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니키 드 생팔 Niki de Saint Phall 展

글 입력 2018.08.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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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 展
Niki de Saint Phall 展


여성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전시를 관람할 때마다 어느 때보다 내 감정을 주입하는 것 같다. 똑같은 여성이라는 타이틀에서 교감을 형성하고 싶은 나만의 돌파구 때문인지, 아니면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찌 되었든 단독 여성 아티스트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은 어느 때보다 생각이 깊어진다.

이번 전시도 그랬다. 니키 드 생팔. Niki de Saint Phall. 프리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녀는 화려한 색채와 활력 넘치는 이미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아티스트다.  나나Nana 연작 작업으로 세상의 시선을 한눈에 받은 작가다. 특히 전 세계에 <나나> 작품을 설치하여 그녀가 품은 모성과 여성성을 널리 세상에 알렸다. 그녀 일생의 꿈이었던 타로공원 The Tarot Garden 이라는 기념비적인 조각공원을 이탈리아에 세웠다. 그녀의 생이 다한 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그녀는 잊혀 지지 않는 작가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로.

여기까지가 내가 프리뷰에서 언급한 니키 드 생팔이다. 전시를 본 후에는 덧붙일 설명들이 많아졌다. 먼저, 가우디와 피카소가 합심하여 여신의 손길을 거치면 그녀가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그녀의 타고난 예술 감각에 혀를 내둘렀다.


ki de Saint Phalle, La Cabeza, 2000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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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의 조각, 회화 작품 총 127점을 전시한 이번 전시는 화려한 그녀의 예술 감각을 한 장소에서 두루 만날 수 있는 전시였다. 파스텔톤 물감과 크레용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1층에 수놓았다고 할 정도로. 여신의 손길이 서울에, 예술의전당에, 한가람 미술관에, 관객들의 숨결에 불어넣어 생기를 돌게 해 준, 뮤즈의 흔적을 좇아서.

총 3부로 나뉘어 전시된 전시는 니키 드 생팔 일생의 감정 굴곡을 차례대로 보여준 전시다. 1부 개인적 상처와 치유, 2부 만남과 예술, 3부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첫 그녀의 전시를 대면했을 때 느낀 이미지는 ‘세상을 향한 불만’이었다. 1부 작품 모든 모서리가 공통적으로 모지고 거칠었다. 조형물 또한 퇴폐적이고 우울하다. 가시 돋힌 그녀의 인생을 표현해서일까? 뭐가 그리 그녀를 아프게 했던건지, 피가 흐르는 사격회화 Shooting painting 가 가득한 전시장에서는 소리 없는 피눈물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첫 결혼의 실패, 보수적인 가정문화, 벽 없는 벽 사이에서 그녀가 갈망하던 외침은 그렇게 ‘shooting’으로 승화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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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만나본 작품은 바로 자유로운 포즈로 다소 풍만한 체형을 가진 여성, 그녀를 상징하고 대면하는 큰 나나Nana 다. 사실 나나는 그녀의 친구의 출산을 바라보며 영감을 떠올렸다는데, 내적으로 그녀 본연이 가진 여성이라는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불만이 섞여 나나가 탄생한게 아닌가 싶다. 조금은 혼돈스러웠던 그녀의 감정의 교차와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했던 때문일까? 여성을 남성만의 시각에서 보지 말자고 단언하면서도, 사랑스럽게 표현하였다. 둥굴둥글한 체형의 나나는 ‘이제 그만 화내지 마요’라고 소곤소곤 목소리를 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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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만남의 예술에서는 그녀의 예술관이 바뀌고 활동이 왕성하게 번창하던 때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렇게 그녀가 이렇게 360도 바뀐 이유는 바로 ‘사랑’ 때문이다. 그녀의 소울메이트 장 팅겔리 Jean Tinguely 와 영원한 후원자였던 요코 마즈다 시즈를 만나면서 그녀의 작품에는 사랑스러움이 철철 흘러 넘친다.

