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를 끌어당긴 연극, < 그 개 > [공연]

글 입력 2018.09.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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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라는 장르와 친하지 않은 내가 이 작품에 꽂힌 이유는 전적으로 포스터 때문이었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연극 포스터와는 다른,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포스터가 흥미롭다. 이 연극, 분명 특별할 것만 같다. 물 위를 헤엄치는 소년과 강아지의 모습 아래에는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라. 세상 모든 공기가 물로 변했어.”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강아지를 향해 손을 뻗는 소년과 그런 소년을 바라보는 ‘그 개.’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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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는 모두 유기견이야."


훌쩍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장애가 있는 채 살아가는 해일과 운전기사 일을 하는 그의 아버지 상근. 가족을 위해 살아가면서 온갖 갑질을 일삼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인정받지 못하는 저택 주인 장강. 생활고에 시달리는 선영과 영수 등. 이 연극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제각기 다른 어려움과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아픔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어 보인다. 가난하든 그렇지 않든, 나쁘든 착하든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아픔을 끌어안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과 편집의 힘이 아닌 오로지 무대와 사람이 만들어내는 ‘극’이기에, 한 배우 한 배우가 연기하는 각 인물의 아픔에 관객으로서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극의 제목이 <그 개>인 만큼 ‘개’의 역할을 맡는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장강의 반려견인 ‘보쓰’와 유기견인 ‘무스탕’은 배우들이 어떤 모습으로 표현할지가 굉장히 기대된다. 또 이 극에서 각각의 개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매우 궁금하다. 도대체 ‘그 개’는 어떤 사고를 겪게 되며 그 사고로 각각의 인물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괜찮아, 우리는 모두 유기견이야.”라는 대사처럼 포스터 속의 ‘그 개’도 소년도, 관객인 나도 꽤나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저마다의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는 크고 작은 불행 속에서도 어찌 됐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품고 있기에, 불완전하고 상처받은 ‘유기견’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조금은 더 ‘행복’해 질 수 있겠다는 그런 어리석은 기대감 말이다.

 



극본 김은성


<그 개>를 창작한 ‘김은성’ 작가의 이전 작품을 찾아보았다. 많은 작품 중에 <함익>이라는 극이 흥미로웠다. <함익>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작가가 새로운 관점에서 재창작한 작품이다.



 

여러 짧은 영상들과 리뷰들을 찾아보면서 느낀 것은, 김은성 작가가 고전을 각색하는 시도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는 완벽히 햄릿을 지우고 <함익>을 만들어낸 듯하다. 덴마크의 왕자인 햄릿을 대한민국 재벌가의 ‘여성’인 함익으로 설정한 것이 흥미로웠다. 햄릿과 비슷한 상처를 가진 ‘함익’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복수를 해내는 ‘햄릿’이 될 것인지, 사랑하는 ‘은수’의 곁에서 복수를 포기하고 ‘줄리엣’으로 남을 것인지 갈등하고 고뇌하는 한 여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함익의 또 다른 자아로 ‘익’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거울 앞에서만 등장하는 또 다른 자아인 ‘익’과 그의 앞에서만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는 함익의 모습이 연극에서도 이러한 연출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함익>을 접하면서 <그 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너무나 유명한 기존의 ‘햄릿’을 완전히 지워내고 한 사람의 고독을 진지하게 그려 낸 작품을 연극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그동안 연극이라는 것은 항상 가볍고, 오락적인 요소가 많은 가벼운 장르라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얼마나 선입견에 갇혀 있었는지 새삼 느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끌어낸 김은성 작가의 새로운 시각은 나에게 새로운 흥분감을 주었다.

창작극 <그 개>를 통해서 김은성 작가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어떤 새로운 시각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까. 어쩌면 나에게는 멀기만 했던 연극을 사랑하게 될지 모른다는 섣부른 기대감마저 든다.



about 서울시극단


서울시극단은 1997년, 한국 연극인과 문화계의 기대 속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7년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서울시극단은 대중성, 예술성, 공공성에 기반을 둔 작품을 개발하며, 참신한 연극적 작업을 활발히 진행해오고 있다.

<그 개>는 창작극으로 2016년 서울시극단의 <함익>에서 '햄릿'을 재해석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가 김은성의 신작이다. 동아 연극상 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차범석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현대사의 비극과 실존적 고민이라는 동시대적인 이야기를 치열하게 파고드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은성이 <로풍찬 유랑극장>, <썬샤인의 전사들> 등 다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연출가 부새롬과 의기투합했다. 
 
위태로운 삶을 다루는 작가 특유의 덤덤한 화법과 검증된 배우들, 서울시극단이 펼치는 창작극 〈그 개〉는 오는 10월 5일(금)부터 10월 21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며, 공연 예매는 세종문화티켓과 인터파크티켓 등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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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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