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실이라는 칼자루를 휘두르다. [사람]

외면되어야, 침묵되어야하는 진실은 없다, [드라마] 비밀의 숲
글 입력 2018.07.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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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학기 시험을 마친 버스정류장. 그곳엔, 내가 일했던 학교 신문사에서 발간한 신문이 놓여있었다. 나와 함께 일하던 동기는 국장이 되어있었고, 그가 적은 첫 페이지에는 ‘기자는 진실을 좇는다’라는 이야기가 담아져있었다. 교내 학교 교수들을 상대로 청와대 청원(온라인)이 들어왔다는 제보가 들어오자, 이를 추적하기 위해 진실을 덮으려는 사람들과 끝까지 싸웠던 것이다. 그 기록들을 읽고서 감추려는 진실, 그리고 밝히려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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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밀의 숲>. 검사들과 정치인, 기업인들을 다루는 드라마는 세상에 많다. 하지만, 이 드라마만큼 유기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린 드라마는 아마 없을 거라 장담한다. 한 남자의 죽음, 이 죽음에 잔가지들처럼 엮인 사람들. 진실을 감추려 설계된 숲, 그리고 그 숲에 길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검사, 황치목(조승우). 최근 <비밀의 숲> 극본집을 읽어보면서 스쳐 지나갔던 대사들을 하나씩 곱씹어 보게 되었다. 3년 동안의 집필을 통해 만들어진 대본의 탄탄함,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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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마주할 수 있는 빨간 배경의 흰 글씨의 헤드라인. 그리고 채널만 돌리면 어러 방송사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수많은 강요된 침묵을 거친 이야기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거친 것인가. 누구를 위한 사죄인가. 방에서, 혹은 가게에서. TV나 라디오로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아는 우리들은 그 비밀의 숲에서 행해지는 은밀한 일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 숲속의 사람들 조차 윗물이 흐르는 대로 그렇게 따라흐르다가 어느 곳에 닿는다. 그곳이 바닥인지, 정상인지 알지 못한채.

모두가 만들어진 사람이다. 지방대라는 열등감으로 뭉친 한동재 검사. 그는 끊임없이 높은 자리를 갈망하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범인으로 만든다. 범인을 박경완(죽은 남자의 아들)로 몰아가는 검찰의 물타기에 협조하는 경찰들. 그들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안되는 걸 알면서도 거짓 자백을 받아내려는 괴물이 되었다. 검사의 덕목을 좇던 이창준, 그를 괴물로 만든 건 그저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밥 한끼였다. 그 밥 한 끼가 인맥이 되고, 결국 치부가 되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니까. 되니까 하는거다. 아무도 그들에게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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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브로커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사건들은 모두를 살해 동기가 있는 용의자로 만든다. 그리고 납치 및 상해, 그리고 또 한 번의 살인을 낳는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희생되어 진실에 가까워진다. 침묵. 이런 일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한다. 드라마에서도 이 부분을 나타내는 것이 꽤 현실적이다.

반대로 그 침묵에 맞서 짖어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황치목(조승우)검사와 한여진(배두나)경위. 뿌리까지 썩어버린 부정부패, 기업과 정계에 휘둘리는 공권력에 대해 칼을 빼드는 사람이 없다면, 그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없다면 발 디딜 틈조차 갖지 못할 테니까. 결론적으론 그들에게 칼을 쥐여준 사람조차 공권력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수많은 압박을 걷어내고, 진실을 찾은 그들. 그래도, 대부분의 현실은 침묵이겠지.라고 생각하는 나부터 이 나라, 내가 마주한 현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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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이 극의 주 무대인 만큼, 파란 배경의 하얀 검찰청 모양이 굉장히 화면에 많이 비친다. 본래 대나무를 형상화한 모양이라고 하지만, 이 모양마저 ‘숲’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그 숲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는 진실과 얼만큼 마주하고 있는가? 때론 눈 감고, 모른 척 하진 않았는가. 꼭 정치와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예인들의 이슈기사에 가진 반의 반만큼도 해명기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정거장에서가져온 교내신문은, 우리학교의 절반도 읽지않고 매번 수거된다. 그런 인식부터가 우리를 진실과 멀게 만든다.

우리는 늘 어떤 사람을 손가락질 하지만,
그 한 손가락 외의 다른 네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결국 '나'로부터 이 모든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연 작가가 밝힌 드라마 제작의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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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은 온갖 예술대상 시상식의 대상을 휩쓸었다. 왜 우리 모두에게 고평가를 받게 되었을까? 이 드라마가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가진 작품성이 보여준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진실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 부정부패 앞에서도 개처럼 짖어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 결국 '사람'을 통해 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 이 드라마는, 우리를 향해 그리고 우리나라를 향해 칼자루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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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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