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면_프리즘오브 No.9

글 입력 2018.09.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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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smOf_             

 
"검은 화면 위로 피아노 소리가 끊길 때,
관객은 그 공을 건네 받는다."

 p.81


누군가 좋은 영화는 그 영화가 끝나고 나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영화라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든 지나간 과거에 대한 반추든지 간에, 영화를 보고 난 뒤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음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각도에서 영화를 분석하고, 영화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담아내는 계간 영화잡지 프리즘오브는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뒤 관객들이 영화를 음미하는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번 영화 ‘아가씨’를 주제로 한 프리즘오브 5호는 영화를 이미 한참 전에 보았기 때문에 프리즘오브를 ‘영화를 위한 MD’라고 표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프리즘오브 9호의 < 파수꾼 >은 영화를 본 이유 자체가 ‘프리즘오브’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프리즘오브가 선택한 영화라면 분명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다면적인 영화일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파수꾼 :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파수꾼_캡쳐.jpg
영화 < 파수꾼 > 中
  

영화 < 파수꾼(2011) >은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의 죽음 이후 그 죽음을 추적해나간다는 큰 흐름을 가지고 진행된다. 그 과정 속에서 아버지는 소년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영화는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소년과 그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서서히 드러낸다.

이렇게만 보면 < 파수꾼 >이 아버지가 주인공인 추리물이나, 10대 청소년들의 성장스토리 같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아버지의 비중은 거의 없으며, 소년과 친구들 간의 관계가 < 파수꾼 >의 핵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언제나 친구일 것만 같았던 세 명의 소년들이 끝내 그들의 관계를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PrismOf_파수꾼      



  Contents  

[LIGHT]
24 한국독립영화 계보
30 독립영화, <파수꾼>
34 모두의 이야기

[PRISM]
44 기태 - WE NEED TO TALK ABOUT HIM
48 아들이 죽었다
50 <파수꾼>의 공간: 기찻길, 집, 학교
58 회상하는 화자들의 이행: 정보의 심도가 주는 플롯의 효과 
64 희준 - 도망자는 모두 비겁한가
68 <파수꾼>의 촬영: 키노아이로 바라본 파수꾼
76 공의 궤적
82 동윤 - 어른이 된다는 것

[SPECTRUM]
92 <파수꾼> 관객 서베이
94 인터뷰 - 청소년 대담
108 이행기(liminality)의 소년들과 ‘거울’
114 나는 남고 출신입니다
120 여기 또다른, <용서받지 못한 자>
124 인터뷰 - 유지영 영화감독
136 소년들은 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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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파수꾼 >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지원금 5,000만원으로 제작된 독립영화다. 하지만 < 파수꾼 >은 독립영화로서 작품성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독립영화로서 보기 드문 성과를 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프리즘오브 [LIGHT] 섹션에서는 우선적으로 독립영화의 계보와 개념, 그리고 영화 < 파수꾼 >이 독립영화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다룬다. [SPECTRUM] 섹션에서도 영화 < 수성못 >의 유지영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립영화와 < 파수꾼 >에 대한 그녀의 견해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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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오브는 읽을 때마다 속이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프리즘오브에서 비교적 학술적이고 분석적인 [PRISM] 섹션을 마주할 땐 더욱 그렇다. 발행인 유진선씨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주인공 기태, 동윤, 희준의 입장을 공평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한다. 프리즘오브 역시 이 지점에 주목하여 아버지를 비롯한 네 명의 등장인물 각각의 시선과 속사정을 하나하나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대들의 주요 생활 공간이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 교실, 기찻길 등을 씬(Scene) 별로 나누어 공간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기도 한다. 특히 기태가 애지중지했던 야구공이 희준에게서 동윤에게로 전달되는 흐름에 주목하여 영화를 재해석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그래서인지 프리즘오브를 읽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적 장치들을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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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리즘오브의 정체성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섹션은 바로 [SPECTRUM] 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파수꾼 >이 철없는 10대 양아치들을 미화하지도, 권선징악을 표방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들은 3년 내내 지겨우리만치 붙어지냈던 '나'의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나'의 고등학교 시절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프리즘오브는 기태, 동윤, 희준의 현실판인 고등학생 125명을 대상으로 '주인공 중 누구에게 가장 이입이 되었는지', '소년의 죽음에 누구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지' 등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더해 4명의 10대 여자아이들과 심도 깊은 대담을 진행함으로써 10대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10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대담 파트를 읽고 나서 꽤 충격을 받았다. 아직 대학생이니 고등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왠걸, 그들과 나의 생각은 정말이지 완전히 달랐다.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인의 의견을 끊임없이 들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듯 고등학생 본인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를 이미 거쳐간 한 성인 남자의 이야기와 10대들의 사사로운 관계까지도 지배하는 사회 시스템의 이야기까지. 프리즘오브의 지면은 한 장, 한 장이 무지개빛이었다.



