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샤를 리샤르 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글 입력 2018.11.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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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리샤르 아믈랭 (Charles Richard-Ham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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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연이 시작될 때부터 바로 이러한 퍼포먼스를 기다려왔습니다. 이분은 진정한 예술가이자, 쇼팽의 음악 미에 몰두해 있으며, 훌륭한 수준으로 그것을 연주하고 있는 성숙하고 뛰어난 음악가입니다. 그는 쇼팽의 정신과 자신만의 스타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입니다."


- Róża Światczyńska, Polish Radio 2 (October 7, 2015)

(출처: 샤를 리샤르 아믈랭 공식 홈페이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조성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샤를 리샤르-아믈랭은 단언컨대 현 시대에 가장 주목 받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이미 2015년 2월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졌던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한 차례 마주한 바 있던 그는, 당시 무대를 통해 스스로의 음악적 기품과 진중함, 그리고 자유로움을 관객들에게 유감없이 선보였다.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2위, 서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3위 및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프랑스 라 로크 당테롱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 프라하 스프링 페스티벌, 바르샤바 ‘쇼팽과 유럽’ 페스티벌 등 다수의 축제에 초청되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르샤바 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이무지치 등 세계 곳곳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켄트 나가노, 바실리 페트렌코, 야체크 카스프치크 등의 유명 지휘자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사라 라이몬, 보리스 베르만, 앙드레 라플랑트에게 사사 받았으며, 맥길 대학, 예일 음악대학을 거쳐 몬트리올 콘서바토리를 졸업한 후 현재는 피아니스트 장 솔니에르에게 음악적인 자문을 받고 있으며, 이번 내한공연은 그의 첫 단독 공연으로 ‘All about Chopin’이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4개의 발라드, 4개의 즉흥곡을 비롯해 모두 쇼팽의 곡으로만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으며, 시적이면서도 강렬한 쇼팽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All About 쇼팽



- 쇼팽의 유작, 녹턴 제20번 c#단조, Op. posth.


프로그램상의 첫 번째 곡은 바로 쇼팽의 유작으로 알려진 '녹턴 제20번 c#단조'이다. 프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플레이어를 켜고 천천히 감상해보았는데, 느리고 서글픈 음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와 곡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지는 몇 초간, 내 눈앞에는 달빛이 조각조각 부서져 수면 위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 은은하게 빛 나는 밤의 바다를 누군가가 터벅터벅 걸어가는 장면, 그리고 잔잔한 파도가 사르르 물결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윽고 무엇인가 파도를 타고 굴러왔는데, 산책하던 이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줍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손에서 미끄러져 다시 한번 또르르 굴러간다. 두 번째 시도를 통해서야 낯선 이는 마침내 그것을 손안에 넣게 된다. 어두운 해변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살피던 낯선 이의 머리 위로,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상상력 하나만은 풍부한 나는, 이 곡을 통해 '그리움'의 감정을 느꼈다. 그리움은 바로 이 곡처럼, 잔잔하게 시작하여, 격렬해졌다가 다시 무력해지고, 또 고요해지기 때문이다. 낯선 이의 손안에 든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바닷속을 표류하게 된 작은 유리병 속 사진 한 장이 아니었을까. 고단했던 삶, 그리고 성장하는 삶, 끝으로는 행복했던 삶. 낯선 이는 사진 한 장에 담긴 인생을 읽어내려갔고, 나는 그것을 쇼팽의 선율을 통해 상상했다. 그러나 이내 지각은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낯선 이는 손안에 든 것을 바라보다 다시 파도 속으로 그것을 돌려보낸다. 파도를 타고 가는 유리병을 보는 남자, 적막, 그리고 바람. 유리병은 넘실대는 파도에 뒤집어져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남자는 심란한 마음으로 왔던 길을 돌아간다. 파도, 달빛, 그리고 고요. 달밤의 산책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음악이 끝난 후,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면 음악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언어로, 글자로, 이미지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격렬한 추상적인 감정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속삭이는 힘 말이다. 시각적 자극을 통한 상상도 물론 즐겁지만, 나의 내면세계를 통한 음표의 상상이야말로 가장 내밀하고 친근한 나만의 경험이 아닐까?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악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한시라도 빨리 샤를 리샤르 아믈랭의 현장 연주를 듣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음악에는 정답이 없을 것이다, 동일한 연주자, 동일한 악보를 통해서 전달되어 지고 이해되어지는 감정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곡에 대한 다른 이들의 상상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 쇼팽의 발라드


