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페미니즘 연극제 [공연]

글 입력 2018.07.10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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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2018.6.20 ~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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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성평등주의이다. 페미니스트는 성평등주의자다.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 사회로 지내왔다. 그리고 여자는 자연스레 평가의 대상이 되고 전리품처럼 여겨져 왔다. 불평등한 사회에게 '여자도 남자처럼 같은 사람으로써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다. 불편한 사회부터 먼저 인식해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가능해진다. 하지만 '프로 불편러'로 쓸데없이 시비거는 존재로만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그게 아쉽다. 이유 없는 것은 없는데..

'미러링'이라는 방식이 화두가 되는 건 어그로를 끌기 때문이다. 반대로 맞받아치면서 이상함을 느끼는 것. 이런 방법이 없더라도 이해하기 위해선 '상상력'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 본 <거꾸로 가는 남자> 영화를 보고 더 많이 느꼈다. 남녀가 바뀐 사회. 상상할 수 있는가? 나도 요즘 남자와 여자를 바꿔서 보는 노력을 한다. 그럼 사회가 더 이상하게 보인다. 평소 하는 상상을 조금 소개하겠다. 극히 일부분.

사회에서 돈을 벌고 구성하는 사람의 성별은 반 이상이 다 여자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결혼하면 경단남 (경력단절남)자가 되어버린다. 남자는 여자들이 데이트폭력 할까봐 두렵다. 살인사건이나 폭력, 불법촬영 등 범죄 가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피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은 거의 다 여자다. 남자는 기껏해야 주인공을 빛내주는 존재 정도. 반대로 남성영화는 로맨스가 주류이다. 남자의 액션은 흔치않고 드물다. 뉴스에서는 젊고 잘생긴 남자와 나이든 노년의 여자가 방송을 한다. 기상캐스터는 딱 붙는 옷을 입고 몸매 라인을 드러내는 젊고 잘생긴 남자이다.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들은 대부분 남자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미소를 짓고 제품을 보여준다. 미백, 주름개선, 다이어트 식품 등은 전부 남자들을 위한 것이다. 남자들은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남성스럽게'보이려고 노력하며 '여자답다'는 말은 상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여자들은 '남자답다'는 말에 수치심을 느낀다.

나는 여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겪고 보는 현상을 남자로만 바꿔보았다. 나는 다이어트를 이제 하지 않는다. 전에는 할 생각이 없어도 말로는 항상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습관처럼 얘기했다. 왜냐하면 난 붙는 옷을 좋아하고 그게 내 취향이었으니까. 그런데 성별 바꾼 상상을 해보니까 이상했다. 보통 남자들은 이렇게까지 강박적으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 뱃살 나오면 좀 나온갑다 하지. 내가 복근이 필수적인가? 그럼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아, 내가 입는 옷이 다 붙는 옷이라서 그렇구나. 옷들이 다 헐렁하지도 않고 불편하고 사이즈도 작게 나오고 프리사이즈도 겨우 나한테 맞는 옷이었다. 불편한 옷들 때문이었구나. 그럼 내 몸을 바꾸는게 아니라 옷을 바꿔야겠다. 그래서 다이어트 강박을 내려놓고 좀 편해졌다.

그러니 화장도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화장을 안하는데? 왜 여자들만 화장하고 '예의'라고 운운하는 거지? 사회가 전부 여자는 화장하는 것이 디폴트 값이었구나. 내가 남자라면 화장 안했을걸? 피부도 안좋아지고, 관리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데 왜 굳이? 완전히 다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왠만하면 잘 안하려고 한다. 이걸 깨닫고 난 순간부터. 안경끼는게 어때서 그렇지? 남자는 안경 많이 끼는데 여자인 나는 왜 불편하게 눈아프게 렌즈를 무리해서라도 끼고 있는 거지?

'내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라고 한다. 내게도 그렇다. 하지만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꼰대라고 느꼈던 불편한 일들은 대부분 '맨스플레인'이었다. 불편한 사회를 깨달았으니까. 내가 불편했던 건 사회 구조 속의 무력함이었다. 이걸 알게 되니 내가 좀 더 편해졌다. 나서지는 않아도, 내가 인지하고 느껴서 행동으로 하면, 그래도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사회는 작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내가 많이 느끼고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거꾸로 가는 남자> 영화에서 나온다. 주인공 남자가, 여성중심사회에서 친구는 경력단절남이 되고, 자신이 화내는 건 그저 '투정'으로만 취급하며, 남자들은 대부분 집안일을 하고, 캣콜링이 일상이고, 여자들은 당당하고 편하게 지내는 사회에서. 여자 상사에게 항의를 한다. 그러나 여자 상사와 동료는 뒤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걔는 무슨 남성주의자인가? 남성연대에 들었어? 남자처럼 그러는거, 몰라서 그러는 거지. 나중엔 알게 될거야' 웃으면서 가십처럼 얘기하고 지나간다. 나중에는 주인공 남자가, 다른 남자 동료들과 함께 여자 가슴 모형을 달고 '남성을 차별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다.

