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는 잘 죽고 싶어요. [영화]

글 입력 2018.09.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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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할지, 어떤 집에 살고,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옷을 먹고, 어떤 것을 먹을지 매일 고민하고 상상하고 선택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언젠가 꼭 겪게 될 ‘죽음’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계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죽음을 계획한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고, 나의 끝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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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습고 불편한 준비를 해보자. 내가 맞이할 최고의 죽음과 최악의 죽음도 그려보자.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들의 인생의 끝을 구체적으로 계획해보자. 결국, 잘 죽기 위한 우리의 준비는, 잘 살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이 될 것이다.



잘 죽는다는 것은 곧


‘메이’는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찾아가 장례를 치러주는 공무원이다. 메이가 찾아가는 사람들의 죽음은 즐거운 발견은 아니다. 이웃들은 악취로 신고를 하고 괜히 일이 복잡해질까 지레 모르는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다. 고인들의 가족을 찾아가도 흔쾌히 장례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들은 말한다. 장례식은 결국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영화는 메이의 마지막 고객인 ‘빌리 스토크’의 장례를 치러주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빌리의 지인들을 수소문하여 그의 흔적을 뒤적이면서, 결국 빌리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그저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빌리 스토크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한 여인의 첫사랑으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메이의 노력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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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는 이제 세계의 문제이다.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죽음의 순간을 혼자 겪어야 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 그렇기에 죽음을 그저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한다는 의미에서의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나의 죽음도,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나의 죽음 또한 메이가 장례를 치러준 사람들처럼 매우 고독하고 외로운 죽음일지도 모른다. ‘웰 다잉’의 시작은 자기 죽음을 그려보고 마주하는 데 있다. 나의 끝 또한 결국 지금의 내가 만들어가는 삶의 마지막이기에, 내 인생의 끝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은 내가 사는 지금 순간을 준비하는 것과 다름없다. 잘 살았으므로 잘 죽어야 하고,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한다.



죽음에도 삶의 가치를


메이는 자신의 업무를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해내는 공무원이다. 사망자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의 가족을 찾는데 열정을 쏟고, 추모문을 쓰는 작업도 절대 대충 하지 않는다. 결국, 사건들을 빨리빨리 처리하고 해결하기를 원하는 상사에 의해서 융통성이 없고 업무처리가 늦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장례식보다는 화장을 택해서 시간을 줄이고, 죽음을 3일 이내에 종결하라는 상사의 말은, 죽음까지도 효율성과 비용을 따지는 차가운 시선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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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이 끝나는 순간에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자기 죽음 이후에는 자신이 관여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기에, 죽음의 순간에 우리에게는 ‘메이’와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 잘 죽지 못했고, 어쩌면 잘 살지 못한 사람들이 따뜻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그저 한 사람의 고독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무엇’과 같은 미사여구를 가진 삶으로 일생을 마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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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담담한 서사보다 마지막 엔딩 장면이 주는 여운이 진한 작품이다. 죽음에 대한 내 생각은 계속 변화해왔고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다양하게 변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끝이 있는 삶이기에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곧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하나 바뀐 생각은 나의 장례식에는, 나의 마지막 순간에는 많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나의 삶을 채워주었던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미사여구가 붙은 인생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나는 정말이지 잘 살고, 잘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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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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