 PrismOf_Again              

어떻게 보면 프리즘오브는 매우 중립적이다. 워낙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화를 해석하고 풀어내다 보니독자는 프리즘오브를 객관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와 사람에 대한 프리즘오브의 시선은, 그들의 글 사이로 알게모르게 드러나는 것처럼, 참 따듯하다.


세 아이들을 보며 우리가 지나야 했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미처 터널을 통과하지 못한 기태도,
통과하다 주저 앉은 동윤도,
모르는 사이 통과해버린 희준도
모두 우리의 일부분입니다. 
그 시기를 무사히 지나온 것이 그때의 우리가 특별히 기태보다 단단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 파수꾼 > 은 우연히 무사 통과한 터널 앞에 아직도 서툴고 막막한,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발행인의 말 中


지난번 < 아가씨 >를 다룬 프리즘오브 5호에 비해 < 파수꾼 >을 담은 9호는 조금 덜 화려하고, 어딘지 투박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프리즘오브가 영화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스토리에 걸맞게 어두운 지면과 차분한 디자인을 가진 프리즘오브를 펼치는 순간, 영화를 보며 느꼈던 쓸쓸하고 우울한 감정이 마음 속에서 다시금 일어나는 것이다. 프리즘오브를 읽는 동안 우리는 영화를 대면했던 그 순간의 경험을 끈질기게 이어나감으로써, 거기에 다양한 프리즘들을 얹어나가면서. 영화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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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남은 프리즘오브는

10호 라라랜드
11호 캐롤

입니다





 번외 : Prismof Me              

프리즘오브에 담긴 수많은 프리즘들에, 저만의 프리즘을 살짝 보태보려고 합니다.


*
큰 사건도 없고,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도 없다.
이들 사이엔 이렇다 할 갈등(그러니까, 기존 영화에 등장하는 커다란 갈등)도 없다.
문제는 서로에게 질문만 던질 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불거진 오해와 불신, 상처만이 오간다.
하지만 이 간단한 서사를 명확히 이해하기란 이상하리만치 어렵다.
사랑을 받을 줄도, 할 줄도 모르는 기태와 스스로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동윤,
주어진 상황을 묵묵히 견뎌내는 희준의 상황과 감정이 모두 그럼직해서가 아닐까.
주인공 중에 오롯이 나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굳이 나누는 것도 무의미하다.

결말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커다란 반전이 있었던 것도,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나왔던 것도 아닌데
점점 커지는 피아노 반주, 그에 맞춰 커지는 기태의 울부짖음과 웃음이 소름끼쳤다.

*
사실 이 속의 이야기들은 나 역시 모두 겪어봤을 감정들이다.
친구들이 속닥거릴 때 저들이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ㅡ하고 괜한 의심을 했던 일이나
상대에게 왜 화가 났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일,
그래서 마치 시위라도 하듯이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일.
잘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모든 걸 망쳐버렸던 일 모두가 말이다.

학교라는 공간만큼 미묘하고 복잡하게 감정선이 얽혀 들어가는 공간이 또 있을까?
친구들과 다퉜던 날, 다시 교실 문을 여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얼마나 겁이 났던가.
아침 8시까지 학교에 등교해서 밤 11에 야간자율학습까지 학교에서 생활했던 19살의 나는
친구들을 가족보다 훨씬 자주, 많이 봤고 누구와 어떻게 쉬는 시간과 급식 시간을 보내는지가
학교 생활의 즐거움을 좌우했다.

*
선생님들도, 부모들도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걸 얼마 전까지 10대였던 나도
까마득히 잊었던 것 같다.
10대들을 입시공부만 죽어라 하는 아이와 술, 담배, 이성에 먼저 눈을 뜬 아이라는 식으로
알게 모르게 양분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학교 생활은 사실, < 파수꾼 > 이 보여주는 모습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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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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