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비평잡지 FILO [도서]

영화, 언어, 그리고 사랑을 담아
글 입력 2018.11.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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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FILO>와 함께 영화를 다시 사랑해보는 건 어떤가요?



FILO 4.jpg




야밤의 독서



몇 장만 읽고 서둘러 자야지,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FILO>의 첫 장을 펼쳤다. 여는 글부터 심상치 않았다. ‘귀한 위로’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목차에 오른 작품들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콘텐츠들이었다. 분명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갔는데, 언제부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앞으로 이어질 문장들에 대한 호기심이 퐁퐁 솟았다.


어떻게 이렇게 작품을 감상하고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지. 내가 본 적이 없는 영화에 대한 글인데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본래 비평이란 내가 대충 알고라도 있는 콘텐츠에 대한 것이어야 그나마 이해할 수 있고, 그나마 끙끙 붙잡고 읽을 수 있는 것이라 여겨왔다. 그런 나의 편견을 제대로 산산조각 낸 밤이었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아까워 초조해졌다. 해가 뜨면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았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책을 덮었다. 숙면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놓친 지 오래다. 오늘 하루는 피곤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각성 상태가 두렵지는 않았다. 기이한 설렘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아침을 맞았다.




작품에 대한 작품



비평이란 결국 작품을 매개로 하여 서로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지. 말하자면 필자는 ‘내가 본 세상은 이렇습니다. 어떻게, 같이 보실래요?’ 글로써 청유하는 것이다. 필자의 개성이 반영된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의 여부는 오로지 독자의 선택이다. 하나의 작품을 두고 필자의 세상도 독자의 세상도 함께 깊어지고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 대화의 장이 바로 비평이 아닐까.




반가운 만남



앞서 말했듯 필자와 독자의 세상이 함께 확장되는 것이 비평이 아닐까 나도 의견을 내보았다. 그리하여 FILO를 읽은 후 나의 세상은 실제로 확장되었는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남다은 평론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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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FILO> 4호에서 남다은 평론가는 영화 <린 온 피트>에 대한 글을 썼다. 제목은 ‘사막을 걷고 밤을 건너’다. 나의 새벽 시간을 호로록 훔쳐 간 글. 어쩜 이렇게 쓰실 수가 있어요. 절절한 마음을 달래며 글을 봤다.



그러니 찰리는 사건이 자신의 앙상해진 삶에 불어닥쳐 삶이 폐쇄된 회로 속에서 가능성을 모두 잃기 전에 ‘바깥’을 향해 걸어야 한다. (……) 상투적인 사건으로 스스로를 의미화하지 않고 자기 삶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그의 걷기는 시작되고 계속되어야 한다.


- 16p



FILO의 이전 호를 찾아보며 믿음을 가지게 됐다. 남다은 평론가가 다루는 작품들은 왠지 (혹은 확실히) 나와 잘 맞을 것만 같다는 믿음.


1호 <패터슨> : 단호하고 부드러운 시와 개와 맥주의 시간. 2호 <쓰리 빌보드> : 돌이킬 수 없는 세 개의 묘비명. 3호 <어느 가족> : 그렇게 아이들은 사라진다. <패터슨>과 <쓰리 빌보드>는 재미있게 본 작품이고, <어느 가족>은 곧 여유가 생기면 보겠노라 벼르고 있던 작품이다.


이미 백 번 넘게 마음속으로 말해왔지만 남다은 평론가를 알게 되어서 진심으로 반갑고 행복하다.




오래오래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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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어, 그리고 사랑의 탐색지. FILO가 전면에 내세운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내가 눈을 번뜩이며 좇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이 잡지를 보지 못했다면 이렇게 여러 작품들, 그 작품들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나는 그저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남다은 평론가의 글과 그분이 다룬 작품, 그리고 FILO에 수록된 앞으로 내가 보게 될 여러 영화들이 남았다. 명확하게 기억하고 찾아볼 수 있는 평론가의 이름이 늘었고, 그가 고정 필진으로 있는 이 잡지를 알게 되었고, 어서 보고 싶어 마음이 두근대는 영화는 더욱 많아졌다.


앞으로 내가 볼 영화의 스펙트럼이 조금 더 풍성해지리라 기대하게 된다. 볼 것이 많아 설렌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마구 설렌다. 곧 <린 온 피트>와 <어느 가족>을 보려고 한다.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여준 이 고마운 FILO, 앞으로 오래 곁에 두고 보고 싶다.






<필로 FILO>

-2018. 9/10 -



<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어떤 것을 좋아하는'이란 뜻의 'philo-'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글의 행로로 옮겨보고자 하는 격월간 잡지다.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5명의 영화평론가 남다은, 이후경, 정성일, 정한석, 허문영이 국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고, 매호 다양한 해외, 초대 필진이 함께 최근까지 상영되었거나, 앞으로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대 영화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펴낸곳

매거진 필로 편집부


분야
잡지 > 예술/대중문화


규격
170 * 240 mm


쪽 수

160쪽


발행일
2018년 09월 07일


정가

14,400원


ISBN
979-11-9637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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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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