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9월 [공연]

글 입력 2018.09.2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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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9월_포스터.jpg
 

기차역의 근호와 리아.
기차역을 찾은 선희와 해리.
기차역을 떠나려는 영주.
그리고 역무원.
  
9월의 기차역에 그들은 왜 머물러 있나.

*

연극 <9월> 시놉시스를 봐도 아무것도 예상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내용인 걸까..? 그저 기차역을 배경으로 진행되는구나-만 생각을 했다. 티켓이 정말 기차 티켓이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사실 홍대라길래 홍대인줄 알았는데 대학로여서 당일에 급히 혜화로 갔었다. 건물도 신기했고, 알 수 없는, 감이 안 잡히는 연극에 사람들이 줄 서서 가득가득 보러 왔다. 생소하면서도 궁금했다.

보고 나선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숨이 막혔다. 특히 배우분들 전부 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같이 끌려갔고, 정신력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이를 극대화하는 연출까지. 내용 자체도 음울한데, 이 모든 것들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극 시작이 정말 임팩트가 컸다. 중년 여성 배우, 극 중 '선희'가 허공을 보고 대사를 한다. 역에서 물건을 잃어버려서 찾아달라고. 그런데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실제로 내가 안 보이는 어떤 인물이 있나? 헷갈릴 정도로 흡입력이 강했다. 심상치 않아 심상치 않아.. 캐리어를 끌고 낯선 동네로 왔다.

굉장히 비좁은 공간이네,라고 생각한 건 내 착각이었다. 대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뒤에 까만 커튼이 열렸다. 안쪽의 무대가 굉장히 길었다. 역에 있는 의자가 양옆에 있고, 끝자락에는 역무원이 앉아 있었다. 킥보드를 타고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리아, 의자에 앉아 있는 근호, 영주. 화면 자체가 그림 같았다. 느리게 뛰는 선희와 함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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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정말 스릴러였다. 크게는 두 가지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내연녀(영주)가 있던 남편을 죽인 여자(선희)가 10년 징역을 살고 나왔는데, 사실은 폭력적인 남편에 항의해서 내연녀와 여자가 같이 남편을 살해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자는 딸)(해리)을 내연녀에게 맡긴다.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마침내 고향으로 온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친구 딸(?) 해리를 가진 내연녀였던 여자, 영주의 이야기이다. 영주는 친구(?) 선희를 취조했던 형사, 근호와 만나게 됐다. 영주 딸로 지낸 해리와, 형사와 지내며 낳은 둘째 딸 리아 이렇게 네 식구가 있다. 해리가 사진관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형사는 강간범을 쫓다가 다리에 칼을 맞고, 은퇴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혼해서 해리와 영주, 근호와 리아 나누어 산다. 근호, 리아네 집에 머무는 선희. 우연히 자신의 딸 해리를 보게 되고, 그렇게 극이 끝난다.

스토리를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배우분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같이 버거웠다. 능숙한 연출과 대사가.. 거슬리는 부분 없이 너무나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연극이었다. 연출도 배우도 스토리도 전부. 그래서 나는 그 무게감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너무 과한 몰입인 걸까. 그나마 첫 번째 이야기까지는 버틸만했었는데, 두 번째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머리가 터질뻔했다. 무대와 가까운 작은 소극장이어서 안 그래도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2차전까지 가게 되니까.. 진이 다 빠졌다. 너무 힘들어서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무거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니 엄청 지쳤다.

순서는 현재를 진행하면서 과거도 중간중간 섞여 나온다. 시간 순서는 뒤죽박죽이지만 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숨쉬듯이 따라갔다. 혼잡한 스토리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잘 풀어냈다. 게다가 연기는 정말 최고였고.. (그래서 더힘들었고) 특징이라면 대사가 전부 책읽는 느낌이었다. 일부러 딱딱한 말투로, 무겁게 의도했나보다. 연출가님 개성 엄청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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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두개의 이야기여서 소리지르는 부분이 = 클라이막스 부분이 몇 번 있었다. 너무 많이 질러서 같이 소모되어서 힘들었다. 첫번째 이야기만 했어도 충분히 좋았을텐데 갑자기 강간범 이야기까지 나오니까 '또???' 투머치 느낌도 났다. 배우분들이 강약을 다 조절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숨막히는, 너무 조용한 부분이 많았다. 정적은 가끔씩 써야 효과적일텐데, 너무나 많아서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공연시간 전체로 긴장을 많이 해서 힘들었다. 확실히 배테랑의 배테랑 연극이었다.

취향이 아니라고 느낀 점은.. 마지막 피날레가- 갑자기 음악이 나오면서 배우들이 춤을 춘다. 이건 70,80년대의 감성이랄까. 내 감성에는 맞지 않았다. 교수님들이 좋아할법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무조건 과제로 하면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다. 취향에 맞으면 정말 좋을 연극이었다. 서글픈 현실 상황에서도, 신나는 음악에 춤추는 - 아이러니한 대립적인 상황을 그리고 싶은 연출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뜬금없어 보였지. 반대적인 요소로 내 취향을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최종 결론은 묵-직한 배테랑의 배테랑 연극이었다! 교수님 멋있어요!!

  
바람소리처럼 멀리 사라져 간 인생길
우린 무슨 사랑 어떤 사랑했나
텅 빈 가슴 속에 가득 채울 것을 찾아서
우린 정처 없이 떠나가고 있네
여기 길 떠나는 저기 방황하는 사람아
우린 모두같이 떠나가고 있구나
끝없이 시작된 방랑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나는 울었네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_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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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9월

작 · 연출 : 설유진

기간 : 2018.09.14 – 2018.09.20 (월요일 휴무)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출연진 : 박지아, 류경인, 심완준, 황순미, 곽지숙, 정대용

러닝타임 : 90분

공연시간 : 평일 8시, 토 · 일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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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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