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05. 아이들의 마음 앞에 서 있는 어른들에게

우리, 망설이지 말고 문을 두드리자.
글 입력 2018.10.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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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면 그들에게서 부정적인 기운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크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부터 아이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까지, 대부분의 영화는 우리들로 하여금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언제까지나 사랑 속에 있고 관심의 대상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린이'와 '어린이날'이라는 용어가 1900년대 초에 비로소 사용됐다는 것을 보면, 아동의 권리와 복지 증진을 위한 노력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애석히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번 사각지대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너는 착한 아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 놓인 어린이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 그리고 '매직 캐슬'



파스텔 톤으로 예쁘게 칠해진 건물과 그 위에 뚜렷하게 비친 무지개,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포스터는 영화가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음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영화 속 배경도 화려하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디즈니월드와 그 건너편 라벤더색 모텔 ‘매직 캐슬’은 마치 동화 속의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과 포스터와는 달리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퍽 어둡다.


영화의 주인공 무니와 스쿠티, 젠시는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모텔, '매직 캐슬'에서 지내는 꼬마 악동들이다. 아이들은 다양한 사고를 일으키지만 6살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크린 속에 비친 그들을 마냥 흐뭇하게 바라보기에는 당황스러운 장면들이 있다. '매직 캐슬'의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게 욕이 입에 붙어있거나 빈집에 불을 지르는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은 관객들을 퍽 당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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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이들의 언행에 대해 원인을 따져보자면 양육 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양육에 있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미국에서 무니의 엄마 핼리는 '좋은 부모'와 거리가 멀다. 핼리는 무니에게 무한대의 사랑과 자유, 지지를 주지만 사실상 방치해 각종 범죄와 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이처럼 영화는 모텔 '매직 캐슬'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의 현실을 관객에게 직접 보여준다.


무니는 분명 사랑받고 있고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핼리와 아동 보호국 직원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무니가 그들로부터 도망칠 때, 우리는 핼리와 무니 모녀를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성매매를 통해 숙박료를 내고 그런 불법적인 과정에서 아이가 노출되는 상황이 있었음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는 순간, 하던 응원을 멈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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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존중하고 지켜줄 수 있을까. 철없는 엄마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무니가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가 존중받는 것이 양육 환경보다 중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이렇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아이러니함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무니는 젠시의 손을 잡고 환상의 나라 ‘디즈니 월드’로 달려나간다. 어쩌면 꿈과 환상의 세계로 사라지는 동화 같은 결말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그 상황 속에 놓인 ‘아이’의 의견과 권리는 철저히 배제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비참한 현실을 아름답게 아이들의 눈으로 포장하고 외면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영화에서 나오게 된다.




을 두드릴 용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영화 <너는 착한 아이>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데서 나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는 모든 이야기가 '아이'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지만,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교사인 '오카노'의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로서 첫 번째 해를 보내는 오카노는 아직 요령이 없지만 아이들과 부딪히며 성장해 나간다. 특히 오카노는 학생 '간다'를 통해 아이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오카노가 간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는 '가정'이 마냥 안전한 울타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당신이 우리 집안일에 무슨 상관이야?"라는 부모의 대꾸에 돌아설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가 유독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이와 관련된 문제가 남이 관여하기 힘든 '그 가정의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아이들인 경우가 높다. 이처럼 가정은 안락한 안식처일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스스로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외부와 차단된 공간일 수 있다. 영화는 간다의 상황을 통해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오히려 아동 인권 사각지대를 만들어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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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역시 확실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학대 속에 놓인 아이를 직접 구출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오카노의 누나가 그에게 "내가 애한테 잘해주니까 애도 착하게 크더라. 그러니까 애를 예뻐하면 세상이 평화로워지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아동 학대는 그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녀의 말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어른의 관심이라고 말한다. 착한 아이는 곧 그 사회의 어른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방식을 떠올려보면, 이 말에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영화는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태도로 마무리하며 우리에게 아동 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바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 아이들이 행복해졌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카노가 간다의 집 문을 두드리며 그의 상황을 함께 지켜봐 주겠다는 것만으로도 착한 아이를 지켜줄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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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있는 문은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의 마음 아닐까. 초짜 선생님에 불과했던 오카노가 간다의 집 문을 두드릴 용기를 낸 것처럼 우리도 아이들의 닫힌 마음에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학대받지 않도록 우리, 망설이지 말고 문을 두드리자.



[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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