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건축과 예술여행 [여행]

안토니 가우디를 만나다
글 입력 2018.08.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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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축구, 빠에야, 축제, 가우디 등이 대표적으로 생각난다. 이들 중 내가 가장 기대한 것은 가우디와 그의 건축물이다. 직선과 직사각형 등 건축물을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형상들을 전부 뒤엎어버리는 그의 건축물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건축물과 예술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그의 건축을 기대하며 스페인으로 향했다.



안토니 가우디 (Antoni Gau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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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건축물을 살펴보기 전에 그에 대해 잠깐 알아보도록 하자. 안토니 플라시드 기옘 가우디 이 코르네트(Antoni Plàcid Guillem Gaudí i Cornet)가 그의 정식 이름이다. 스페인의 건축가로서 과거보다 현대에 이르러 여러 건축학자들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17세부터 건축을 공부하였고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건축 활동을 이어나갔다.

19세기 말의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건축물에 큰 변화가 있었다. 고전주의 건축을 벗어나 자연을 닮은,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을 짓기 시작했다. 당시 건축계의 흐름을 가우디의 대표 건축물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대표 건축물은 카사밀라, 카사바트요, 구엘저택, 구엘공원, 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이 있다. 구불구불한 곡선과 의미가 담겨진 건축물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이런 그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유는 다소 허무하다. 성당 미사를 마치고 집에 가던 중 한 전차에 치여 부상을 당했다. 그때 당시 지저분한 몰골을 보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노숙인이라고 여겨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두었다. 그의 장례식은 그가 평생 동안 건축해온 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 이루어졌고, 이 성당의 지하에는 그의 관이 놓여있다.



카사밀라 (Casa Mil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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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볼 그의 건축물은 카사밀라이다. 카사는 집이라는 뜻이고, 밀라는 사람의 이름이다. 즉 ‘밀라의 집’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 건축물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밀라라는 한 사업가가 맞은편의 카사바트요라는 건축물을 보고 반했고, 카사바트요를 건축한 가우디에게 부탁하여 지어지게 되었다.

건축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답다. 곡선을 이용해 그 어떤 건축물보다 눈에 띌 수 있게 하였고, 정교한 색의 배치로 몽환적인 기분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뿜어내게 하였다. 흰색 벽면은 일렁이는 물과 닮아있고 발코니의 난간은 생물들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 가우디가 건축물을 단순하게 여기지 않고 하나의 생명체로 여겼음을 느낄 수 있다. 자연주의 적인 그의 감성과 철학이 느껴진다.

옥상에 올라가보지는 못했지만, 카사밀라의 옥상은 특별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일반 건물의 옥상처럼 평평한 바닥으로 이루어져있지 않고, 곡선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우디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산에 올라갈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산을 느낄 수 있도록 그는 옥상을 구릉의 형태로 제작했다. 놀랍고 신기하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새롭게 만들었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생각해보는 능력. 카사밀라를 보며 그의 천재성을 실감했다.



카사바트요 (Casa Batll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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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맞은편에 있는 카사바트요이다. 19세기 말 낡은 건물들을 허물고 도시를 새롭게 개편시키는 사업이 한창일 때 카사바트요가 지어졌다. 카사바트요는 집이라는 뜻의 ‘카사’와 바다라는 뜻의 ‘바트요’가 합성된 이름이다. 바다의 집이라는 의미를 담은 카사바트요는 이름과 걸맞게 타일로 덮여있다. 푸른 타일과 유리의 조합은 청량하고 맑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미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 그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또한 카사바트요는 카사 델스 오소스(casa dels ossos)라고도 불렸다. 이는 ‘뼈의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이유는 외관을 보면 알 수 있다. 창살과 테라스가 해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인체의 뼈를 닮게 제작한 이유는 가우디가 건축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곡선들이 건축의 외부와 내부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러한 특징 역시 그가 건축물을 생명으로 여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계단 난간, 천장, 손잡이 등 작고 세세한 부분들 모두가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져있다. 건축과 곡선의 만남은 다시보아도 정말 획기적이다.

내가 카사바트요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색감이다. 건축물의 외벽과 옥상은 다채로운 색의 타일로 마감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창문에서도 스테인드글라스를 이용해 색채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흠뻑 느끼게 하였다. 이 컬러풀한 타일과 유리들이 햇빛과 만나면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다. 빛에 따라 반짝이고 각도에 따라 여러 색을 띈다. 아름다운 기술이다. 예술과 건축이 하나 된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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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사그라다’는 신성한이라는 뜻이고, ‘파밀리아’는 가족을 뜻한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가족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이 성당은 가우디가 직접 설계하고 건축을 책임졌다. 가우디는 그의 남은 생을 이 성당에 바쳤다. 성당 건축은 개인적인 기부금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천천히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가우디는 4분의 1정도만 완성시킬 수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 모습을 보고 싶다면 2026년에 바르셀로나를 찾아가면 될 것이다. 2026년은 가우디의 사망 100주년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는 네오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졌고 역시나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여 만들었다. 내부의 모습은 숲을 닮아 있다. 나무가 기울어진 듯한 나선형의 기둥들은 스테인드글라스와 합쳐져 더욱 아름답다. 빛이 들어올 때 숲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일반적인 성당과 다르게 좀 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관을 처음 본 순간 감탄과 놀라움을 느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웅장함에 놀라고, 가까이서 봤을 때는 섬세함에 놀랐다. 정밀하게 조각되어 있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형상들이 이루고 있는 이야기는 3가지이다. 동쪽에는 그리스도의 탄생, 서쪽에는 그리스도의 수난, 남쪽에는 그리스도의 영광이다.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그가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성당의 외관 자체가 마치 한권의 성경 같은 느낌이었다. 바르셀로나에 간다면 이곳을 꼭 방문했으면 한다.

*

가우디의 건축물을 둘러보며, 건축과 예술은 어쩌면 불가분 관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의 영역에서 입체적인 형태를 다루는 조소와 매우 닮아있고, 인간의 감각 중 시각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큰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도 닮아있다. 현대의 건축은 더 이상 기능적인 부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기능과 함께, 예술과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추세이다. 과거의 인물인 가우디는 당대의 건축 양식을 뛰어넘어 현대 건축의 흐름까지 읽어냈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기능에 충실했던 점과 더불어 예술과 건축의 경계를 허물고 두 장르를 모두 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건축학과 친구에게 가우디에 대해 물어보았다. 친구는 “아! 가우디 1학년 때 배워”라고 답했다. 건축의 세계에 정식으로 입문하기 전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건축가라는 것이다. 즉 그를 배우지 않고선 다음 단계를 배우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가우디와 그의 건축물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바이다. 건축과 예술 그리고 가우디. 이 셋의 관계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바르셀로나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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