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하지 못해도 온전히 느껴지는 진심, '그 개'

글 입력 2018.10.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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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해도 온전히 느껴지는 진심
'그 개'


9. 그 개_해일과 무스탕 영수와 선영 장강과 보쓰.jpg
 


틱 장애를 앓는 해일이 키우는 개 '무스탕'과 부잣집 회장님의 반려견 '보쓰'. 이 한 줄의 상황 설정으로 연극이 흘러갈 방향이 짐작되는가? 혹여나 그렇다면 당신은 작가와 통했다. 고백하자면 필자 역시 상황 설정만으로 짐작했던 방향성이 있었고, 때문에 도리어 기대가 크지 않았다. '어찌어찌하여 어찌어찌되는 감동의 이야기이거나, 현실 고발의 성격이 짙은 비극의 이야기이겠거니...'하는 생각을 갖고 공연장을 찾은 것이 이 연극을 임하는 자세였다.

획기적인 반전은 없었다. 그러나 '참 잘 만든 연극 한편을 보았다'라는 잔상은 오래도록 남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제목부터 '그 개'이지만, 이 연극에는 진짜 개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에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순수한 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무스탕' 배역의 배우와 마당 넓은 부잣집에 한 마리씩 있을법한 셰퍼드를 연상시키는 '보쓰' 배역의 배우가 연기하는 개의 모습은 때때로 진짜 개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주인과의 교감과 극에서 의도한 바를 적절한 타이밍에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진짜 개가 아닌 사람이 연기하는 개를 투입시키는 일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연기의 정도, 교감의 정도에 따라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많은 부분 달라질 수 있다는 위험 또한 동반하는 설정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관객의 한 명으로서 진짜 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몇 차례 일어난 정도라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최근의 연극 작품들에서 심플하지만 기능을 극대화한 무대 설정이 자주 보인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 경우 중 하나로 경사면을 활용하여 공간 전환을 일으키는 구성은 아주 적절했다. 뮤지컬을 보는 듯 극단의 여러 배우들이 주요 배우들을 둘러싸고 함께 안무를 하거나 대사를 뱉어내는 장면들을 연출함에 있어서도 아주 적절한 구조였고,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감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이야기를 꺼냄에 있어 좀 선순이 뒤바뀐 감이 없지 않지만, 각각의 배역마다 갖춰진 훌륭한 연기력이 보태어지니 전체적으로 균형 있고, 전달이 명확하고, 재미와 감동 역시 있었다. 이 부분이 사실 키포인트 아니겠는가.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재미와 감동이 없다면,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가 지향하는 바,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지점들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10. 그 개_해일과 무스탕.jpg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국에는 첫인상으로부터 시작되어 해결되지 않는 난제와 같은 것인데... 지나치게 극단적인 설정에 대한 것이다. 왜 가난하고 어려운 집의 아이는 틱 장애까지 떠안은 비극의 주인공 이어야 하며, 그 주인공이 키우는 개는 지극히 충직하고 순수한 반면에, 부잣집 회장님의 반려견은 사납기 그지없어서 결국에는 사고를 치고야 마는 설정이어야 하는지... . 물론 이 시대의 현실에 대한 고발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대비는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난이 비극을 부르고, 부유함이 죄를 면제시키는 이러한 대비에도 반전이 있다거나, 애당초 조금은 새로운 설정이 가미되었더라면 오히려 보다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다.

덧붙여 보다 오래 지속되는 공연이려면, 작품의 제목을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려해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개'라 하면 솔직히 기대감이 드는 제목은 아니니까. 어쩐지 'the dog'와 같은 영어식 느낌도 들고, 좀 밋밋하다. 다수의 관객을 집중시킬만한 그런 제목으로 재탄생하여 매년, 매월 롱런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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