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랑의 묘약 - 오페라에 대한 인상

계신가요 똑똑똑, '사랑의 묘약'으로 오페라 문 열기
글 입력 2018.07.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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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리의 명소, 오페라 가르니에



오페라에 관한 인상 #1


나는 무대 위에 선 여자를 올려다본다. 진한 자줏빛과 크림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풍만한 소프라노가 노래한다. 높고 큰 목소리로 공연장을 가득 메우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외국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어도 아니다)

오페라를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러므로 이 인상은 의도치 않게 여기저기서 접한 짤막한 영상이나 사진들에 기초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페라에 관한 인상 #2


중학교 중간고사 음악시험 전날.

로시니, 푸치니, 베르디, 로시니, 푸치니, 베르디... 이름이 다 세 글자군..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입에 착 달라붙는다. 반복과 암기! 고득점을 향하여!



오페라에 관한 인상 #3


대학 신입생,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가입한다. 우리는 공연을 위해서 같은 곡을 반복 연습한다. 내 파트가 아닐 때는 잠시 숨을 돌리며 음악을 듣는다. 처음 들을 때는 도통 모르겠네, 별로다 싶던 곡들도 악보와 함께 계속 곱씹다보면 곡 안에서 내 마음에 특히 드는 부분이 반드시 나타난다. 처음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듣다 보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클래식 곡들이 하나씩 늘어간다.

그런데 알아갈수록 '오페라'라는 장애물이 튀어나온다. 우선 피한다. 성악이 끌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이나 연극의 연기, 발성 특유의 그 느낌은 과하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해왔고, 오페라의 성악도 크게 다르지않을 것 같았다. 조금 못되게 표현하자면, 기악과 함께하는 '성악'은 내가 악기소리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잡음 같았다.



성악에 관한 뜻밖의 인상 #1


어느 피아노 독주회의 앙코르. 피아니스트 뒤로 여러 명의 남자가 따라 나온다. 그들의 정체는 성악가. 피아니스트의 반주에 맞춰 남성 중창곡을 듣게 되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의 시를 가사로 붙인 곡이다. 듣다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람 목소리가 저렇게 아름다웠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성악 공연에도 가봐야지 마음먹었다.





어느 피아니스트에 대한 인상 #1

그냥 피아노 연습을 하다가 문득 평생 피아노를 치는 피아니스트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그 인생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도서관에 갔다. 리흐테르(Sviatoslav Richter·1915~1997) 라는 연주자가 주인공인 책 한권을 빌렸다. 브뤼노 몽생종이 쓴  「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 나는 그의 연주를 들어본 적 없지만 책 속의 그는 굉장히 매력적인 고집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가 연주를 하는 것은 청중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한다. 내가 내 연주에 만족하면, 청중 역시 만족한다. 연주를 하는 동안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건 작품과 관련된 것이지 청중이나 성공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또한 내가 청중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 관계는 작품을 통해서 맺어진 것이다. 약간 거칠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청중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다. ... 나는 단지 내가 청중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청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청중과 나 사이에는 일종의 벽이 존재한다. 내가 청중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않을수록, 나는 더욱더 연주를 잘 한다.


요컨대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나라에 도착하면 나는 지도를 펼쳐 놓고 나에게 무언가를 연상시키거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들을 흥행사들에게 가리킨다. 가능하다면 내가 아직 가 볼 기회를 갖지 못한 장소들을 말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떠난다. 피아노를 실은 차가 우리 뒤를 따른다. 우리는 마치 역병을 피하기라도 하듯 고속도로를 피해서 이동한다. 그러면서 나는 로안이나 몽뤼송이나 프로방스 지방의 한 귀퉁이에서 연주를 한다. 연주회장은 극장이 될 수도 있고, 예배당이나 교정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연주회에는 적어도 한 가지 장점이 있다. 사람들이 거기에 오는 것은 속물 근성 때문이 아니라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악보를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음악을 듣는 목적은 작품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대목에 플루트나 오보에가 들어간다는 것을 미리 아는 것은 내가 보기에 음악을 즐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연주회가 매력과 신비를 잃고 학습의 양상을 띠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신비를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연구와 분석에 반대한다. 나는 내가 연주하는 협주곡의 오케스트라 파트 악보를 보지 않는다. 나는 보지 않고 듣는다. 그러면 나에게는 모든 것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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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매력적인 피아니스트의 오페라 사랑 #1


나는 그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음악들을 하나씩, 천천히, 모두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오페라를 좋아했다! 오페라가 이 페이지 저 페이지에서 등장할 때마다 거대한 장벽을 느꼈다. 특히 그는 바그너의 열렬한 팬이었다. 나는 이번에도 오페라를 피해 돌아가야 하는가. 하지만 아래의 부분을 읽을 때는 조금 위로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가 느꼈던 즐거움에 나도 함께할 수 있는지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따금 집으로 벗들을 스무 명쯤 초대해서 음악을 듣는다. 벗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오페라일 경우에는 그들에게 미리 대본을 읽으라고 부탁한다."



