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FF, 이 구역 인싸는 모두 참석한다는 할로윈 파티

글 입력 2018.11.0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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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

:[명사]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인사이더’를 세게 발음하면서 다소 변형한 형태로 표기한 것이다.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는 한참 '아싸'라는 단어를 쓰면서 그 아싸라는 것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 이제는 아싸대신 그 반대인 '인싸'라는 단어가 도래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유행을 선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상황이 종종 생기곤 했다.

인싸와 아싸- 그 의미가 심오하지 않더라도 요새는 어떤 일에든 이 두 단어를 달고 비교해가며 희화화시키곤 한다. 내 생각에 인싸란 어떤 행사나 모임이나 파티에 꾸준히 참석하고 어떤 분야에서든지 기본적인 애티튜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할로윈은 '인싸가 되기 위한 관문'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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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싸'의 첫 발걸음. 할로윈을 맞아 나는 서울패션페스티벌 (이하 SFF) 에 참석하게 되었다.

사실 태어나서 이런 페스티벌에 오는게 처음인지라 나름 겁을 먹기도 했다. 계속 '아 어떻게 하고 가야하지?'라고 걱정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자각하게 되면서, '아니 왜 이런 단순한 공연에 쫄아버리는거지?'라는 생각이 들고 현자타임이 오기도 했지만- 뭐든 처음은 다 설렘 반 걱정 반 일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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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와 함께 간 내 친구는 종합운동장역에 내린 그 순간부터 속으로 '오 마이갓'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인 할로윈 코스튬을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태는 이미 인싸-아싸를 논하는 것을 넘어서 권외 수준이었다.

'아무리 할로윈 파티라고 했지만 코스튬은 좀 너무 오버하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나 자신의 뺨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범하게 입은나 자신이 이렇게 부끄러운 날이 또 있을까? 싶은 할로윈 파티였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 인싸들이 모인 파티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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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바깥에 마련된 디자이너 브랜드 부스를 구경한 뒤, 입장 팔찌를 손목에 차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더니, 위의 사진과 같은 진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서서 할로윈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풍경이었다.

이것 또한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치 나같이 코스튬도 하지 않고 온 노인싸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늘어진 줄의 맨 마지막 꼬리에 서서 메이크업을 받기엔 공연볼 시간도 부족했기에 우리는 서둘러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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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의 박력넘치는 힙합공연이 우리를 환하게 맞이해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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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디자이너의 그리디어스(Greedilous) 쇼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디자이너 패션쇼가 되시겠다.

상당수의 여자아이가 그렇듯,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혼자 스케치북을 사서 내 맘대로 코디북을 끄적끄적 그려보는게 취미였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만든 옷들로 언젠가 패션쇼를 열어야지!- 라는 패기넘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쇼를 보면서 그때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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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조명아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당하고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모델들을 정말 과장 않고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들의 모델포스에 매료된 것이 틀림없었다.

사실 집에서 유튜브로 '빅xx아 시크릿' 쇼 영상을 보는 것을 되게 좋아하는 나인데, 이 쇼를 보며 나의 패션쇼 갈증이 조금이나마 풀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매번 아이돌 콘서트만 관람하던 이곳에서 모델들의 런웨이를 구경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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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선미의 공연에서는 관객 모두가 달아올라 다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이렌, 보름달, 주인공, 24시간이 모자라- 등 히트곡들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분위기가 점점 더 달아올랐다. 선미의 공연은 이번이 두번째 관람인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특유의 에너지가 참 밝고 맑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역시 할로윈 파티가 주제인 만큼, 선미 또한 인싸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어마무시한 코스튬을 선보였다. 가수 뿐만 아니라 백댄서들도 함께 코스튬을 하고 나왔는데, 선미는 첫 무대가 끝나자마자 본인 혼자 너무 튀는거 아니냐며 민망해 했다. 그녀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나와 내 친구의 두 볼은 더욱더 빨개졌다. 흔한 얼굴분장조차 하지 못한 두 아싸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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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0!0i의 쇼가 진행되었다. 이번 SFF에 참석하는 브랜드 중에서 나에게 가장 친숙한 브랜드이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도 많이 애용하는 브랜드여서 더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같이 간 친구가 이미 바깥 부스에서 SNS 이벤트를 통해 양말까지 얻은 상태여서 더 애착이 갔다.

영한 브랜드 이미지 답게 밝고 상큼한 모델들의 워킹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새내기개강룩 과 같은 해시태그를 붙이고 싶은 런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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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가장 인상깊었던 드랍건의 EDM 무대였다. 내가 느끼기에 이번 페스티벌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는 이 무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평소 EDM장르 음악을 접해볼 시도조차 안했던 나에게는 이 무대가 너무나도 신선했다.

사실 이 곳에 모인 인싸들은 소위 말하는 '좀 놀줄아는 녀석들'이자 '클러버'인 사람들이 많아 보였는데, 그들이 이 무대와 노래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는 지난날의 나의 무기력하고 잔잔했던 여가생활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렸다. '마치 너는 인싸가 되려면 한참 멀었어-'라고 말하는 것같은 그들의 몸짓과 스웨그는 감히 나는 100년이 걸려도 따라갈 수 없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핵인싸존에서 인싸들을 바라보며 인싸력을 눈으로만 배운다...

EDM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늘은 미친듯이 놀자!!!!!!!!!라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다같이 휴대폰으로 라이트를 켜고 신나게 흔들었을 때의 쾌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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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쇼는 박환성 디자이너의 디앤티도트. 이 날 봤던 쇼들 중에서 가장 해석이 어렵고 내 기준 난해한 옷들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페스티벌의 런웨이는 이런 브랜드들이 장식해야 맞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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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연 가장 핫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던 쌈디의 무대. 등장부터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던 그의 무대였다.

분명 EDM 공연 때 까지만 해도 서로 매너간격을 유지하며 널찍이 떨어져 서서 몸을 흔들던 그들이었는데, 쌈디의 등장 하나로 순식간에 밀도가 기체에서 고체가 되어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있는 모든 이들과 강제로 밀착하여 마치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 와있는 기분을 만끽했다.

사이먼- 사이먼 도미닉- 하면서 등장한 쌈디는 요새 제일 핫한 인싸 아티스트답게 관중을 장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실 쌈디의 모든 곡들을 알진 못하지만, 그냥 그 현장에서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도 흥이 한껏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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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어진 DJ ISAAC의 무대는 화려한 서커스단들과 함께 거대하게 진행됐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이 크고 웅장한 사운드에 공연장 내의 바닥이 웅웅 울리기 시작했고, 스피커 가까이 자리를 옮기니, 내 안의 모든 장기가 같이 춤을 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페스티벌!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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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열기는 공연장 바깥에 마련된 롤러장을 연상시키는 스테이지에서도 계속되었다. 상당히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춤을 추는 이들이 어느정도 있었다. 그들의 열정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역시 인싸들의 축제는 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강남의 클럽에서 애프터 파티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아쉽게도 아직 나와 내 친구는그곳까지 탐방할 정도로 용기있는 모험가는 아니었다. 그냥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무대를 즐기고, 24년만에 비로소 할로윈다운 할로윈을 보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2018 인싸특집. 인싸라면 반드시 가는 곳. 이 곳에 가면 틀림없이 인싸들이 모인다. 등등의 특집기사 제목을 붙이고 싶은 이번 글. 세상 힙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한 이번 SFF에서 나는 그들의 흥과 열정을배울 수 있었다. 패션과 음악이 하나가 되어 하나의 아이콘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분류의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문화라는 대분류 안에 속한 소분류들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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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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