의 결선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그의 우승은 놀라운 일이었다. 마치 피겨 스케이트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김연아가 등장한 것과도 같은 충격이랄까. 물론 그 전에도 임동혁 임동민 형제가 2위없는 공동 3위로 수상한 전력이 있지만(그리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임동혁 피아니스트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인이 우승한 건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처음이었기에 더욱 주목을 받은 듯하다. 도대체 쇼팽 콩쿠르가 무엇이길래 그의 우승이 그토록 주목을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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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라 불리는 쇼팽 국제 콩쿠르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이며, 당연하게도 전 세계의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꿈꾸는 최고의 자리이자 최고의 도전이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데,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우승이 2015년도 콩쿠르였으니 다음 콩쿠르는 내후년인 2020년에 열리게 되는 것이다. 1회 대회가 1927년이었으니 그 역사가 벌써 100년에 가까워가는 유서 깊은 콩쿠르이기도 하다. 쇼팽을 기리는 콩쿠르인 만큼 연주곡은 쇼팽의 곡으로 한정하며, 개최일 역시 쇼팽의 기일인 10월 17일을 전후로 한다고 한다.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들이 모여 역사상 최고의 피아노곡 작곡가인 쇼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보여주는 자리, 오직 쇼팽에 의한 그리고 쇼팽을 위한 콩쿠르라 할 수 있다.

이 위대한 피아노 콩쿠르에서 수상한 또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이달 20일, 한국을 찾는다. 쇼팽 콩쿠르 수상자인 만큼 그는 단연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르샤바 필하모닉 등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고, 프랑스 라 로크 당테롱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과 바르샤바 ‘쇼팽과 유럽’ 페스티벌 등 다수의 축제에서도 연주를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이다. 조성진 우승 당시 그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그를 우리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번 첫 단독 내한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도 그의 음악 세계를 보다 뚜렷이 접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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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리샤르 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 All about Chopin -


<Program>

쇼팽 F. Chopin

녹턴 제20번 c#단조, Op. posth.
Nocturne No. 20 in c# minor, Op. posth.

4개의 즉흥곡
Four Impromptus
제1번 A♭장조, 작품번호 29  No. 1 in A♭ Major opus 29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6   No. 2 in F# Major, opus 36
제3번 G♭장조, 작품번호 51  No. 3 in G♭ Major, opus 51
제4번 c#단조 '환상 즉흥곡'  No. 4 in c# minor "Fantaisie-Impromptu"
 
영웅 폴로네이즈 A♭장조, 작품번호 53
Heroic Polonaise in A♭Major opus 53

Intermission

4개의 발라드 Four Ballades
제1번 g단조, 작품번호 23  No. 1 in g minor opus 23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8  No. 2 in F Major opus 38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47  No. 3 in A♭Major opus 47
제4번 f단조, 작품번호 52  No. 4 in f minor opus 52


‘All about Chopin’, 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펼쳐질 이번 공연에서는 오직 쇼팽의 곡만이 연주된다. 쇼팽 콩쿠르 수상자가 선보이는 쇼팽의 세계가 가득 담긴 공연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그리고 피아노 좀 친다 하는 사람들은 다 한 번씩 도전해보는 쇼팽의 ‘환상 즉흥곡’도 이번 공연에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되었던 협주곡과는 또 다른 매력과 섬세함을 갖춘 쇼팽의 녹턴과 발라드도 연주된다. 또한 낭만과 애수 어린 쇼팽의 곡들 사이에서 유별나게 강인함과 호탕함을 뽐내는 곡인 영웅 폴로네이즈 또한 연주되어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공연이 될 예정이다.





내게 가장 친숙한 쇼팽은 협주곡 1번 2악장이다. 협주곡 1번은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결선곡이기도 한데, 나는 그전에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먼저 접했다. 청소년 아마추어 연주자인지라 곡 전체를 연주하지는 못하고 2악장만 연주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한 선택이었다. 대부분의 곡들에서 2악장은 1악장과 3악장을 연결하는 다리 내지는 쉬는 시간의 역할을 하는 면이 크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기 마련이다. 역시 쇼팽의 협주곡 1번에서도 강렬하고 화려한 1악장과 3악장에 비해 2악장은 굉장히 느리고 섬세하다. 특히 도입부는 ‘가능한 한 작고 여리게’ 연주해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조성진 쇼팽 콩쿠르 결선 영상, 재생시 2악장부터 연주됩니다)


정말 실례되는 말인 거 알지만, 솔직히 당시 내게 그 곡의 첫인상은 ‘지루하다’, 였다. 너무 늘어지고 감성적이라고 느껴졌다. 화려한 기교도 강렬한 음도 없는, 특별한 매력이 없는 곡이라고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내 파트였던 플루트가 별달리 튀는 부분도 없어서, 처음에는 정말이지 무슨 즐거움으로 이 곡을 연주해야하나 싶어 답답했다. 그러나 공연은 올려야 하고, 따라서 곡은 완성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곡을 수십 번을 반복해 연습하고 연주해야만 했다. 나는 그저 오케스트라의 일원일 뿐이었으니 나 하나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렇게 수십 번을 반복해서 연주하고 또 듣다 보니 이 곡이 조금씩 내 안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좋아하기도 전에 먼저 달달 외워버리게 된 이 곡이, 그래서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늘어진다고 생각했던 도입부가 내 마음을 파고들고, 과도하게 감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감명을 주고, 진부한 낭만이라 느껴졌던 부분이 천천히 마음에 와 닿았다. 당시 화려한 자극만을 좇던 내 음악 취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 곡을 좋아하게 된 건 스스로에게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을 계기로 쇼팽을 만나고, 그 후 계기가 있을 때마다 쇼팽의 음악을 찾아 들어보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왜 쇼팽이 위대한 작곡가라 불리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쇼팽에게는 쇼팽만의 무언가가 있다. 낭만적이지만 단지 낭만이라고만 부르는 건 부족하고, 화려하지만 단순히 기교상의 화려함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쇼팽의 음악은 자유롭고, 동시에 천재적이다. 그의 곡은 언제나 예측불가능한 곳으로 튀어나간다. 전통과 형식이 있으면 벗어나고, 벗어난 곳에 방종이 있다면 그로부터도 멀리한다. 동시에 피아노가 만들어낼 수 있는 미적 아름다움의 극한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쇼팽만의 쇼팽이다.

*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 곡들을 들으면서 또 한 번 설레어온다. 오직 쇼팽만의 음악을, 쇼팽 콩쿠르 수상자를 통해 들을 수 있다니. 조금은 믿기지 않는다. 자유분방한 천재이자 거장이었던 쇼팽의 음악 세계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샤를 리샤르 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 All about Chopin -


일자 : 2018.11.20(화)

시간
오후 8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70,000원
S석 50,000원
A석 30,000원
B석 20,000원

주최/주관
(주)더브릿지컴퍼니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100분
(인터미션 : 20분)




문의
(주)더브릿지컴퍼니
02-6094-1001





포스터_2018 피아니스트 시리즈.jpg
 

[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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