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시간, 차고 이지러지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글 입력 2018.09.0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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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연 명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기 간 
2018년 9월 4일(화) ~ 9월 16일(일)
(월요일 공연 없음)

시 간 
평일 오후7시30분 / 토・일 오후3시 

장 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러닝타임 
120분(예정)




:: Opin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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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인간의 삶은 달의 속성을 닮았다. 때가 되면 차오르고 때가 되면 다시 빈 모습을 보여주는 달이다. 달의 변화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마주할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지어 볼 수 있는 시간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한 시점에서 일어난 사건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 굳어버린 과거의 것이 되고, 또 다시 새롭게 피어나는 시간은 현재가 되어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간다. 시간이 만든 기억은 인간의 머릿속에 남아 도덕을 형성한다. 과거의 사건은 한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고통과 속죄의 시간을 전해주곤 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9월 9일부터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선보인다. 작품은 ‘기억’, ‘시간’, ‘속죄’, ‘고통’을 다루며 통념적으로 인식하는 시간을 과감하게 뒤집는다. 작품 속 남자와 여자는 고등학교 시절 연인사이였다. 동급생 살인죄로 교도소에 들어간 남자는, ‘우주 알 이야기’라는 소설을 써 여자가 일하는 출판사에 보낸다. 여자는 소설 내용이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을 알고 남자를 찾아 재회하고, 남자는 시간을 이전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소설을 매개로 작품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시간의 속성을 뒤집는다. 뒤집어진 시간 개념만큼 기억이 주는 고통의 무게를 새로이 가늠하면서 작품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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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남자는 그믐날 자신 속에 들어온 ‘우주 알’을 받아들여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남자는 시간을 한 방향으로만 사는 사람들의 기억 속 고통을 어루만진다. 모든 것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은 불행을 조금이라도 감당하게 할 수 있을까. “과거로부터 널 지켜줄게”라는 여자의 대사처럼 ‘과거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레 밀려오는 물음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기에 연극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대로, 사건의 발전 단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작품을 계속해서 보다보면 관객들은 마침내 눈치 채게 된다. 마지막 장을 넘겨야 소설이 끝나듯, 연극을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으로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한 사람, 즉 남자의 인생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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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극은 소설가 장강명의 동명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무대화 한 작품으로 소설의 영역에서 연극의 경계로 넘어온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이는 남산예술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소설을 연극 장르로 치환하는 것에서 나아가 원작에서 비롯된 연극적 실험이 가능하게끔 하는 다양한 무대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내 심장을 쏴라>(2010, 원작 정유정), <물탱크 정류장>(2013, 원작 태기수), <투명인간>(2014, 원작 손홍규),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2017, 원작 권여선) 등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통해서 문학의 통찰, 신체 중심 무대언어, 관객의 상상으로 채워지는 동시다발 무대를 만나보길 권한다.



:: 작품 소개 ::


제2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장강명의 동명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2015)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오직 인간만이 시간을 과거에서 현재라는 한쪽 방향으로, 단 한 번씩 만 경험할 수 있다는 전제를 뒤집으며 시작한다.

연극은 주인공 남자가 쓴 소설 <우주 알 이야기>처럼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도 않고 사건 순서대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인과관계를 알 수 없게 뒤섞인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모두 한 사람, ‘남자’의 인생이라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A와 B, 두 가지 노선이 있어.
A는 슬프지만 아름답게 오늘 헤어지는 거야.
B는 내일이나 모레쯤 헤어지는 거야.
대신 아주 비참하게 헤어지게 돼. 어떻게 할래?”
 
남자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나열하고 때로는 상상한 것을 더하고, 또 여러 관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남자는 현재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해석하고 새롭게 만들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나가려 한다. 시간의 해체라는 외형적인 형식과 신체행동 연극이라는 극단 동의 작업방식이 만나 관객은 과거로부터 쌓여져 온 결과론적인 현재가 아닌,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현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됨으로써 역설적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 원작자 소개(장강명 작가) ::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4년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2015년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중편소설 『아스타틴』, 장편소설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등이 있다. 2016년에는 『댓글부대』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 각색자 소개(정진새) ::


극단문 드라마작가 및 연출가. 연극원에서 연극이론 및 서사창작을 전공했다. 극단문에서 극작과 연출을 맡고 있으며,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연극 <브레인 컨트롤> <웃음의 고등학교> <환상속의 그대> <노래의 힘> <전국싸움대회> 외 다수



:: 연출가 소개(강량원) ::


낯설고 절제된 언어의 분절적인 울림과 신체 움직임의 조화를 통해 시청각으로 표현된 시(詩)를 체험하는 듯한 연극을 만들고 있다. ‘월요연기연구실’을 열어 지금 이 시대와 세계, 인간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연극 형식과 연기 메소드를 개발하고 있다.
 
연극 <너의 후일은> <베서니,집> <게공선> <투명인간> <칼집속에 아버지> <비밀경찰> 외 다수
수상 2016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올해의 공연 베스트7,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2013 올해의 연극 베스트3
2010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올해의 공연 베스트7
2009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PAF연출상
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 극단 소개 - 극단 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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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동은 신체행동을 중심으로 한 연극을 만들어왔다. 연출과 배우의 역할 구분이나 경계를 없애고 함께 제안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작업을 통해 공동의 언어를 개발하고 있다. 관객을 새롭게 만나기를 원하며 늘 극장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자본주의 민낯시리즈 3부작 <쉬또젤라찌> <게공선> <베서니, 집> 등을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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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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