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양 누드 예술에 나타난 시대별 여성 이미지와 여성 주체 [시각예술]

글 입력 2018.11.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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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누드 예술은 인체의 곡선미와 구조미를 나타내는 서양 미술사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특히나, 여성의 나체는 예술가들이 가장 선호하며 대중적으로 다루어졌던 소재 중 하나로, 오랜시간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의 매개체로 인식되어 왔다. 여성의 누드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공통의 예술적 가치를 나타냈지만 흥미롭게도 시대별로 여성 나체가 나타내는 여성의 이미지와 주체는 각기 다른 양상으로 대상화되어 화폭에 담겼다. 따라서 본문은 시대별 서양 여성 누드 예술작품에 나타나는 여성 누드를 통해, 서양의 예술세계뿐만 아니라 서양 사회 대중 심미안의 변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남성 화가에 의해 대상화된 여성의 회화적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서론: 서양의 ‘누드’예술



적나라하게 ‘성’을 묘사하는 관능 미술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윤리적 또는 도덕적 규제에 의해 심판을 당해야만 했다. 관능 미술품 또는 관능 미술가들은 자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해야 했으며 원하든 원치 않든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일을 자주 겪어왔지만, 사실 서양 예술 작품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관능적’ 요소를 직접, 또는 은밀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담아낸 명작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감히 누가 선뜻 나서서 비판하지 못하는 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인간의(특히 여성의) 나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묘사한 것으로, ‘나체’가 내포하는 육체적, 신체적 의미를 초월해 ‘생명’에 대한 경외를 자아내는 정신적인 경지에 이른 작품들이라고 평가되어 왔다. 짝짓기할 때 수컷 새들이 더욱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암컷 새를 유혹하듯, 인간 또한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추구와 성적인 열망을 예술로 표현하곤 한다. 예술과 ‘성’은 어쩌면 달리 분리할 수 있는 두 개의 상이한 개념이 아니라, 같은 동기와 충동을 공유하고 있는 유사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서양 누드 예술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견고하고 이상적인 ‘육체’에 대한 숭상 심리를 가졌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누드 조각을 만들어 내어 인간의 육체가 지닌 아름다움과 무한한 생명력을 칭송했다. 하지만 이후 ‘금욕’의 중세 시대에 이르러, 여성의 나체는 만악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 피어난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의 문화는 왜곡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으로까지 묘사되어 누드 예술은 잠시 세간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다 르네상스의 전개로 인하여, 예술가들은 종교의 족쇄에서 벗어나 앞다투어 인간의 구조와 기계 운동 등을 연구하며 여성의 누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시기에 여성의 누드는 르네상스 이념에 부합한 인간미 또는 생명미를 상징하는 매개체이자 화가들의 가장 중요한 묘사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성의 나체는 여전히 남성적인 시선에 의해 ‘연출’되는 수동적 성격을 띠었다, ‘인간’의 종교로부터의 해방은 실현되었지만, 그 안에 ‘여성 주체’의 해방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근대 이전의 시대에선 여성에 대한 칭송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사실상 남성에 의해 억압되는 여성 지위의 실체를 밝혀주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규제와 단속, 그리고 여성의 의지와 주체를 억압하는 사회 내면의 실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2.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여성 누드 조각상



흥미롭게도 현존하는 그리스 시대의 누드 조각상은 대부분이 남성상이고 아주 소량만이 여성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리스 시대의 남성 우월주의 사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리스 시대의 존재했던, 여성을 ‘남자가 되지 못한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정의하는 사상과도 연결지어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남성이 생각하는 여성이란 ‘불완전한 열등한 것’이었기 때문에, 여성의 누드는 남성 조각가의 시선 아래에서 성숙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모습만을 나타냈다. 다시 말해, 고대 그리스 남성들은 ‘남성’의 건강하고 육감적인 신체에만 자주적인 미학 관념을 투영하여 당당한 전라의 모습으로 제작하고 감상하였으며, 여성의 몸은 남성의 지배와 관리 하에 있어야만 하는 미개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주로 옷을 입은 반라의 형상이나 몸을 가린 동작의 전라 형상으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다소 변화하여,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작품들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여성의 누드를 소비 및 감상하는 주체가 여전히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전 시대와 비교해서 달라지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 크니도스의 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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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시텔레스, <크니도스의 비너스>



프락시텔레스의 <크니도스의 비너스>라는 여성 누드 조각상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조각 역사상 최초의 전라 여신상으로, 제작 당시에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전해진다. 입상의 형태로 제작된 이 작품은 여신이 입욕하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하였다. 여신의 단아하고 풍만한 육체, 그리고 부드러운 피부의 질감은 그리스 예술 특유의 순결함을 강조한 이상화된 우아함을 보여준다. 또한, 프락시텔레스는 신체의 중심을 한쪽으로 기울인 콘트라 포스토 자세를 통해 여신의 몸을 S자로 만들어 마치 지금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은 운동감과 여신의 신체적인 관능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러한 관능미는 작품에 아름다움을 추가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여성의 누드 조각상이 여전히 신체를 통해 남성의 시선을 유혹하여 이끄는 단계에만 머물러 있음을 알려준다.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 시선 아래에서, 주체성 없는 수동적이고 타자화된 존재였다.