특히 러브 레터를 그녀만의 드로잉과 텍스트로 풀어낸 작품들은 보는 내내 재치만점이다. ‘WHY Don’t you love me?’ ‘My love why did you go away?’ ‘My love what are you doing?’ 타이틀은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 장 팅겔리에게 보내는 러브러브다. 아이처럼, 혹은 엄마처럼, 그녀는 장 팅겔리를 어루고 달래며 나를 봐달라고 사랑해 달라는 사랑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니키 드 생팔 자신의 작품에 반해 자국 일본에까지 미술관을 설립해 준 영원한 후원자 요코 마즈다 시즈와의 인연도 이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아티스트와 후원의 가장 모범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잘 보여준 전시다. 나도 누군가의 후원자로, 평생을 그(그녀)의 작품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 그렇게 예술을 내 인생에서 늘 가까이 하고 싶다.

요코 마즈다 시즈에는 니키 드 생팔 작품 <연인에게 러브레터>를 보고 ‘총 맞은 것처럼’ (실제 총을 맞은 건 아니고 그 정도로 강렬했던) 경험을 했다고 일화가 전해진다. “1960년대 니키가 쏜 총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내 가슴에 꽂혔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녀의 애정 어린 관심은 결국 일본에 그녀의 작품을 소개하고, 니키 드 생팔이 사망하기 전까지 20여년간 진한 우정을 나눴다고 한다. -preview

소울메이트 장 팅겔리 Jean Tinguely 와 영원한 후원자였던 요코 마즈다 시즈를 만나면서부터 니키 드 생팔은 평생 인연 동성과 이성을 만나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맞는다. 그 결과의 집약이 바로 타로공원 The Tarot Garden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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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위치한 타로카드는 그녀가 평생 꿈꾸었던 환상을 실제 조각으로 만든 공원이다. 이름에서 눈치챘듯이 우리가 잘 아는 ‘타로카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사실, 대학 4학년 시절, 남들 안하는 특기 좀 해보겠다며 타로카드를 배운 적이 있다. 각각의 카드가 의미하는 이미지들은 신화와 동화, 민화와 설화 등에서 따 온 인생의 의미들이었는데, 니키 드 생팔은 그녀가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만의 타로카드를 제작하였다. 그저 취미이자 특기로 배운 타로카드가 지금까지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걸 보아하니 오늘은 이 타로카드를 꺼내야겠다. 바로 '운명의 수레바퀴'. The Wheel of Fortune. 결국 돌고 돌아 우리가 만났으니, 니키 드 생팔과의 만남이 바로 운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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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만난 타로공원은 유쾌한 환상 동화 속 나라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녀 버전 같기도 하고, 팀 버튼 감독의 그녀 버전 같기도 하다. 기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기묘함이 전혀 무섭거나 낯설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꿈에서 한번은 봤을법한, 몽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가 미술관 공간 구석구석을 채워 우리를 반기고 있다. 다만 아쉬운 건 이 타로카드를 기념품으로 제작해서 판매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전시를 기억하기에 타로공원과 타로카드는 꽤나 묘수였을텐데 말이다.

전시를 관람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원래 그녀의 꿈은 연극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단꿈에 빠졌을 첫번째 결혼에서 니키 드 생팔은 아내와 엄마의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겪었다. 힘든 시기, 미술치료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면서 내면에 가진 예술이 지닌 힘을 깨닫고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후 평생을 작품에 매진했다고 한다.


Niki de Saint Phalle, Buddha, 1999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jpg
 

나는 이 전시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한 인간으로 자유, 여성으로 자유, 예술로 자유, 인생으로 자유 말이다. 당신의 영혼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치유 받길 말이다. 니키 드 생팔 또한 그러했다. 상처 입은 마음으로 굳게 세상과의 문을 닫고 산 게 아니라, 예술로 이 모든 걸 승화하고 자유로워졌다. 당신이 가진 상처가 니키 드 생팔의 예술로 조금은 치유될 수 있길 바란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당신의 숱한 날들에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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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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