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Harmonize : Sing to dream, dream to sing! [음악]

하모나이즈 : 꿈을 노래하고, 노래로 꿈을 이루어가다.
글 입력 2018.10.2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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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들이 있다.

하루 온종일 체력을 쏟아부어
몸은 지쳐도 어쩐지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날.

그저 하루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뿌듯해 피로감이 싹 가시는 날.

우리에겐 오늘이 그랬다.
아니, 이곳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와서
보낸 날들이 매일 그랬다.

*

빈민가 청소년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진행했던 공연예술워크숍도,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합창올림픽 무대에 섰던 일도. 귀국을 앞두고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정말로 다른 이국적인 음식들에 맥주 한 잔 기울이는 지금 이 순간, 지나온 며칠간 흘린 땀과 뱉어낸 웃음, 쏟아낸 눈물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안줏거리가 된다.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자연스레 여기저기서 흥얼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노래로 꿈 꾸고, 노래로 밥 먹고, 노래로 이 먼 타국 땅까지 온 사람들이니, 이런 즐거운 자리에 노래가 빠질 수 있나. 그런 우리 모습이 흥미를 끌었는지, 유심히 바라보던 식당 직원이 손짓으로 인사하며 뜬금없이 내 앞에 내놓은 건, 이곳 아프리카의 악기인 젬베였다.

"오~"

작은 환호와 함께 멤버들의 시선도 이쪽으로 모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무대에서 느꼈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눈을 빛내며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들 사이엔, 길고 복잡한 말은 필요 없다.

"우리 나주평야 한 번 해야 하는 것 아냐?"

그 말이 불씨가 되어, 우리는 태극기 휘날리며 메달을 목에 걸었던 대회장에서의 열정을 다시금 이 작은 식당 안에서 불태우고 말았다.



(영상출처 : YouTube '하모나이즈')


몇 달 전, 집에 돌아오자마자 습관처럼 SNS를 확인하던 나에게, 이 영상은 예고 없이 찾아들었다. '하모나이즈'라는 그룹 이름도, '쇼콰이어'라는 장르도, '세계합창올림픽'이라는 전혀 생소한 대회도, 영상과 함께 노크도 없이 찾아와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버렸다. 그리고 이후로 문득 '아 그 노래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유튜브에 들어가 이 영상을 재생하고 또 재생했다. 3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는 노래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기도, 아무 생각 없이 감상만 하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부른 노래도 아닌데 내 감정이 벅차오를 건 또 뭔가. 그런데 정말 내가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일에 온몸의 감정을 풍덩 던져 넣을 정도로 여러 차례 감격한 것 같다. 그 결과로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음에도 마치 젬베를 연주하신 단원분인 척 이야기를 지어낸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전하고 싶다.

Show choir¹, 혹은 swing choir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합창과 춤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며, 때로는 어떤 이야기나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뮤지컬 드라마 'Glee'를 떠올리면 어떤 장르인지 바로 이해가 될 것 같다. 한때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건만, 스토리와 퍼포먼스 외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게 신기하다. 쇼콰이어라는 장르가 이때까지 생소했던 걸 보면. 이전까지는 세계인들이 모여 화음을 나누는 대회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한순간에 하모나이즈의 메달 소식을 접하고 내가 대신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상을 보며 나도 저런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여러 번 생각했는데, 막상 하모나이즈 공식 페이지에서 신입 단원을 모집한다는 정식 공고를 보니 물에 빠진 솜사탕마냥 쪼그라들어 가라앉는다. 왜냐하면 나는 노래를 못하기 때문이다.

종종 그래왔듯이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보다 할 수 없는 이유가 더 많아 슬픈 나는, 지원서를 쓰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또다시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대리 감동을 느끼고 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왜 특히 더 멋있는 걸까? 스무살이 넘어서야 '취미'라는 이름으로 음악에 흥미를 붙인 나는, 그 전까지는 가까이 생각해본 적도 없던 음악이 애틋해 미칠 노릇이다. 부디 대한민국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쇼콰이어 그룹 하모나이즈가 내 몫까지 열심히, 오래오래 노래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번 영상처럼 오래도록 울림을 주는 영상을 이따금, 문득 생각날 때 한 번씩 마주 했으면 좋겠다.



(영상출처 : YouTube '하모나이즈')







류소현.jpg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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