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렵지 않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 [오페라] 사랑의 묘약

예술은 또 다른 예술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글 입력 2018.08.1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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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조금 부끄럽지만, 난 단 한 번도 오페라를 관람한 적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으로, 트위터로 많은 사람들이 연극뿐만이 아니라 오페라를 향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처음 만나는 장르에 대한 두려움과 고정관념 따위가 나를 얽매었다. 그리고 난 작년까지만 해도 공연이나 예술과는 거리가 조금 먼 사람이었다. 시간이 있어도 극장보단 콘서트장을 자주 찾는 나였다.

오페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란, 너무할 정도로 없는 내가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향했다. 사실, 그 주변을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외활동을 할 때, 종로에 있는 학원을 다닐 때, 밖에서는 굉장히 많이 봤던 세종문화회관이었다. 하지만, 조금 선선해진 저녁 그곳에 들어가니 웅장한 분위기와 많은 사람들 속에 압도당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이기도 했고, 대부분 가족단위 혹은 지인들끼리 방문했는데 난 혼자였으니 조금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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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간이 다가오고, 나는 생전 처음 대극장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게 되었다. 1층의 앞자리였던 나는 다양한 나이층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의자에 붙어있는 스크린을 응시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지휘자가 인사를 시작했다. 설렘과 떨림을 가지고, 무대를 바라보았다. 지휘자와 배우들의 눈빛과 호흡, 그리고 배우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케미스트리. 난, 사소하고도 크게 흐르는 그 숨과 같은 느낌이 좋았다. 하나하나, 알맞게 흘러가는 동작과 대사. 그리고 왠지, 네모리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갔던 내 모습. 앉아있는 내가 너무 작아 보이게 했던 높은 천장, Bravo!라고 크게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절제된 자유로운 분위기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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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읽어보고 갔을 때, 난 이 둘의 사랑이 돌고 돌아 만난 사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은 흔한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직접 공연을 보고서는 이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그리고 서로를 잃게 될 뻔 할때의 그 아찔한 감정들이 아리아로 표현될 때, 오페라에 대한 매력을 극도로 느끼게 되었다. 오페라를 향유해도 될까? 조금은 우아하고, 조금은 똑똑한 사람들만 향유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제대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오페라가 아닌 다른 공연들은, 감정을 직접적인 대사로 표현한다는 것이었고 오페라라는 장르는 그 감정을 '아리아'라는 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Una furtiva lagrima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negli occhi suoi spuntò...
그녀의 두 눈에서 흘렀소...
quelle festose giovani
유쾌한 젊은이들이
invidiar sembrò...
질투하는 듯해요...
Che più cercando io vo?
더 무엇을 찾아보는 것을 원하겠어요?
M'ama, lo vedo.
그녀는 나를 사랑해요, 그것이 보여요.
Un solo istante i palpiti
단 한순간이라도 두근거리는 것을
del suo bel cor sentir!..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이(두근거리는 것을)느끼고 싶소!
Co' suoi sospir confondere
그녀의 탄식과 뒤섞인다면
per poco i miei sospir!...
순간이나마 나의 탄식이(뒤섞였으면)!
Cielo, si può morir;
오 하늘이여, 나는 죽을 수 있어요;
di più non chiedo.
나는 더이상 요구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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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기억에 남지만, 난 네모리노(Nemorino)가 가장 인상 깊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e lagrima)가 나왔을 때, 그의 절절함이 대극장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온전히 아리아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다라의 눈물에, 자신이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네모리노의 아리아였다. 결국 이 오페라의 절정이라고 생각했다. 이 여름밤에, 사랑의 묘약이라는 어쩌면 정말 매력적인 타이틀로 큰 극장에서 관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느껴졌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배경들과, 주요 배우들뿐만 아니라 뒤를 받쳐주는 여러 배우들까지. 하나의 완벽한 호흡으로 극의 완성도를 이끌어낸 오페라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각박한 세상에, 네모리노와 같이 순수한 사랑이 주는 웃음과 감동에 대해 새기게 해준 최고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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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오페라를 채우는 아리아에 대한 흥미로움이 생겨 앞으로 좋은 공연이 있다면 직접 관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극 도중에, 나에게 이런 공연을 향유할 수 있다는 시간이 있다는 감사함과, 이런 기회가 있다는 소중함을 깨달았다. 예술이란, 어쩌면 일상에서 벗어나서 조금은 문화적으로 성장하고, 또다른 예술을 향한 발판을 만들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좋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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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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