2-2. 죽어가는 니오베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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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니오베의 딸>



그리스 고졸기에 제작된 <죽어가는 니오베의 딸>이라는 여성 반라 조각상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내용 중, 니오베의 오만함으로 인해 화살에 맞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니오베의 딸들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 고졸기의 여성 누드 조각상은 주로 제사용으로 제작되거나, 매춘부, 무희, 또는 비극적 운명의 여성을 묘사함으로써 '운명'(=남성)에 의해 지배받는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여성성이 지닌 불완전함 (예컨대 니오베의 다산으로 인해 생긴 오만함)으로 인해 비극적 상황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고대 그리스 남성 예술가는 여성성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창출했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어가야만 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이란 남성의 지배와 보호 아래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여 여성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적극성을 지워 버리게 되었다.


따라서 <죽어가는 니오베의 딸>은 그리스 고졸기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남성 우월주의 사상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낸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고대 그리스 남성이 여성에게 기대하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당대 남성이 바라는 여성상은 외관적으로 아름답고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통치와 관리에 순종하는 수줍고 순결한 ‘약자’였다는 것이다.


위의 두 작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여성 누드 조각상을 통해, 우리는 남성은 강인한 정신과 육체의 소유자이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위풍당당한 ‘완전한 자’인 반면, 여성은 자신의 무지, 나약, 오만 등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비극과 죽음이라는 결말만을 맞이할 수 있는 불안한 육체와 정신의 소유자이며, 전적으로 타인에 의해 지배당하는 ‘약자’로만 남아야 했던 당대의 잘못된 여성 인식관을 확인할 수 있다.




3. 중세 시대의 여성 누드화



중세는 금욕의 시대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 표현에 대한 부정적 왜곡이 생겨났으며, 직접적으로 여성의 누드를 묘사한 작품이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간혹 일부 종교화 또는 중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린 필사본 삽화에서 간간이 여성 누드의 자취가 발견된다.


 

3-1. 이브와 성모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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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솔리노, <아담과 이브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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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호 판 데르 후스,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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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조 로렌제티, <마돈나 델 라테>


성경의 내용에 따르면, 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이브로 인해 인간은 처음으로 선악과를 맛보게 되어 타락했다. 따라서 종교 지배적인 중세시대에서 여성은 만 악의 근원으로 여겨졌으며, 속죄를 위해 남성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천대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이 시기의 성직자들은 여성이 원죄의 근원이며 남성을 타락으로 인도하는 사탄이기 때문에 기피하고 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성 적대적 사상관은 여성 혐오를 합리화시키는 동시에 ‘무사히 여성의 유혹을 뿌리친’ 남성의 행동을 미화시켜 남성 성직자의 지위를 고양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들은 이브로 대표되는 일반 여성을 멸시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여성의 신분인 성모 만큼은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며 숭배했다. 따라서 우리는 중세 시대의 종교화에서 일반여성을 대표하는 이브는 사악하고 요사스러운 이미지로 뱀과 함께 나체로 묘사되지만, 성모의 이미지는 신성하고 순결하게 표현되어 가슴 이외의 신체 부위는 거의 노출하지 않는다는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마리아 숭배는 또 다른 방식의 여성 혐오로, 여성의 이미지를 ‘순결’과 ‘순종’의 프레임에 끼어 맞추어 우상화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세 말기에 이르면, 남성 중심의 교회로 인해 왜곡된 여성 인식은 점차 회복되어 정상적으로 변화했다. 원죄에 관한 이야기 또한 ‘여성 혐오’적 성격을 탈피해 아담과 이브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경향으로 수정 되었으며, 여성 비로소 상대적인 평등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3-2. 중세 시대의 목욕 문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세 시대의 사람들이 청결하지 못하고 목욕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중세 시대에는 목욕하는 문화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방식 또한 매우 독특했다.


이 시기의 도시에서는 남녀혼욕의 공중목욕탕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목욕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부가 서비스 또한 매우 발달하여 사람들은 목욕하는 과정에서 식사를 즐기거나, 음악을 감상하고 심지어는 한켠에 마련된 침대에서 자유롭게 성행위를 할 수도 있었다. 당시의 공중목욕탕은 곧 금전으로 환락과 즐거움을 거래할 수 있는 장소로써 ‘매춘’과 관련되어 있는 문란한 사치 생활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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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 공작의 필사본 삽화>



위 작품은 이러한 남녀혼욕 목욕탕의 실태를 생생하게 묘사한 필사본 삽화이다. 그림 속의 여성들은 새하얀 피부를 뽐내며 화려한 보석을 걸친 채 요염한 표정으로 목욕을 즐기고 있다. 화가는 여성의 누드를 통해 그들의 육체적 매력을 극대화하여 이상적으로 표현해 그들의 육체를 남성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적 가치’로 환산했다.


