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현실과 연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비평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우리는 현실과 연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글 입력 2018.08.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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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과 연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비평가
-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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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젊고 자유로은 느낌의 스트라이프 정장, 브라운톤의 클래식한 정장 그리고 남성 구두.. 2인극 속 두 남자, 스카르파와 볼로디아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남성 극작가와 남성 비평가 간의 긴장감 있는 논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여성 배우'이다. 백현주 배우와 김신록 배우는 지적인 논쟁을 벌이는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연극계의 현실에 여성 배우들도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낼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듯 두 남자 역을 멋지게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었던 공연계에서 '젠더 프리 캐스팅(배역에서 성별을 무시하는 캐스팅)'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여성 배우에게 좀 더 많은 무대를, 그리고 좀 더 주체성을 가진 캐릭터를 제공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젠더 프리 캐스팅'은 연극계에 지워지지 않는 고질적인 고정된 성 역할과 젠더 불균형의 문제까지 바라보게 한다.

더불어 이 공연이 첫 시도가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동극장의 <적벽>의 제갈량 역에서도 여성 배우가 소화하며 지적인 카리스마를 보였고, 영화와 소설로도 유명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알란 역에서도 여성과 남성이 수시로 성별이 다른 배역을 맡게 된다. 어쩌면 여성 배우의 남자역은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함과 어색함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조금씩 공연계 곳곳에서 보이는 여성 배우의 기회 확대를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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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들과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


방금 모두가 기립 박수를 칠 만큼 성황리에 첫 공연을 마친 희곡작가 스카르파가 볼로디아를 방문한다. 볼로디아는 10년 전 스카르파의 첫 작품에 혹평을 가한 비평가. 작품 평을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스카르파 앞에서 볼로디아는 오늘 공연에 대해 짧은 비평문을 쓰지만 스카르파는 그의 신랄한 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카르파는 볼로디아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설득을 시작한다.

볼로디아는 끝까지 냉정한 자신의 평가를 유지하려 하고, 스카르파는 끊임없이 볼로디아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면서 둘은 날카롭게 충돌하며 연극 자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 내면을 깊게 들어가 살펴 보면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고 스카르파의 작품 속 대사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들린다. 비평과 작품, 관객과 창작자 등 극장이란 특수한 공간을 통해 맺어진 관계.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모자라지만 동료라고 부르면 딱 적절하지 않을까. 알고 보면 스카르파의 작품은 볼로디아와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치열한 논쟁 속에서 연극에 대한 입장 차이를 견지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그 존재감과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중적인 태동과 그 절절함이 혼신의 연기 속에서 가득 느껴진다. 둘은 10년 동안 만나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서로가 비평과 작품으로 비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하는 모습이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마치 애증의 관계와 같이 보였다. 볼로디아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스카르파의 몸부림을 처절하다. 사랑하는 만큼 절실하고 혹독하다.

권투선수 에릭과 스승 타우베스가 링 위에서 대결을 벌이듯, 이 대결은 곧 스카르파와 볼로디아의 대결이 된다. 권투의 링은 연극의 진실을 놓고 싸우는 연극의 링에 대응한다. 스카르파의 작품 속 에릭은 자신이었고, 타우베스는 볼로디아와 겹쳐진다. 연극과 현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연극 안팎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에 대한 연극,
사람과 그 신비로움에 대한 연극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공허와 가짜 신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연극은 없는 걸까요?
우리가 저항하도록 도와주는 그런 연극 말입니다!



오! 볼로디아. 용감함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실제 삶에서 완벽한 겁쟁이들이고,
무대에서 자유를 외치는 연출들은
실제 삶에서는 끔찍한 폭군들이지요.

작가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쓰는 단어들을
날마다 수백 번은 어기며 살지요.

연극은 절대 그 누구도 바꾸지 못해왔습니다.
당신은 바뀌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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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연극을 대하는 태도


결국 링 위의 대결은 제자 에릭의 승리로 끝이 난다.

밤 12시, 다음 날 자신의 비평을 기사로 싣기 위해 신문사에게 읽어줘야 할 볼로디아는 스카르파와의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대립하던 끝에 집을 떠나고, 신문사에서 온 전화벨이 울린다. 볼로디아 대신 전화를 받은 스카르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연극에 바라는 것을
삶에는 결코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연극에는 진실을,
완전한 진실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라면 오늘 밤
우리가 본 작품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결국 아이러니하게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는 스카르파, 비현실적이고 거짓되었다고 비판한 '맨발의 여인'이 과거 볼로디아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함을 가져다준다. 연극이 다루는 진실의 성격, 그리고 연극과 현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논쟁은 연극과 현실이 평면적인 대응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과연 '우리는 현실과 연극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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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


<비평가>는 <다윈의 거북이>, <맨 끝줄 소년>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2012년 작품이다. 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이 작품에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라는 부제를 사용하고 있다. 대사로도 여러 번 반복되는 이 말은 극중 인물에게는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내가 하고 싶은 노래를 무엇인가?', '나는 내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가?'

사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필자는 아직 이 대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 대사가 궁금해서라도 프로그램북을 구매하였는데, 관련된 내용이 깊게 나오지 않았어서 더욱 궁금증이 증폭되더라.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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