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독을 노래하는,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 [음악]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글 입력 2018.10.2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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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을에는 늘 김사월이 있었다. 열여덟 가을에도, 수능을 보던 해에도, 그리고 스무살이 된 이후 맞이한 어른의 시간들에도. 나는 힘이 들 때면 항상 김사월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노래는 마치 내가 부르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 가사 하나하나, 목소리에 담긴 감정 모든 게 전부 다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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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미움들을 멈추고 싶어

- <너무 많은 연애 中>



열 여덟 가을 무렵. 어딘가 방황하듯 음원사이트를 뒤적거리며 새로운 음악을 찾아 헤메이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기분이 울적하고 우울해 질 수록 어떤 것들에 더 몰두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발견했던 한 인디 컴필레이션 앨범. 그곳에 김사월의 노래가 있었다. '어쩔 수 없겠지.' 서늘하고 쓸쓸한 노랫말로 노래하는 그 목소리에 나는 어딘가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뭐가 그렇게 힘들고 고민이 많았는지, 나는 울적한 기분에 젖어 그 노래와 함께 가을을 보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학원을 가던 일요일 오후였었나. 그 때 이어폰에 흐르던 김사월의 노래와, 가을 냄새, 그리고 우울한 기분으로 떨어진 낙엽들을 밟았던 그날. 축 처진 어깨로 버스에서 내리던 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김사월X김해원의 앨범이 나왔고, 그 서늘함이 나는 너무도 좋아 닳고 닳도록 앨범을 들었더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수능을 코앞에 둔 고3이 되고, 그 때 김사월의 첫 솔로 앨범이 나왔다. 학교에서 야자를 끝내고 돌아오는 하굣길에서도, 잠들기 전 침대에서도, 나는 그 노래들을 어디에서든 꺼내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처연하고도 애처로운 가사들, 그 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목소리. 나는 그 노래들을 들으며 꽤나 자주 울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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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맞이한 스무살. 그렇게도 갈망하고 바라던 어른이 되었다. 새로운 학교생활, 낯선 사람들.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동아리 생활까지 해가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얼마 동안은 김사월의 노래를 듣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듣는다면 그 불안하고 힘겨웠던 시간들이 다시금 생각날 것 같아서. 하지만 또 다시 계절은 돌아오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돌아왔다. 힘겹고 지치는 순간들은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이였다. 나는 다시 김사월의 노래를 찾았고, 그녀는 마침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던 데모곡들과 신곡들을 모아 라이브 앨범 <7102>를 발매했다. 그녀는 목소리는 어딘가 단단해진 느낌이었고 감정은 더 깊어진 것 같았다.

나는 왜 이토록 김사월의 노래를 좋아하는 걸까. 김사월의 노래들은 꼭 내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 목소리가, 그 섬세한 감정들의 가사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았다. 이를테면, '너의 앞에선 내 모든 건 아무것도 아니야' (아름다워),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 (너무 많은 연애), '피할 수 없는 멈출 수도 없는 기나긴 터널이 얼마나 쓸쓸한지 당신도 아시죠' (8월 밤의 고백), '오랫동안 너를 좋아했지 얼마냐고 하면 나조차 모르게' (프라하), '사랑보다 먼저 넌 나를 사랑하라 했잖아' (로맨스), '너무 초라해 몰래 원한 너의 진심' (수잔) 과 같은 주옥같은 가사들. 이 모든 얘기들이 다 내 이야기만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슬프고 어두운 가사들 속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항상 빛이 났다. 여리고 불안정해 보였지만 그 뒤에는 늘 삶에 굴복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놓여진 상황을 긍정하지는 못하더라도 다가올 내일을 살아가겠다는 강한 의지 같은 것들. 자신의 처지를 담담하게 노래하는 김사월은 내게 크나큰 위안이 되었고 지금의 어둠을 헤쳐나갈 용기를 건넸다.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들이구나. 이것 또한 지나가겠구나. 그녀는 나를 버티게 했다. 살아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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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발매된 그녀의 2집.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오롯이 노래하고 있다. 그녀는 외롭고 쓸쓸한 우리네 삶을 노래하지만, 그녀의 노래들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나는 그녀가 오래오래 노래해 주었으면 좋겠다. 솔직하고 꾸밈없이 담담한 그 가사들로, 서늘한 그 목소리로.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앞으로 계속 걸어가며 살아가는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노래 안에 담긴 따뜻한 진심을 나는 느낀다. 김사월은 오늘도 노래한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와 함께 있어달라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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