이러한 삽화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종교적 시각과 일상적 시각 모두에서, 중세 시대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 부정적인 이미지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혐오' 되어 온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4.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 누드화



르네상스 시대는 서양 사회의 중요한 변환점이다. 이 시기의 서양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재구성되었고, 이 과정에서 성별 관계 또한 재건되었다. 여성의 이미지 변신은 회화, 조각 그리고 문학 등 예술 영역에서 확인되었고 여성의 신체적 매력 또한 정상적인 방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르네상스 양식의 회화는 주로 과학적 원근법에 따라 인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나타내며, 이 시기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화가들이 세부적 디테일 묘사를 통해 이차원적인 평면 위에 삼차원적인 공간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중요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누드 이미지들이 이 시기에 나타나는 것 또한 사실적인 인체를 통해 인간성의 숭고함을 칭송하고 신성을 부정하는 르네상스 미술의 전형적인 미학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1. 다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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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 <다나에>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의 작품인 <다나에>이다. 좌측의 진갈색 배경, 분홍색 레이스 커튼, 그리고 새하얀 침대 시트의 조화는 다나에의 살결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화면을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반면, 큐피드가 위치한 우측에는 이와 대조되는 차가운 느낌의 푸른색과 회색이 청동 탑 외부의 경치를 몽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화가는 푸른 보석 반지, 팔찌, 그리고 진주 귀걸이를 한 다나에의 몽롱한 표정과 우윳빛 나체를 강조하며, 다나에의 몸을 하얀색 시트 속에 깊게 파묻힌 듯이 표현해 다나에의 관능미를 극대화했다. 이러한 유혹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는 티치아노가 1540년대부터 시작한 인체와 색채의 관계에 대한 연구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빛과 색채의 변화를 끊임없이 연구함으로써 티치아노는 비로소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이 생생한 다나에의 신체적 촉감을 표현할 수 있었고, 다나에의 신체 절반을 음영으로 덮어 몸의 곡선을 더욱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다나에를 유혹하기 위해 황금비로 변신하여 다가온 제우스의 존재를 통해 실내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분위기를 더욱더 고조시켰다.


 

4-2. 우르비노의 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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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위 그림은 티치아노의 또 다른 작품인 <우르비노의 비너스>로, 전 그림과 유사한 느낌의 관능미를 나타낸 여성 누드 명화 중 하나이다. 화면 속의 비너스는 실크가 깔린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워 감상자와 직접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 그녀의 뒤로는 화면의 절반을 가린 진 초록색 커튼이 쳐져 있으며, 이를 통해 커튼 앞 뒤의 공간이 격리 되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반 폐쇄적인 공간에서, 전라의 비너스는 친절하게도 자신의 몸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각도로 누워 감상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자세는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며, 커튼 뒤의 시녀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 모습과 대비된다. 이처럼 추후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고 유혹적인 표정의 비너스가 그려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의 주문자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비너스의 표정과 자세는 ‘남성’화가인 티치아노가 ‘남성’ 고객의 취향과 요구를 전적으로 반영하여 탄생한 것으로, 화면 속의 여성은(그녀가 아무리 ‘여신’일지라도) 남성의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에 나타난 (부자연스럽고 연출된) 여성 누드는 인간의 신체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그린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육욕을 해소하고 남성의 성적 환상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르네상스 시대에서 여성의 노출은 여성에 대한 해방이 아닌 더욱더 문명화된 억압과 이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5. 결론



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이 예술품의 창작 및 소비의 주체로서 활약한 시대를 찾아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기나긴 미술의 역사 속에서, 여성이 항상 객체로써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회화와 조각들의 창작자, 또는 그것들이 지향하는 소비의 주체는 대부분이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남성의 손과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로(만) 작용해왔던 것이다. 근대 이전의 여성 누드 예술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전통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미적 또는 성적 욕망과 의도에 의해 구성되고 표현되어 왔으며, 여성이 노출되는 모든 순간이 남성의 제약 아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여성의 자세, 표정, 의상과 장식, 심지어는존재하고 있는 장소까지, 모든 것은 남성의 주도적 선택으로 연출되어왔고, 여성은 언제나 남성의 영향력이 미치는 은폐되고 제한적인 장소에서만 자신 고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서양 예술의 여성 누드 이미지는 우리에게 고대 그리스 시대, 중세 시대 및 르네상스 시대 모두에서 여성의 몸이 타인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여성의 몸을 가리는 것으로, 중세 시대에는 여성의 몸을 혐오하는 것으로, 또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것으로, 시대별로 여성의 신체에 대한 지배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리는 것, 혐오하는 것, 또는 전시하는 것 모두 다른 양상으로 표현된 하나의 현상, 즉 남권 의식이 미술작품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며,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오늘날까지도 여성 신체에 대한 완전한 해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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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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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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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Zheng Xiao Jiu(2008). “论古希腊人所崇尚的身体观念”, 山东体育学院学报.

6. Zheng Jing Hai(2006). “古代希腊人体艺术的形成”, 沧桑.

 

 

[한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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