발라드는 중세 시대부터 문학적인 요소가 음악적인 요소와 결합하여 유럽 전역에서 전승되어 온 대중적 장르이다. 쇼팽의 네 발라드는 6박자로 작곡되었다는 공통점 이외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특징인데(김태정, 2017), 1번은 미키에비치의 시 <콘라드 월렌로드>, 2번은 <윌리스의 호수>, 3번은 <물의 요정>, 4번은 <버드리의 세 형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것이었다.


그의 이러한 발라드는 서사시 발라드의 특징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발라드는 나레이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는 서사시이다.

둘째, 발라드에는 몇 명의 등장인물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서로 대화도 하고 나레이터에 의해 성격이 묘사되어 지기도 하는데 주로 서로 갈등하면서 사건을 발생시킨다.

셋째, 발라드는 한 가지 사건을 다루는 시이다. 시에서는 사건의 배경이나 발단을 자세히 설명하는 대신 주된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그 순간만을 보여준다. 시의 끝부분에는 이 사건의 절정이 오게 되는데, 이는 발단-전개-절정-결말의 보통 이야기 형식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즉, 갈등이 해결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갈등 자체가 중심이 되어 듣는 이의 감정을 격앙시키면서 끝을 맺는 것이다." (윤금희 (<쇼팽의 발라드에 관한 연구>, 2000)


쇼팽의 발라드 1번 Op. 23에서 이러한 발라드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의 경우, 1번의 도입부가 바로 인간의 목소리를 모방한 나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두 번째 특징의 경우, 1번 도입부에서 옥타브 중복은 서로 다른 부분들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며, 나레이터에서 다른 등장인물로의 연결을 나타낸다. 세 번째 특징의 경우는 발라드의 끝부분에서 나타나는데, 곡의 끝부분에서, 우리는 쇼팽 발라드에서 보이는 갈등은 해결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하여 폭발되는 것으로 끝맺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발라드의 흥미로운 전개 구조를 비교해가며, 샤를 리샤르 아믈랭이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쇼팽의 발라드를 해석하고 있는지를 느껴보는 것 또한 즐거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가로운 화요일 밤, 예술의 전당에서. 쇼팽, 피아노, 그리고 휘몰아치는 감동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떠한가?




공연정보



포스터_2018 피아니스트 시리즈.jpg


샤를 리샤르 아믈랭 리사이틀

일시 2018년 11월 20일(화)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더브릿지컴퍼니 02-6094-1001


예매하기


*


- 프로그램 -


쇼팽 F. Chopin


녹턴 제20번 c#단조, Op. posth.

Nocturne No. 20 in c# minor, Op. posth.


4개의 즉흥곡

Four Impromptus

제1번 A♭장조, 작품번호 29  No. 1 in A♭ Major opus 29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6   No. 2 in F# Major, opus 36

제3번 G♭장조, 작품번호 51  No. 3 in G♭ Major, opus 51

제4번 c#단조 '환상 즉흥곡'  No. 4 in c# minor "Fantaisie-Impromptu"

          

영웅 폴로네이즈 A♭장조, 작품번호 53

Heroic Polonaise in A♭Major opus 53


Intermission


4개의 발라드 Four Ballades

제1번 g단조, 작품번호 23  No. 1 in g minor opus 23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8  No. 2 in F Major opus 38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47  No. 3 in A♭Major opus 47

제4번 f단조, 작품번호 52  No. 4 in f minor opus 52





참고문헌

- 김태정 (2017). 쇼팽의 발라드에 나타나는 혁신적 구조. 음악학, 32, 103.

- 윤금희, (2000). 쇼팽의 발라드에 관한 연구. 음악연구, 22, 261.



[한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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