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슬픔으로도 찬란하게 빛나는 삶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7.1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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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밖에 안된 나이에, 전차와의 추돌사고로 온몸이 산산조각 나버린 소녀가 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녀는 전신을 침대에 고정한 채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침대 밑면에 설치된 전신거울을 보며 자기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녀는 화가가 되었다.

위의 그림은 화가 프리다 칼로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렸던 작품이다. 반 통짜리 수박에 과육 빛 물감으로 새겨 넣은 'Viva La Vida'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인데, 평생을 육체적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면서 그녀는 어떻게 만세!를 외칠 수 있었을까.
 

나는 나 자신을 그린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가
나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지만, 신체적 장애는 그녀에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칼로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일어난 충돌사고로 버스 난간의 창살이 그녀의 척추와 골반을 관통했고, 오른발은 짓이겨졌다. 사고 후 프리다 칼로는 4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이 끝난 뒤에도 육체적인 고통은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러나, 그녀는 외로울수록 거울 속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보고, 힘들수록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칼로는 멕시코가 낳은 미술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다. 그녀에게 그는 사랑이자 짐이었으며,기쁨이자 지극한 고통이었다. 칼로는 리베라를 사랑했지만, 결혼 전부터 수많은 여성편력을 가지고 있던 리베라는 결혼 후에도 외도를 멈추지 않았다. 남편 리베라로 인해 칼로는 질투를 넘어 고독과 상실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했으며, 교통사고로 인해 다친 몸은 아이마저 가질 수 없게 되어 그녀를 더욱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는 리베라의 문란한 사생활과 세 번의 유산, 자신의 뛰어난 작품세계에도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현실에서 여성으로서 겪은 고통을 열정적인 예술 활동으로 극복하려 했다. 그녀가 보여준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은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여 20세기 페미니즘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다. 또한 프리다는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 거의 누워서 지내야 했을 때에도 사회적인 관심을 거두지 않았으며, 그녀가 그린 꽃은 식민지 독재에 시달리던 남미 해방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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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짙은 일자 눈썹의 여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치열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을 대변하듯 그녀의 눈동자는 삶에 대한 의지로 반짝이고 있다. 죽을 때까지 운명과 치열하게 싸웠던 프리다의 모습은 나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 주었고, 고통 속에서 반짝였던 그녀의 삶은 문득 찾아오는 우울과 슬픔에 무너져 버리는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그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Viva La Vida'.

콜드플레이의 리드보컬인 크리스 마틴이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인 'Viva La Vida'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질 것 같을 때
이 노래를 부르세요.
노래는 정의의 힘을 발휘합니다"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아 세상에 진 것 같을 때, 이 노래를 들어보자. 그리고 외치자. 인생이여 만세!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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