대구의 오페라 축제 #1


대구에는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그곳에서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018.9.14-10.21)가 열리며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봤다. 무언가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구는 내게 너무 멀다.

한편으로는 대구에 오페라하우스가 있을 정도로 오페라가 국내에서 대중적인가 생각해본다. 축제 참여는 아쉽게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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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공연메이트의 오페라 사랑 #1


피아노 공연 티켓이 두 장 생겼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 이왕이면 공연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다. 클래식 관련 카페에 티켓을 무료 나눔한다는 글을 올렸다.

어떤 분이 연락이 왔고 퇴근길에 만나 처음보는 사이지만 같이 연주를 들었다. 그녀는 오페라도 좋아한다고 했다. 외국어의 벽을 넘어 어떻게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그녀는 오페라 공연에는 자막이 나온다며, 자신의 경우에는 뮤지컬을 좋아해 한참 파다 보니 이후에 오페라로 관심이 옮겨가게 됐다는 얘기를 했다.



오페라를 직접 볼 기회 #1

세종문화회관에서 로맨틱 코메디 3D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다! 기존의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버릴 만큼 재미있을까? 오페라가 무엇인지 더 알고 가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는 게 부족하다. 지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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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 관한 (새로운) 인상 #4


인상을 의도적으로 쌓기로 한다. 도서관에 갔다. 이번엔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라는 책을 빌렸다. 이 책은 나처럼 오페라에 무지한 한 청년과 해박한 오페라 지식을 가진 삼촌뻘 아저씨의 대담 형식으로 친근하게 오페라에 대해 얘기해주는 책이다.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공연전에 미리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지. 오페라 감상의 핵심은 새로운 스토리를 아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를 어떻게 표현했느냐를 느끼는 것이지.

    오페라 악보는 옛날 것 그대로지만, 연주, 해석, 연출은 매일 매일이 다르지.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에는 보통 서곡이라는 것이 연주되지. ... 일상생활을 하다가 방금 오페라하우스에 도착한 사람은 갑자기 어떤 드라마에 빠져드는 게 어려울 수 있지. 그렇기 때문에 서서히 관객의 마음과 정신을 담금질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

    ▷극 내내 계속 노래만 부르면 ... 복잡하고 빠르고 깊이 있는 극의 문학적 내용과 다양한 연극적인 맛을 다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 ... 그래서 사람들은 문학이 앞서는 부분과 음악이 앞서는 부분을 나누게 되었지. ... 음악이 앞서는 부분이 아리아(aria)고 문학이 앞서는 부분이 바로 레치타티보(recitativo)이지.

    ▷...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의 폭발로서 아리아가 터지듯이 나오는 것이지. 때문에 아리아가 불릴 때에는 이미 관객들은 가수의 입장을 다 알고 있어서, 아리아의 가사 전달은 중요하지 않아. ... 아리아에는 복잡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아. 가사는 대부분 아주 단순하고, 때로는 같은 가사가 반복되기 십상이지.

    ▷오페라는 종합예술 ... 발생의 기원을 본다면 오페라가 그 많은 예술 장르들을 잡다하게 모아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그 많은 것들이 오페라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을 거야. ... 오케스트라, 합창, 무용, 안무, 연기, 연출, 특수효과, 조명, 무대 디자인, 분장, 소품 등과 같은 무수한 장르들이 오페라에 신세를 지고 있지. ... 오페라 공연 때 무대 앞에 있는 박스 안에 악단이 들어가... 그 박스의 위치를 일컫는 이름이 바로 오케스트라였지. ... 세계 유수의 악단들 ... 오페라 반주를 위해서 발달한 악단들이지. 유명한 발레단들도 오페라 극장의 발레단으로서 오페라 안에서 발레를 공연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지.

    ▷우리나라는 좋은 베이스(남성 성부의 가장 낮은 음역의 가수)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세계 오페라계의 소프라노는 발칸 반도에서, 베이스는 한국에서 다 공급한다고 말할 정도야.

    ▷오페라와 뮤지컬은 그 뿌리가 다르지. 음악을 바탕으로 연극적 요소를 더한 것이 오페라인 반면, 연극에 음악을 입힌 것이 뮤지컬이라고 볼 수 있어.



    준비와 설렘 #1


    「사랑의 묘약」은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체티(G.Donizetti, 1797-1848)의 작품이다. 뛰어나고 아름다운 희가극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 한다. 이 작품의 설명에 따르면 ‘지겨운 대목은 거의 없으며, 처음 듣는 사람도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정도라니! 제목 앞에 ‘3D 오페라’ 라는 단어가 덧붙는데 과연 어떤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오케스트라 실황과 함께라고 하니 설렌다! 대본을 읽어보고, 유투브에서 다른 버전의 공연들을 보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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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사랑의 묘약」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



    [하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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