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자인 매거진 CA #240 (9-10월호)

Inspiration, 잡지의 순기능
글 입력 2018.10.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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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0
(9-10월호)


Since 1998.

우리의 관심은 딱 한 가지.
한 사람의 좋은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잡지와 단행본과 컨퍼런스를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모든 일이 창조적인 작업(Creative Artworks)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삶의 외연을 넓히는 이야기.




잡지에 대한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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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잡지 한 권을 받았다. 디자인 매거진 CA의 9-10월호 였는데, 매거진이라기엔 꽤나 큰 크기, 반질반질한 표지와 서걱거리는 종이의 질감. 꾸준히  챙겨놓는 대학내일을 제외하고는 퍽이나 오랜만에 만지는 종이 잡지였다. 종이책 특유의 질감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이기에 주간지가 아닌 월간지의 두툼한 무게감과 감촉은 책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한껏 높여주었다. 잡지의 특징이라고 해야할까...각 매체는 각자가 가지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매거진은 뭐랄까, 온갖 영감을 주는 요소들을 가득가득 모아놓은 느낌이다. 물론 일부 여성지와 패션지는 광고로 그득그득 차있지만 말이다.

사실 이번 문화초대를 신청한 건, 디자인 매거진 CA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잡지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회귀하는(?) 관심의 일환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나에게 생긴 꿈은 패션지 에디터였다. 하나의 컨셉을 정하고, 무언가를 쓰고, 사진으로 말하는 잡지의 방식은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일종의 흥미로운 탐구 주제였다. 지금보다 거의 10년 전이었기에, 콘텐츠의 방식이 그리 다양하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컨셉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전달방식이 나를 사로잡았었다. 왜 굳이 패션지 에디터가 꿈이었나. 사실 패션지보다는 ‘에디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당시 10대였던 내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잡지의 종류가 패션지였기 때문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에 불과했다.

매 시즌 패션위크를 챙겨보고, 한 달 용돈을 모두 잡지 구독하는데 쓰다가 엄마한테 혼나고, 안나 윈투어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곤 했던 광란의 시기가 지나고, 이 꿈은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동물권리에 대한 관심과 함께 대부분의 여성지는 기존의 가부장적 가치를 여성에게 내면화 시키는 도구이고, 광고판이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패션지에 대한 애정이 단칼에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는 알음알음 다른 분야에 대한 잡지로 그 관심이 옮겨갔고, 이후에는 매체나 플랫폼에 관계없이 콘텐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대학교 4년동안 나는 문화를 공부했고, 미디어를 공부했고, ‘문화콘텐츠’란 단어를 주구장창 자기소개 앞머리에 달고 다녔다. 여러 플랫폼과 매체의 형태를 보고 배우며 지내고 있지만, 요즘은 인쇄매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관심이 다시 잡지로 돌아서고 있다. 요즘 잡지사들은 인쇄매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미 온라인플랫폼으로 형태를 확장했거나,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굳이 종이책이 아니라도 잡지 발행인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 빠르게 돌아가는 콘텐츠 소비 패턴에서 책보다는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다시 나의 관심이 잡지를 향해가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종이책의 매력도 잡지를 찾게 하는 이유다.

 

커버스토리-책디자인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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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길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이번 디자인 매거진 CA #240(2018년 9-10월호)의 커버 스토리는 ‘책 디자인의 구조’다. 외부 표지디자인부터, 내부 디자인, 시리즈 기획, 띠지, 타이포그래피 등 책 한 권이 인쇄소에서부터 서점의 매대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이 요약적으로 나와있다. 처음 이 파트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디자이너들은 영혼을 갈아 작업을 하는구나' 였다. 카톡으로 디자인 전공의 친구들에게 뜬금없는 화이팅을 보냈다. 졸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들에게 막학기 인문대생이 보내는 심심한 위로였다. 친구들은 황당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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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디자인적인 영감이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파악하는 수준으로 이해를 해가며 페이지를 넘기는 와중에 눈길을 잡아끌었던 개념이 있었다. 바로'저자로서의 디자이너'. 사실 이 개념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간단한 사실이다. 디자이너란 비언어인 디자인을 매개로 메세지를 전하는 저자라는 사실. 산업 측면에서는 디자인이 대부분 제품의 일부로 들어가면서 그 가치를 제품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인식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몇몇 있다. 실제로 복사 붙여넣기를 통해 기계적인 디자인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일반인과 예술가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p.147, 배민영 갤러리 서울 대표 VOICES 참고) 디자인  행위의 본질은 비언어커뮤니케이션의 여러 형태 중 하나다.

실제로 디자인이 가지는 가치는 크다. 내가 그나마 지식을 가진 마케팅 분야에서만 해도 디자인은 제품의 기획단계인 초기부터 타겟의 특성을 파악, 니즈를 반영에 구성되어야하는 컨셉이다. 말 그대로 제품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초기 4P 단계에서 고려되어야하는 분야다. 소비자의 눈에 들어야 살아남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날의 제품들에게 그들에게 입혀지는 옷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초기 이미지 메이킹의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디자이너들이고, 이를 이어서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이미지를 메이킹하는 건 마케터와 대행사의 몫이다. 정말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디자인을 잘 뽑아주면 그만큼 마케터의 일이 쉬워진다는 뜻이다. (물론 아이팟처럼 콩나물 대가리라고 놀림받았어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예외는 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짧은 회사 생활만 보더라도  디자인의 힘은 늘 과소평가되고 있거나, 산업적인 구조로 인해 발현되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 비일비재한 현실이 안타까운 면이 있다.



익숙한 듯 낯선, 을지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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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메인 굵직한 아이템 중 또 시선을 사로잡는 하나는 '을지로 창작생활'이다. 인쇄소가 즐비해서 디자이너들이 꼭 한 번 거쳐가야하는 곳이었던 을지로에 디자이너들이 터를 잡기 시작했다. 복잡하고 시끄럽고 정신사나운 을지로의 미로 속에서 살아가는 디자이너들과, 독립서점 주인, 뮤지션 등의 크리에이터의 이야기를 담았다. 을지로에서 방산시장까지 이어지는 그 구간은 몇 번 안 가보긴 했지만 뭔가 그 공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생업과 실용의 거대한 미로, 생활의 피로와 활기가 넘치는 곳이란 단어가 좋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업과 실용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탐구해나가는 듯한 이들의 이야기도 즐겁게 읽었다.



잡지의 순기능 - 영감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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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직접 나서거나 멀리 나가지 않고도 영감을 얻을 소스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호를 통해서 또 이렇게 새로운 브런치 글을 구독하고 새로운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 사실 요즘 좋게 말하면 일상을 편안하게, 나쁘게 말하면 타성에 젖어서 지냈다. 내가 원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들의 간극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을 넘기 싫어서 미적거리고 있었다. 전시를 보러 간 적도 오래되었고 책도 잘 안 읽고 하루 하루 수업을 가고 운동을 하고 멍 때리며 지내던 나에게 '세상엔 이런 사람들도 있어!' 라고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느낌이랄까. 방구석에서 세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inspiration보단 work가 중요하다고 매번 말하고 다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나.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해준 매거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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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한여름을 지내고 난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던
치열한 더위를 지나오느라
조금 까슬한 표정이 되지는 않았나요?

기대하던 가을 품은 공기 사이를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옆구리에 한 권 책 잊지 마세요.

어떤 책을 들고 나갈지 고민하는 시간은
얼마든지 길어도 좋아요.

오늘의 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당신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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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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