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트 밖에서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8.05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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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side the chart
Inside your heart
 
얼마 전에 앨범을 냈어
오랜 시간 고생했지만
여태 그랬듯이 내 노래는
차트 밖
 
Outside the chart
Inside your heart
어쩌면 내겐 이미 충분한
Outside the chart
The way to your heart
 
난 ‘다시 쓰고 싶어’
이 긴 ‘한숨’에서 벗어나
이게 ‘불장난’이었으면
차라리 ‘아모르 파티’
 
Outside the chart
Inside your heart
어쩌면 내겐 이미 충분한
Outside the chart
The way to your heart
 
우리 언니 가면쓰고 나가서
노래 열심히 불러서 결국
사람들이 들었어
 
차트 밖 친구들아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야
건강하게 오래 오래 음악합시다
 
아리송한 숫자의 세계
벗어나 들어봐
(해치지 않아)
이래서
Outside the chart, Inside your heart
Outside the chart, Inside your heart
Outside the chart, Inside your heart
 
(Let's get outside, the sun shines)
Outside the chart
(Listen to the sound, the sun shines)
Inside your heart
Outside the chart but
Inside your heart

  
올해 4월 발매된 선우정아와 바버렛츠(The Barberettes)의 ‘차트 밖에서’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자신들의 음악이 ‘차트’라고 불리는 음원 순위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듣는 이의 마음에 남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노래이다. 한편으로는 흔히 ‘top 100’으로 대표되는 순위권에 들지 않는 노래를 멀리 하는 이들에게 익살스러운 메시지를 남긴다. 따라서 이 노래의 가사에서 '차트 밖'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음악에 대한 자조 섞인 한탄. 차트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 차트 밖으로 나가야만 가능한 음악의 진정성. 즉 차트 그 자체에 대한 은근한 비판. 이번 글에서는 한국 음원시장에서 차트의 존재가 만드는 왜곡과 비합리적 현상에 대해 알아보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왜 차트에 목숨 거는가?

현재 한국의 음원시장은 멜론, 지니, 엠넷과 같은 음원 서비스 사업자, 즉 음원 플랫폼이 각각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음원 차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먼저 음원 차트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성이 매우 높다. 이들 플랫폼의 음원 관련 콘텐츠 배치는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보통 웹사이트의 메인화면 최상단에는 최신 앨범을, 그 바로 밑에 실시간 음원 차트를 노출한다. 또한 상위 ‘100위’까지의 음원을 알려주며, 이들 음원을 ‘전체 재생’하는 기능이 있다. 높은 접근성은 곧 취향이 불분명한 대중들에게 음악을 고르는 척도가 되며, 매장에서는 차트 전체를 반복재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100위 안에 집계되는 것만으로도 매우 효과적인 홍보가 된다. 이제 가수와 소속사에게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각종 매체에서 노래를 부르고 알려서 자연스럽게 높은 순위에 집계되는 것보다는 차트의 높은 순위를 선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마케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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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차트

6월 27일, 밴드 칵스의 멤버인 숀은 자신의 미니앨범 ‘TAKE’을 발매했다. 그리고 발매 후 21일 만에 이 앨범의 수록곡인 ‘Way Back Home’은 여러 음원 플랫폼에서 경이로운 역주행을 선보였고, 그는 곧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휘말렸다. 그동안 꽤 여러 가수들의 음악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한국 대중음악계의 신선한 바람을 불게 했으나, 그룹 장덕철의 ‘그날처럼’과 닐로의 ‘지나오다’와 같은 음원은 사재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숀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대중들은 그의 음원 순위 상승 그래프의 형태에 주목한다. 먼저, 순수하게 대중들의 입소문을 타서 역주행에 성공한 음원은 그 상승속도가 완만하고, 차트 1위에 도달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캠이나 음악방송 영상이 화제가 되어 역주행한 음원은 보다 상승속도가 가파르긴 하나, 결정적인 순위 상승 계기가 존재한다. 이들 음원은 발매된 후, 순위가 떨어졌다가 서서히 상승하는 그래프를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된 ‘Way Back Home’은 장덕철과 닐로의 음악보다도 빠르게 1위에 도달했다.

