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All About Saul Leiter

글 입력 2018.08.2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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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All About Saul Leiter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며 살기로 마음을 먹은 후로 조금은 내 꿈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여행작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임을 나는 지금도 애써 외면 중이다. 내 눈동자로 바라보는 시선, 카메라로 바라보는 시선. 이 둘을 잘 이끌어야 나도 사진 찍는 여행작가 될 텐데, 아직은 용기가 없다. 부러우면 지는 거지만, 나는 사진이 좋은데 사진이 부족하다, 이 양극의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럴 때 내가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작가의 사진집을, 기사를 들춰 본다. 오로지 존경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을 그윽하게 담아. - Preview 中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All about Saul Leiter를 처음 만난 날, 매서웠던 더위가 지나가고 태풍 솔릭이 강타했을 무렵이다. 어딘가 구석에서 쓸모 없이 박혀 있던 우산이 간곡히 필요할 즈음 만난 포토 에세이의 첫 표지는 빨간 우산. 강렬했던 우산과 에세이 제목을 적은 빨강을 지극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시 일상에 치여 포토에세이는 태풍 솔릭이 대한민국을 휩쓴 후가 되어서야 펼칠 수 있었다.

‘세상에 가르침을 주기보다 세상을 그저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사진, 그의 사진들은 마치 시처럼 조용히 마음에 스며든다.

조용히 마음에 스며드는 사진, 나는 이 책을 커피 한잔하며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사진집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국적인 여행지로 굳이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음을. 그리고 사울 레이터가 말하는 세상의 가르침은 파랑새처럼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주위, 가까이에 있음을.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을 읽으면서 말이다. - Preview 中

바쁜 일상을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대충 정리한 후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프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이 포토 에세이를 커피 한잔하며 읽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사울 레이터를 본격적으로 정면으로 만났다.

세찬 비가 지나간 하늘이 예사롭지 않다. 뾰로통한 마음을 낯빛으로 티를 내려는 걸까? 잿빛 가득한 하늘은 숨결 사이로 물기를 머금었다. 오늘의 하늘은 마치 사울 레이터가 찍은 뉴욕 하늘과 비슷했다. 우산은 필수품, 빛이 닿는 곳마다 밀도와 질감이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처럼, 그가 바라본 세상은 비 온 뒤 그린 수묵화처럼, 흑백 필름처럼, 묵직함 가득한 세상이었나 보다. - 2018년 8월 29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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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페이지가 넘는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All about Saul Leiter는 방대한 양의 페이지이지만, 그 부담감이 높지는 않다. 그저 페이지 한장한장 넘기며 느끼는 감정의 찰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 사울 레이터의 진심이 인화된 필름으로 통해 전달이 되기에 그 문턱이 높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이미 프리뷰에서 소개했듯이 사울 레이터 Saul Leiter는 사진 세계에서는 모르면 안되는 선구자 중 하나다. 1923년, 엄격한 유대교 집안출신인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에서 만난 친구이자 화가인 푸세트 다트의 권유로 패션 포토그래퍼로 활동한 후 인기 작가로 활동하였다. 덧붙여서 설명을 하자면, 그의 부친은 랍비가 되길 원했지만, 사울 레이터는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갔다. 또한 뉴욕에서 얻은 작업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주변의 인물과 사물을 관찰하여 자신의 시각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All about Saul Leiter가 아니면 몰랐을 사실 하나는 바로 그가 ‘일본 술’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일본어도 제대로 몰랐던 그가 어쩌다 일본 미술에 영향을 받게 되었을까? 그리고 화가도 되고 싶었다는 사실도.

레이터는 일본 미술에 대한 애정과 동경을 자주 표현했다. 수집품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했다. 호쿠사이, 소타쓰. 혼아미 고에쓰, 오가타 고린을 언급하곤 했다. 이터에게 서예는 ‘미술의 가장 고양된 양식’이었다. 1960년대 말에는 선지를 사들였고, 이제는 ‘일본 선지 포트폴리오’라 불리는 65장의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구상화도 있지만, 대부분 추상화다. 암호 같은 문자 그림은 일본 서예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 278페이지

유대교와 뉴욕 이주, 일본 미술을 받은 그의 활동 영역을 정말 지대했다. 패션 포토그래퍼로 명성을 날렸지만, 그가 정작 원한 건 그저 화가가 되고, 좋아하는 사진을 찍고 유명해지지 않는 것. 조금은 언행불일치 격일수도 있지만, 그 전제에는 겸손이 깔려 있지 않았나 싶다.


하퍼스 바자 1년치보다
보나르 그림 한 점이
나에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잡지 편집자에게 말한 적 있다.
그러자 편집자는 완전히 끔찍하고
더없이 역겹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 24페이지


나는 유명한 사람의 사진보다
빗방울로 덮인 유리창이 더 흥미롭다.

- 44페이지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All about Saul Leiter의 작품에는 유독 사람들의 뒷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가 아마도 뒷모습에 더 열중해서 촬영을 했을 것이라 짐작은 하지만, 그 본질적인 이유는 92페이지에서 상세히 알 수 있다.


나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92페이지


이 책은 주로 무채색의 사진들이 다뤄진다. 그렇다고 색채 가득한 칼라 사진이 전혀 다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뭐라고 할까? 그의 사진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조선시대 수묵화가 떠오른다. 먹물 번지듯, 시선이 점차 퍼져간다. 특히 물기를 머금은 듯한 조금은 우울한 낯빛의 삶의 면모를 순간 포착했다는 느낌일까? 전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무언가 혹은 구도에서 순간을 포착한 찰나, 사울 레이터는 하나씩 그 순간을 자신의 작업물로 만들어 갔다. 고독한 그의 삶은 다시 살펴보면, 전혀 고독하지 않았을 것만 같다. 고독함을 자신의 삶의 중심에 두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을 거니 말이다.


“누군가는 나를 성공한 포토그래퍼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일이었고 행복했으며 세상과의 고립이 나의 원동력이었다. 다른 시각으로 보고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고독했지만 따스한 그의 시선은 그의 사진 속으로 그대로 스며들어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는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는 그의 사진 앞에 오래오래 머물게 된다.

- 290페이지


이 책을 덮을 때 즈음, 하늘은 잿빛 구름을 거르고 햇살을 내비췄다. 광명光明의 순간이었다. 나는 그의 책에서 사진의 아름다움을, 느림의 미학을 나아가 한 인간의 삶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빛과 어떤 앵글에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전문 포토그래퍼만큼은 아니더라도 여행작가를 업으로 택한 만큼 많은 이들에게 ‘여행의 기술’을 널리 알리고 싶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All about Saul Leiter처럼 내 이름을 걸지 못하더라도. 여행의 모든 것 정도는.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그 바람이 희망에서 현실이 되도록, 나의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리라.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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