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기가 네 집이야, 언제까지나. [영화]

글 입력 2018.10.0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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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는 다른, 쉽게 말해 ‘이복동생’이라는 소재가 아주 낯설지는 않다. 흔히 ‘막장’드라마라 불리는 자극적인 이야기의 단골 소재로는 더욱 익숙하다. ‘이복동생’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주인공은 모습은 언제나 혼란스러워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과연 그 아이는 나의 가족일까?


그렇다면 또 가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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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 아니 네 자매


이러한 물음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참으로 담담하게 답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첫째 언니 ‘사치’는 동생인 ‘스즈’에게 먼저 다가갔다. 다른 두 언니도 마찬가지다. 정말 친동생처럼, 서로의 모습을 보며 닮았다는 말도 하고 추억이 깃든 음식들도 나눠 먹는다. 엄마가 알려주었던 해물 카레를 만들어 스즈에게 주고, 엄마가 집을 떠난 후 줄곧 사치가 만들어왔던 매실주를 스즈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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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즈는 쉽게 언니들 앞에서 아버지의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스즈가 처음으로 ‘치카’언니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했다. 치카가 해준 어묵 카레를 먹고 사실 아버지가 ‘시라스동’(잔 멸치 덮밥)을 자주 해주었다고 고백한다. 치카는 아버지의 얘기가 더 듣고 싶다고 대답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는 사치가 먼저 스즈에게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그런 언니에게 스즈도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자신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처음으로 언니 앞에서 말했다. 이들은 비로소 가족이 되었다.



누구의 탓도 아니야.



“난 여기 있어도 될까?
나의 존재만으로 상처받는 사람이 있어.”



바람을 핀 아빠도, 자신을 두고 떠났던 엄마도, 자신의 존재 자체가 언니들의 상처라고 생각했던 스즈도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영화는 잔잔하고 담담한 서사 속에서 결코 관객들에게 이들을 이해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아빠도, 엄마도, 스즈도 이해하게 된다.


사치와 스즈는 닮아있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을 혼자 보내야 했던 사치와, ‘불륜’이라 손가락질받았던 엄마 아빠에게서 자란 스즈의 어린 시절도 순탄하지 않았다. 이 둘은 같은 아버지로 인해 비슷한 아픔을 가지게 되었다. 스즈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치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빠와 엄마에 대한 원망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기를 향한 자책도, 누군가를 향한 원망도 ‘이해’ 앞에서는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사치와 스즈는 서로를 이해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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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가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남이지만 언제든 가족이 될 수 있고,  또 혈연에 의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언제든 남이 될 수 있다.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특정한 조건과 자격이 아닌 이해노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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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담애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것은 가족 뒤에 숨은 ‘관계’이다.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우리에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사하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은 울림을 줄 것이다.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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