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게 기록되는 세상 < 아논 > [영화]

글 입력 2018.09.0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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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기록 수단들이 있다. CCTV, 블랙박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쓰는 스마트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것과 동시에 사생활 침해나 초상권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범죄 예방과 처벌을 결정지을 때 증거로 삼기에 유용한 수단 중 하나이지만, 자신의 의지로 찍힌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새에 찍힌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이 어떤 도구로 인해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누군가에 열람 가능하다면 어떨까?

영화 <아논>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보고 듣는 모든 상황들을 1인칭 시점으로 자동으로 기록된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도 파악할 수 있으며, 외국어는 자동으로 번역이 되어 내 시야에 나타나고, 물건의 정보 또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도구 없이 화상 통화도 가능한데, 마치 사람들이 인간 컴퓨터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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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기록된다.
사생활과 비밀이 허용되지 않는 미래 세계,
익명의 여인이 타인의 비밀을 지워주며 살아간다.
그 대가는 목숨일까.
잔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주인공 살은 형사로, 도시에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에 투입되게 된다. 이 살인 사건은 특이한 점이 사람들의 눈을 해킹해 실제로 자신이 보는 것이 아닌 살인자가 보는 시점으로 보게 되다가 자신에게 총구가 겨눠지는 장면을 보게 되고 결국 총에 맞아 죽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피해자가 본 화면 자체를 형사들이 열람할 수 있기에 알 수 있는 정보였다.

이를 파헤치기 위해 살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해커에게 접근하여 직접 자신을 해킹하게 만들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살이 형사라는 것을 해커에게 들키고 만다. 그리고 함정에 빠져 해킹을 당해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로 인해 감시를 받게 된 살은 연쇄 살인범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는데, 살인범의 시점을 활용해 범인을 잡게 된 살은 누명을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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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해커에게 해킹을 당한 살은 끔찍한 기억을 담은 화면을 끊임없이 보게 되고, 왜곡된 화면으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았음에도 온 것처럼 보여 추락할 뻔하기도 한다. 영적 존재도 아니고 어떤 물리적인 위협도 아닌 것으로 인해 느끼는 공포, 내가 보는 것을 믿지 못한다는 공포는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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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숨기려는 게 아니에요.
보여주고 싶은 게 없는 거죠.”


내 인생을 타인이 열람 가능하다면 그것이 온전한 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명 한 명이 트루먼 쇼의 트루먼 버뱅크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기억을 남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은 공포를 넘어서 고통이 될 것이다.

현재 이런 일은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들이다. 그들은 카메라 렌즈를 넘어 대중의 눈으로 인해 삶이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들만이 타인에게 기록되고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의 기록물에 촬영되어 TV 화면에, SNS에 혹은 개인 갤러리에 기록되어 있을 수 있다.

영화 <아논>은 신선한 소재 탓도 있지만, 스마트 시대에 사는 우리가 이것이 마냥 실현 불가능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흥미롭다. 영화 <아논>과 같은 미래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해커가 되어 기록되지 않는 ‘익명’의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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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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