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막 속의 흰개미, 고택의 숨겨진 비밀 [공연]

사실은 벌레가 무서워요
글 입력 2018.10.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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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화초대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나고, 반나절을 뒹굴거리고 자다가 깨서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또 일어나 고구마를 먹는 잉여로운 생활을 하다가 너무 지루해져서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읽으러 들어왔다. 나는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엔 적응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집순이라서 일정이 없으면 밖에 잘 나가지 않는데 대신 누워서 뒹굴거리는 시간은 극히 일부고 늘 무언가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시험이 끝나서 며칠은 놀고 싶을만도 한데 나에겐 12시간이 최대 한계였다. 뭔가에 쫒기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든다.

시험기간동안 놓친 문화 초대가 많아 무척 아쉽다. 대학생, 학생들은 평소에는 한가하다가도 시험기간에 몰아서 바빠지는 반면, 직장인은 시험같은 하나의 절정은 딱히 없지만 늘 퇴사를 희망할만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쩌면 늘상 똑같은 일상에서 자신이 힘이 낼 수 있는 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그만한 장점도 있지만, 매일매일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것이 그닥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학생의 경우에는 평소에는 누릴 것을 다 누리며 자신의 시간을 조절하며 살 수는 있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다른 중요한 일은 하나도 보지 못한 채 오직 시험 하나에만 매달려야 한다. 시험공부를 미리 해놓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시험기간도 평소와 딱히 다를 게 없었지만 완벽한 벼락치기의 정석을 하게 된 요즘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평소에 공부를 하려니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아 책만 펼쳐놓고 그 위에 2층으로 핸드폰을 펼쳐놓게 되니 자세만 불편할 뿐 결과는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개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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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지나가던 시험 기간 동안 받은 또 하나의 문화초대 <사막 속의 흰개미>, 사실 다른 것은 보지도 않고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의 개관작이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람했던 <그 개> 연극이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큰 감동이었기 때문에 '믿고 신청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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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매번 문화초대를 갈 때마다 공연장을 보고 감탄을 할 때도 있고 실망을 할 때도 종종 있다. 확실히 소규모 극장에 갔을 때와 대규모를 가서 느끼는 스케일감이라던가, 배우가 발산하는 아우라가 미치는 영역 등이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는 M씨어터보다 규모는 작지만 328석의 좌석을 수용한다. 3022석의 대극장과 609석의 M씨어터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은 다양한 공연 공간을 갖추게 되었다. 개방형 구조를 지닌 장방형의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으로, 기존의 무대와 객석이 구분된 공간에서 탈피한 무대라고 하는데 과연 이 무대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지가 기대된다.

개관작이라고 해서 <사막 속의 흰개미>만이 최초 상영작인 것은 아니었다. 뮤지컬 음악, 재즈, 연극,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관 무대로 예정되어 있다.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개관기념 공연 뮤지컬음악감독프로젝트인 <이색락주>, 10월 21일부터 10월 28일 재즈공연 <진양 : 보이지 않는 약속>, 11월 2일부터 3일까지는 현대무용인 <나티보스>, 그리고 그 다음으로 11월 9일부터 25일까지 <사막 속의 흰개미>가 공연이 된다. 이어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는 <더 토핑>, 12월 19일부터 30일까지는 <아말과 동방박사들>, <노처녀와 도둑>으로 2편의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사막 속의 흰개미>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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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속의 흰개미>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미 오래 전부터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되어버린 300년 된 고택을 배경으로, 무너져가는 집의 실체와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 간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이 집만 유일하게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는데, 곤충 연구원 에밀리아는 흰개미 떼가 페어리 서클이라며 집안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 주인인 석필과 주변인들은 무언가를 감추려고 하는데 과연 그 집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 것인가!



흰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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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소재로 나오는 연극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 동물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을 깨어부술 때도 있으며, 공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흰개미라는 동물 역시 궁금함을 불러왔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석필의 집에서 어떤 흔치 않은 문제가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흰개미는 무슨 동물일까?

