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조선의 위험한 신데렐라, 궁 장녹수전 [공연]

조선 최고 예인 장녹수가 선물하는 한국 고유의 춤
글 입력 2018.09.29 18: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8-09-20 01;51;07.jpg
 


궁 장녹수전

조선 1494년에서 1506년 연산군의 재위 기간동안, 벌어졌던 '희대의 요부'라고 알려졌던 장녹수가 사실은 조선의 최고의 예인이었다!

장녹수는 천재적인 기예와 끼를 갖고 있는 종이었다. 예종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에 즉위하지 못한 왕자 '제안대군'이 가노비였던 장녹수를 엄청난 기예를 가진 인물로 키워준다. 저택을 찾은 연산군의 눈에 띄어 장녹수는 궁에 입궐하게 된다. 즉, 천하고 가난한 노비인 장녹수가 기생이 되고 왕에게 발탁되는 과정을 다룬 신분 상승 이야기, 조선의 '신데렐라' 이야기이다. 다만 신데렐라와 다른 것은 신데렐라는 수동적으로 왕자의 아내가 되었지만, 장녹수는 최선을 다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최고의 자리에 섰다는 것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정말 많은 웹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사용된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바보같이 멍청해서 자기의 이득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남자가 와서 엄청난 돈을 가진 아내가 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한때 웹소설에 빠졌던 적이 있는데 정말 한 소설도 빼지 않고, 여주인공들이 가난하고 악착같이 알바를 해서 돈을 모우고, 부모님은 없는 상태라 고아라고 천대받는 입장인데 알고보니 갑부였던 남자 주인공과 다투다가 결국은 결혼해서 돈이 많게 되고 갑자기 부모님도 찾게 된다.

그런 이야기에 염증을 느껴서 더이상 웹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다. 결국 주인공만 달라지고 주인공의 상태, 환경은 다 똑같은 이야기. 어디서부터 복제를 한 건지, 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다보면 자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 글을 쓴 것이겠지만, 정말 주인공과 글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몇가지만 조금 바꿨다 싶은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신데렐라 자기가 돈을 벌면 안되는건가? 꼭 행복한 결말에는 남자가 있어야 완성이 되는 건가? 자기가 돈을 벌 때는 그토록 고난하고 험난했던 인생이 어떻게 남자 한번 잘 만났다고 술술 풀어질 수가 있지? 물론 우리나라같이 가난한 자는 돈을 벌어도 가난하고, 부자들은 가만히 앉아도 돈이 들어오는 사회라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이미 부자인 사람을 만나 부자가 되는 이야기가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주인공들이 악착같이 살려는데도 불구하고 남자의 힘으로 성공을 하게 되는 진부한 이야기에 치가 떨렸다.


2장_입궐한장녹수.jpg
 


그런데도 나는, <조선의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말하는 '궁장녹수전'의 문화초대를 신데렐라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따지지 않고 신청해버렸다. 진부해하면서도 이번엔 또 다를지도 모른다고, 새로운 기대를 하는 것이다. 새롭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조선에 500년 전에 일어났던 이야기라면 좀 더 재밌게 현실감있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또 자기 암시를 건 것일수도 있다.


2장_기녀들과 녹수의 장고춤.jpg
 


원래 장녹수라는 인물은 기예를 강조하기보다는 권력욕의 상징인, 희대의 요부라고 한다. 연산군을 유혹하고, 궁궐에 입궐한 뒤에는 왕의 곤룡포를 몸에 걸쳐보며 엄청난 탐욕을 내비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원래부터 가졌던 사람보다는, 확실히 원래는 없던 자가 무언가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그 결핍과 결여라는 감정은 충족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강렬해진다. 원래는 하나만 먹어도 만족할 수 있는 케익을, 1년간 참는다면 분명 열 조각을 먹어도 한 판을 다 먹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연산군은 학창 시절에 역사를 배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장 폭정을 일삼던 왕으로 알려져있지만, '궁 장녹수전'에서는 가장 풍류를 사랑했던 왕이기도 하다. 연산과 장녹수의 '한바탕 잘 놀았노라'라는 말로 비극적인 풍류로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평소에 초점을 맞춘 폭력과 비극, 배신과는 다르게 조선의 풍류를 살려 녹아내었다는 점에서 무척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2장_기녀_녹수의부채춤.jpg



장녹수전에 나오는 춤과 전통 요소


극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배경으로 등불츰과, 서민의 놀이문화를 펼친다고 한다. 프롤로그에서 버나놀이, 콩주머니 던지기를 관객 참여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정동극장의 클래식한 공연장 특성상 어떻게 콩주머니 던지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람 한 두명을 나오게 해서 진행하는 걸까, 아니면 관객에게 콩주머니를 던져주며 선물을 주는 걸까, 은근스레 기대하게 만든다. 관객이 전부 다 무대로 올라가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텐데 무척이나 궁금하다.


4장_입궐한녹수_가인전목단춤.jpg
 

장녹수가 장고춤, 한량춤, 교방무 등을 추고, 가인전목단, 선유락을 춘다. 장녹수의 신분에 따라 추는 춤의 신분과 이미지도 따라 높아진다. 장고춤이란 장고에 끈을 달아 비스듬히 어깨에 둘러메고 장고를 두드리며 추는 춤으로 기방 형태로 나타난다. 교방무는 기녀를 중심으로 한 기무를 관장하던 기간인 교방에서 가르치고 배워 추던 춤을 의미한다. 가인전목단은 궁중정재, 궁중무용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모란을 꺾는다'는 뜻으로 중앙에 모란 꽃병을 놓고 춤을 추는 아름다운 춤이며, '선유락'은 궁중정재의 한 종류로, 화려하게 단장한 배를 끌고 나와 배 가는 시늉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춤이라고 한다.

장녹수가 시간이 지나서 장고춤과 한량춤을 더 이상 추지는 않게 되겠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춤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그 춤들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궁: 장녹수전
- 세련된 전통공연의 탄생! -


일자 : 2018.04.05(목) ~ 12.29(토)

시간
화-토 4시
일, 월 공연없음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VIP석 60,000원
R석 50,000원
S석 4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48개월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75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궁 장녹수전_web_국문_최종.jpg
 

[박지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