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프레디 캠프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글 입력 2018.07.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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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의 연주회를 다녀왔다. 피아노 공연을 가 본 적도 손에 꼽지만, 그중에서도 이런 소규모 공연은 처음이었다. 아이들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성인들이었는데, 모두 비전공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각자 한 곡씩 연주를 마쳤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마다 모두 피아노를 치는 소리가 달랐다는 것이다. 그랜드 피아노 바로 앞에서 연주를 들으니, 울림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졌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의 표정과 태도, 손가락 힘, 몸의 움직임 등 모두 다른 요소가 모여 그 순간 고유한 곡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에게 피아노란 낯설고도 가까운 존재이다. 나는 8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약 8년을 쳤지만, 지금은 거의 한 곡도 제대로 외워서 연주하지 못할 정도로 잊어버렸다. 친구의 공연을 보기 전에는, 내가 그 전에 어떤 곡을 어떤 기분으로 쳤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피아노 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피아노를 치는 나는 어땠지?”를 돌이켜 보면, 공책에 연습 횟수를 체크하고, 일주일에 한 번 레슨을 받는 것과 같은 루틴이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나 친구의 연주회로 인해, 나는 피아노 곡 자체보다는 그것을 치는 사람에 주목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데도 이제야 깨달은 이유는 학원에 가득했던 ‘바이엘’ ‘체르니’ ‘소나타’ ‘모차르트’ ‘베토벤’ 책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나에게 피아노는 예술이라기보다는 공부에 가까웠다. 크레센도는 점점 강하게, 그 시절의 나는 셈여림표와 같은 지식을 알고는 있었지만 감정을 담아 칠 줄은 몰랐다. 그렇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8년의 연습을 마치고 난 뒤, 다시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를 우연히 만난 것이다. 

이처럼 ‘피아노’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된 요즘, 마침 세계적인 거장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에게 더욱 주목하게 되었는데, 마침 한 인터뷰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처음 프레디 캠프에 대한 나의 감상은 (어폐가 좀 있지만) ‘평범한 천재’였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접하고 많은 콩쿨에서 상을 휩쓸며 이제는 지휘까지 가능할 정도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 왔다는 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취미로 스포츠와 언어를 꼽은 그가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겨울에는 무려 24일 동안 스키를 탔다고 한다. 언어를 배우는 그의 태도 또한 평범하지 않은데,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일본어에 능숙하고 그 외 한국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들도 조금씩 알고 있다고 한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것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피아니스트들에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카푸스틴과 쇼팽, 라흐마니노프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피아니스트들의 에튀드를 한 자리에서 연주한다는 사실도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느꼈다.

에튀드는 원래 연습곡으로 번역되는데, 테크닉뿐만 아니라 예술성까지도 갖춘 곡을 의미한다.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하나의 장르로서 쇼팽, 드뷔시 등의 뛰어난 작곡가들 또한 많은 에튀드를 썼다. 이번 프로그램은 쇼팽, 라흐마니노프, 카푸스틴 세 명의 피아니스트들의 에튀드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친숙하면서도 제일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쇼팽의 에튀드는 그 난이도를 소화하는 피아니스트의 테크닉과 역량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라흐마니노프 에튀드에 대해서는, 캠프가 ‘음악 안에 모든 것이 제시되어 있다’고 언급한 만큼 곡의 정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리스트 중 가장 좋다고 느꼈던 것은 카푸스틴의 40번 에튀드였는데, 프레디 캠프는 재즈 성향이 짙은 그의 곡에 대해 즉흥 연주가 아니지만 즉흥처럼 들리는 기술적 훌륭함을 칭찬한다. 확실히 많이 들었던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와는 다른 새로운 매력이 느껴져 프레디 캠프의 해석이 가장 기대되는 곡이다. 이 공연이 새로운 경험과 더불어 나의 시야를 더욱 넓혀주기를 기대해 본다.



공연 상세


1. 일시 및 장소
2018년 7월 22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 프로그램 
N.Kapustin : 8 Concert Etudes for Piano Op.40 (1,7,8)
F.Chopin : Etudes Op.10
S.Rachmaninov : Etudes-Tableaux Op.39

3. 주     최 : ㈜봄아트프로젝트
4. 티     켓 : R석 8만원 / S석 6만원 / A석 4만원
5. 공연 문의 : ㈜봄아트프로젝트 / 02-73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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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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