정말 충격적인 것은 흰개미는 개미라는 이름이지만, 바퀴벌레류의 곤충이다. 게다가 집을 파먹는 동물이라고도 한다. 벽돌집을 짓든, 나무로 된 집을 짓든 상관없이, 벽돌과 벽돌 사이 공간, 나무 속의 공간을 파먹어서 집을 무너지게 만든다. 집 밖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흰개미의 번식이 엄청나게 이루어진 상태라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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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곤충을 그닥 무서워하지는 않는 편이다. 9월쯤에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동물을 사랑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또 힘든 고비를 넘기던 그 때 서점에 들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인간 실격>을 구매하면서 제목이 마음에 들어 톨스토이의 문학책을 구입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아시리아 왕 아사르히돈]은 아사르히돈이라는 왕이 자기가 고문하고 학대하는 다른 나라의 왕이 되었다가, 자기가 사냥하던 당나귀가 되어 그 고통을 경험한다.


"생명은 만물 가운데 오직 하나뿐이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모든 행위는 바로 당신 자신에게 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 뒤로 나는 벌레를 죽이지 않게 되었다. 단, 파리나 모기와 같이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동물은 본능에 따라서 죽여도 된다는 규칙을 정했다. 집에 지네처럼 발이 수도 없이 많은 강구가 기어다녀도 가만히 놔두고, 집게벌레가 돌아다녀도 가만히 둔다. 전에는 내 택배박스에 벌레가 하나 붙어있기에 종이를 이용해서 집 바깥으로 옮겨주었다. 그런데 그 벌레가 뒤집어져서 바둥거리길래 겨우 다시 뒤집어주느라 힘을 좀 썼다.

그래도 바퀴벌레는 조금 싫다. 예전에 고향집에서 자다가 깨서 화장실을 가려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머리에 툭툭 하고 뭔가 떨어져서 고개를 숙이고 털어보니 바퀴벌레가 세 마리나 떨어졌다. 얼마나 그 장면이 공포였는지 나는 바퀴벌레가 나오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피해다닌다. 죽일 수도 없었다. 그저 공포의 대상이다. 대학교에 온 뒤 고시원에 살게 되었을 때도 바퀴벌레가 출몰해서 죽이지도 못하고 치약을 짜서 그려놨다. 바퀴벌레가 치약을 싫어해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다. 내 치약은 정말 많이 들었지만 내 영역으로 바퀴벌레가 오지 못하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안 그래도 좁은 고시원에 선을 그어서 바퀴벌레와 나 사이에 경계를 그려두고 10초에 한번씩 바퀴벌레를 바라봐야했다. 그러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부채에 굳어있는 바퀴벌레를 올리고 바깥으로 나가서 고시원 휴지통에 버렸다. 다음날 내가 버린 바퀴벌레가 고시원 복도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랑 동시에 목격했다. 엄청난 죄책감이 들었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모르는 척 당황한 얼굴로 빨리 지나갔지만, 이 글을 통해 나의 잘못을 회고해본다. 그 바퀴벌레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은 벌레가 싫다. 내 몸에 닿는 상상만해도 무섭다. 모기가 앵앵거려 몇시간째 잠을 못 자면 모기를 잡아야하지만 벌레를 죽이는 순간, 생명이 죽는 순간의 그 납작해지면서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 싫다. 요즘 보고 있는 영화 <마사의 부엌>도 동물이 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이 요리를 할 때마다 괴로워하고 있는 장면이 나와서 무척 마음이 아팠다.

사실은 '생명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위하는 건 너잖아? 너가 무서우니까, 너가 두려우니까.

늘 같은 자기혐오에 빠지려는 루틴에서 벗어나, 그래도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서 위안을 얻어보자. 나는 그 생명이랑 동동하며, 그 생명을 위하는 것은 나를 위하는 것이며 나를 위하는 것 역시 그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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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속의 흰개미
- 세종S씨어터 개관기념작 -


일자 : 2018.11.09(금) ~ 11.25(일)

시간
평일 - 오후 8시
토 - 오후 3시, 7시
일 - 오후 3시
화 - 공연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티켓가격
R석 30,000원
S석 20,000원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서울시극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문의
서울시극단
02-399-1794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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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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