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예술]

번지점프를 하다 마지막 공연
글 입력 2018.09.0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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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하다
번지점프를 하다 마지막 공연

Opinion 민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 스스로 문화생활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트인사이트가 제공하는 수많은 공연에서는 더 다양한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고, 나 스스로 보고싶은 공연이나 콘서트를 찾아보면서 좋아하는 영역에서의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그 문화생활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학생 신분으로는 정말 쉽지 않지만 말이다.

세종문화회관에 걸린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기로 결정할 때까지는 거의 한 달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나는 다행히도 그 해의 마지막 공연을 예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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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연극과 콘서트의 중간 정도라고만 생각했지, 나에게는 어떤 특별한 장르는 아니었다. 몇번이나 같은 뮤지컬을 보러가는 사람들을, 영화도 2번 이상은 보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온 지금, 나는 다시 한번 그 순간의 감정과 무대를 느끼고싶어졌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찾아보며 점점 옅어져만 가는 여운을 계속 머릿속에 두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 뮤지컬이다. 영화의 대사와 장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뮤지컬만의 생동감을 전달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시작해 선생님의 첫사랑과 그로부터 이어진 '인연'과 '운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룬다. 첫눈에 반한 인우와 태희가 빗속을 한 우산을 쓰며 걸어가는 진부한 장면으로 사랑이 시작되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들의 사랑은 특별하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더 특별하게 만든 건 그 인연이 다음 생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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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정지해 버린 듯한 찰나의 순간"
"나는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지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

인연의 시작점, 운명적 사랑이 시작되는 그 점은 찰나의 순간이다. 인연이라는 긴 선은 이 시작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연은 운명의 끈을 내어주어 두 사람을 인도한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하고 확신한 사람들은 언젠가 만난다. 그게 다음 생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당신 동성애자였어?"
"아니, 한 사람만 사랑해."

다음 생으로 환생한 태희를 보고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인우는 자신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미 결혼한 아내가 있는데도, 태희가 떠난지 17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게 된 태희가 자신이 가르치는 남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인우는 태희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인우와 태희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더하여 성공한 뮤지컬이 그렇듯 노래와 가사가 마음에 정말 와 닿았다. 뮤지컬 공연 중에는 가사가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배우와 무대가 알아서 의미를 전달해준다. 뮤지컬 노래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스토리를 청자가 굳이 상상할 필요가 없고, 무대 위에 스토리가 나와 있으니 그저 사람들은 노래를 지켜보면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뮤지컬의 장점을 살리지 않아도, 무대를 보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울리는 노래들이 많았다.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은 뮤지컬 전체의 주제와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담고 있는 곡이다.




만약에 내게 다음 
세상이 주어진 대도
난 그때도 너만 찾아 다닐 거야

-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중


뮤지컬은 연극과 노래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그 이상을 만들어내는 장르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이야기를 한 편의 뮤지컬로, 그 중에 쓰게 될 가사는 뮤지컬 무대의 한 부분을 생각해서 쓰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번에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다루는 인연과 운명이라는 주제를 조심스럽게 꺼내보기로 했다. 바로 이선희의 ‘인연’이라는 노래가 떠올랐고 가사를 찾아보았다. 이번 생에 못다한 사랑과 인연을 다음 생에라도 만나자는 가사는 이 뮤지컬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분의 노래를 듣고,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점 하나로부터 시작해 운명이라는 선을 만들어가는 뮤지컬 같은 가사를 써보았다.





운명

아무 것도 없이 태어나
인연이라는 선을 지어내
불행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그렇게 우리는 살다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온 세상이 멈춰 버린 것 같은
그냥 그대로 되어버리는 순간

그 순간부터 시작된거야
그 장난같은 운명도
밝은 빛으로 날 데려다 준
너라는 사람은

하지만 운명이 인연과 등을 돌릴 때
우린 영원을 약속할 수 없겠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질 거야
우리가 갈라질 수도 있겠지

그때가 오면 나 널 잊는다 해도
끝까지 기억할게 그 순간만큼은
그 순간을, 그 순간을

그 순간부터 시작된거야
그 장난같은 운명도
밝은 빛으로 날 데려다 준
너라는 사람은

작사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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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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