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글 입력 2018.10.1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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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반복된 일상에 회의감이 든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회사에 다니면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까지 미뤄두면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회사에서 일이 너무 바쁘고, 내부에서 좋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것을 감당하면서 버텨내는 것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 올해가 가는데 이런 복잡한 머릿속을 한 번에 정리하고 싶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현재를 좀 더 괜찮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떠나는 날짜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생각해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일정과 숙박, 경로 등을 미리 정하고 가는 것이 좋은데 그런 것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증에 빠져버렸다면 과연 여행이 내 마음을 달래는데 도움이 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라고 결론이 난다.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는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동안 내가 생각해온 가치관은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등 나에게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나에게도 필요할 것 같은 그 길을 먼저 걸어본 그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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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에서는 몇 가지 마법이 일어난다. 첫 번째는 만날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마법은 필요한 것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퇴근시간이 겹쳐서 자주 만나는 사람, 회사 사람들, 옆 회사 사람들, 아파트 이웃, 경비 아저씨.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내가 걷는 방향을 따라가보면 사람들이 존재한다. 비록 이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만났다는 것은 인연이라고 본다.

아주 예전에 A라는 활동을 같이 했던 사람과 B라는 활동에서 또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학교 출신을 같은 직장에서 만났다. 이렇게 사람 간의 사이가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던 이후로는 최대한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한다. 언제 어디서 또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정말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사이가 서먹하거나 어색했던 친구들을 더 가까이서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거 같다. 마치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한번 점검을 해보라는 것처럼,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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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늘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의사, 화가, 외교관, 야구 선수. 꿈이 뭐냐는 물음에 우리는 왜 기껏 직업을 떠올렸던 걸까? 장래에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묻는데, 겨우 '앞으로 이런 일을 해서 먹고살래요'라고 대답하는 건 참으로 딱한 일이다.



나도 작가와 비슷한 생각이다. 장래희망은 늘 어려웠고, 무난하게 '공무원'으로 적어냈던 것 같다. 예전부터 현실성이 있었고 내가 아는 나의 성격대로 가장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하지만 정말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웠다.

아직도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어른들은 전혀 깨닫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그 아이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의미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은 공부만 하게 되어 있는데 꿈까지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것은 너무 힘든 현실이라고 본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경험을 해보고, 천천히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 나섰으면 좋겠다.

간신히 나는 방향을 잡았다. 비록 그게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주변에 떠들고 다닌다. 나 이런 일하고 싶다고. 그러다 보면 내뱉은 말이 있으니까 안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꼭 이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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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보니 돌무더기가 화살표 모양으로 놓여 있다. 누군가 무거운 돌을 옮겨와 표식을 남긴 것이다. 그가 이끌어 주는 길을 걸으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너의 화살표는 무엇이냐?"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잘하고,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서 방향을 정하는 기간이 매우 다르다. 빨리 찾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정하지 못한 사람은 불안한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자기가 정하지 않고 급하다고 남을 따라가는 것은 결국 후회가 남는다. 따라서 신중하게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 인생의 숙제다.

내가 정한 20대의 숙제는 '나의 꿈에 도달하기'다. 꿈은 정했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알고, 이제는 노력과 도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당장 내일까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포기하지 않고 하는 데까지 가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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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독자에게 직접적인 위로를 해주지 않았다. 다만 그가 겪은 상황들과 자신이 받아들인 과정을 상세히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작가의 감정변화에 함께 울고 웃었다.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대화를 삽입하여 몰입감을 더해주어 글이 잘 읽혔다.

덕분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버킷리스트에 저장해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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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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