또한 두 번째 이유는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 시간대에 역주행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음원 소비량이 줄어드는 심야 시간대에는 비교적 적은 이용자의 스트리밍만으로도 차트의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이 시간에는 이용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아침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음원을 높은 순위로 노출시키려는 거대 아이돌 팬덤의 총공세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던 음원들도 심야 시간대에는 순위가 떨어지고, 아이돌 팬덤의 공세 효과가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닐로의 역주행에 대해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자, 지난 달 문체부 산하의 가온차트 정책위원회에서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음원 소비량이 줄어드는 심야시간대에는 데이터를 집계하기는 하나 확인할 수 없도록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더욱 영리해진 팬들은 차트 프리징이 시작되기 전에 공세를 퍼부어 높은 순위를 만들어놓고, 차트가 풀리는 아침 시간까지 그 순위에 머물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듯 일반 대중의 소비량이 줄어들고, 팬덤이 우세한 심야 시간대에 초대형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그러면서 숀은 차트 프리징을 악용한 음원 사재기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은 의혹을 드러냈고 숀의 소속사는 입장을 발표하고 정식 수사를 의뢰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에 매니지먼트연합 또한 문체부에 진상조사를 요청하고 대형 기획사의 대표, 프로듀서, 평론가 등 대중음악 관계자들이 줄줄이 이 의혹에 대해 언급하며 현 음원 시장의 차트 시스템을 지적했다.



Let's get outside the chart!

사실 위에서 언급한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와 같은 불공정한 방법을 정말로 사용했는지는 조사하여 밝혀내야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방법만 바뀌어 되풀이되기 쉽다. 본질적인 해결은 차트의 존재 자체에 맞닿아있다. 대형 팬덤을 가진 아이돌의 음악이 반드시 높은 순위를 기록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힘든 소규모 기획사,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 팬덤을 구축하지 못한 신인의 음악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몇몇 역주행 사례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우세한 한국 음원시장을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어떤 음악이 높은 순위에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아티스트의 음악성과,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음원시장은 차트가 목적이 되고, 순위가 척도가 된다. 따라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티스트와 대중이 피해를 떠안는다. 음악을 만드는 이와 듣는 이가 모두 차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

가수들은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은 음원 플랫폼이 보여주는 줄 세워진 음악이 아닌 내 귀에 듣기 좋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원 플랫폼이 변화해야 한다. 차트의 존재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100위권 안에 드는 음악과 그렇지 못한 음악으로 양분한다. 음원을 소비하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현재 플랫폼에서는 순위권 밖에 있는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지금 인기 있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원을 소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지 못했지만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고 싶기도 하다.

음원 플랫폼의 검색은 마치 국어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찾는 것과 비슷하게 단어 자체를 알아야 뜻도 알 수 있다. 원래부터 알고 좋아하던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아티스트를 검색해서 알기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따라서 최근 들어 플랫폼의 유저들이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거나, 혹은 곡의 분위기와 주제 별로 분류한 플레이리스트를 플랫폼 측에서 제공하기도 한다. 점차 대중의 취향을 분석하고 충족시켜주는 맞춤형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귀에 좋은 음악

여기서 진일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있다. 압도적인 음원 보유량과 인기로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Spotify)는 곡 사이에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음원을 들을 수 있다. 한국 음원시장에서 이러한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는데, 바로 웹사이트 메인에 실시간 차트가 아닌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음악 추천 서비스, 즉 큐레이션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오픈하지 않아 한국 대중들에게는 실시간 차트의 부재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하 지만 유튜브 뮤직, 애플 뮤직과 같이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해외 음원 플랫폼들 또한 실시간 차트가 메인에 등장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뮤직이 기존의 서비스를 점차 폐지할 것을 밝히고, 바이브(VIBE)를 신규 오픈하였다. 바이브는 이용자로부터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컴퓨터 자체적으로 학습하는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국내 플랫폼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음원시장을 차트와 순위 중심에서 대중과 취향 중심으로 재편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현재의 음원 플랫폼 사업자는 이러한 변화를 반기지 않을 수 있다. 국내 플랫폼에 길들여진 이용자 역시 자신의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여러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실시간 차트가 아티스트의 의욕을 저하하고, 대중들에게 의혹과 불편함을 야기하는 현 상황에서는 차트를 축소, 삭제하고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곡이 차트에 오르는 것은 굉장한 기쁨과 자부심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차트 밖에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 기적적인 역주행보다는 자신의 곡이 누군가의 가슴에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아티스트가 있다. 그리고 대중은 원한다. 스트리밍 횟수에 따라 안일하게 제공되는 음악이 아닌,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을. 그래서 우리는 차트를 점령한 음악이 아닌, 차트가 점령한 음원시장이 아닌 물 맑은 음악 생태계를 가꾸어야 한다.




[최희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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