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인사이드아웃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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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영화라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정도였다. 언젠가 다시 봐야지 하고 계속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역시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고 볼 때마다 픽사의 상상력에 놀라는 작품이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있다. 그 안에는 기쁨과 슬픔, 까칠, 분노, 소심 다섯 가지의 감정들이 열심히 일을 하며 그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고 상황에 따라 맞는 감정을 표출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라일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처음 눈을 떴을 때 라일리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기쁨이만 존재하지만 커갈수록 다양한 감정들이 생겨나고 그것들은 곧 라일리가 된다.
어느 날 라일리는 샌프란시스코로 전학을 가게 되고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여러 가지 감정이 오가는 가운데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는 라일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슬픔이는 자신도 모르게 기억들에 계속 손을 대면서 라일리의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게 만든다.
슬픔과 기쁨이의 갈등이 영화 중반부에 걸쳐 드러나고 둘의 소동을 인해 장기기억소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두 가지의 감정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라일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라일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두 감정들의 갈등은 영화 초반과 중반을 거쳐 진행되고 후반이 돼서야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기쁨이다. 기쁨은 기억의 구슬들을 노란빛으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라일리에게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억’을 관리한다.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쁨이는 마치 감정들의 리더처럼 보인다.
반면, 그 안에서 슬픔은 등한시 된다. 슬픔이가 구슬을 만지기만 해도 푸른빛으로 변하고 그 기억은 슬픈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슬픔이가 감정계기판에 손대기라도 할 때에는 라일리는 우울해하며 눈물을 쏟는다.
라일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기쁨은 노력을 했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슬픔은 와서 모든 일을 망쳐놓았다. 사실 그런 슬픔이 얄밉기도 했다. 그렇게 슬픔이 자체에 반감이 생긴 것 같았다. 기쁨은 슬픔이에게 화를 내고, 타이른다. 그렇게 슬픔은 나쁘고, 부정적이고 필요 없는 존재로 인식이 된다. 둘은 함께할 수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 기쁨은 구석에 버려진 노란빛 구슬을 발견하고 그 이면에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인사이드아웃>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오로지 하나의 감정만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슬픈 감정이 존재해야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듯이, 사람이란 복잡한 동물에 한 가지 감정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쉬이 슬픔, 우울 등을 숨기며 살아간다.
기쁨이가 슬픔이를 원안에 가두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처럼, 나는 그런 감정들에 있어 숨기기에 급급한 사람이 된 거 같다. 우울을 느낄 때 표현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던 것 같다. 또는 어떻게든 떨쳐 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우리는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슬프고 분노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속으로 삭히며 지나가는데 이것들은 나중에 더 큰 독이 되어 돌아오곤 한다. 분노가 화낼 상황에서 주변의 말을 듣지 않고 행동하는 것처럼, 슬픔이 기억들에 손을 대면서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냥 화낼 때는 화를 내고, 슬플 때는 슬퍼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세상에 나와 혼자 살아갈 수 없듯이 감정도 마찬가지다. 홀로 설수 있는 감정은 없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듯이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예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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