이 장면이 우스워보이는 이유는 뭘까? 왜 남자는 여자를 따라하면 우스꽝스러워보이는 걸까? 그 이면엔 어떤 의식과 인식이 박혀있는가? 바뀐 세상 속 '남성연대의 시위'와 현재 '여성연대 시위' 장면이 오버랩된다. 어떤 걸 느끼는가?

당연한 사회를 바꾸는 건 프로 불편러고 예민한 사람들이다.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서프러제트처럼 외치다보면 결국 여자도 참정권을 얻을 수 있겠지. 그리고 경력단절녀가 생기지 않고, 취업도 동등하게, 임금도 동등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혼하면 인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동등하게. 남자도 같이 육아휴직을 쓰고, 가부장적이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기를 꿈꾼다. 아빠성 엄마성도 고를 수 있게 되고. 범죄도 남녀 다르게 처벌하지 않고, 동등하게. 같은 위치에 설 수 있기를.

이를 행동으로 나서는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응원한다. 연극은 역할극이고, 또 생동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어렵지 않다. 물론 페미니스트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페미니즘이 존재하지만, 어찌됐든 인권운동과 같이 여자는 남자와 평등하다일 뿐이다. 너무 와닿지 않는 문구라면 연극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스토리로써 배우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양한 극을 보면서. 일단 '젠더감수성'으로 같이 '불편한 사회'를 느껴보면, '아 이래서 그랬구나'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럼 어떻게 해결할까?'라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성평등한 사회를 꿈꾼다.

 

▶기획노트


▷동시대 가장 핫한 키워드 ‘페미니즘’

2016-2017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페미니즘”이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차별받았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에도 ‘넥슨 성우 교체 사건’,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이어지며 여성들의 분노는 계속됐다. 이러한 흐름은 페미니즘 도서 열풍을 불러왔으며, 여성들이 그동안 당했던 차별과 폭력에 대한 경험을 고발하는 미투운동으로 이어졌다.
  

▷ 연극계에 페미니즘이란?

아주 오래전부터 연극계에는 남성중심 서사에 대한 문제제기(연극에서 폭력적으로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문제제기), 연극계 내 젠더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 페미니즘 연극의 부활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있어왔다. 미투운동 이후 연극계 내 위계문제, 성폭력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확산되었다. 연극계의 의식이 성장하고 있고 젠더 이슈 뿐 아니라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의식의 차원이 많이 고양되었으나 페미니즘 연극들의 성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2018년에는 연극계에 ‘페미니즘’이라는 커다란 발자국을 세기고자 한다. <페미니즘 연극제>가 그 첫발이 될 것이다.
  

▷연극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다

지난 몇 년간, 비록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페미니즘 연극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었다. 이 작품들을 제작하고 또 지켜보면서, 연극계 내부의 성평등에 관한 희망이 생겼다. 그렇지만 페미니즘 연극의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2004년엔 2-30대 젊은 연극인들이 젠더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을 했었고, 2009년엔 오프대학로페스티벌에서 페미니즘을 주제로 공연했지만 모두 단발성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의 고민들은 왜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했을까? 다시 돋아난 페미니즘 연극의 싹을 지키기 위해, 나무가 되고 숲이 될 때까지 키워나가기 위해 ‘페미니즘 연극제’를 시작한다. 성평등이 너무나 당연해져 페미니즘이 필요 없을 때 까지, ‘페미니즘’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그 날 까지 페미니즘을 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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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작 소개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 페미니스트극작가모임 호랑이기운

'지옥'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가 자꾸만 망설여진다. 그런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평범한 한국남성으로 성장해 온 남자친구 '재림'을 자꾸만 탓하게 된다. 작품은 지옥과 재림의 드라마를 중심으로, 연극계 미투 운동 이 후 그 전과 다른 태도로 살아보려 고군분투중인 '배우 경지은'의 이야기를 담는다. 과연 그들은 이번생에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조건만남 / 기억이란 사랑보다> 극단애인

소수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차이'에 주목한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가능할까?
[조건만남] 장애여성 희윤은 섹스를 하기위해 성판매 남성 경민을 모텔로 부른다. 경민은 장애인과 섹스를 하기 싫어 핑계를 대기 시작하는데..
[기억이란 사랑보다] 시골 마을에서 도장가게를 하는 영숙에게 어느 날 버스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며 손님이 찾아온다. 그는 혼인신고할 때 쓸 도장을 파달라는데…

▷ <무례한 미아의 이동좌담회> 무아미아 

무례: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음. 
미아: 서울특별시 강북구 미아동, 집이나 길을 잃은 아이, 美兒. 
이동: 움직여 옮김, 또는 움직여 자리를 바꿈. 
좌담회: 어떤 주제에 대하여 몇 명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모임. 
세상의 곁을 지나던 우리는 걷고 쉬고 보고 들으며 세계 안으로 진입할 예정. 세상 모든 무례함이 나를 페미니스트로 만듦. 세상 모든 무례함이 나(너)에게는 페미니즘. 모든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난항 중, 우리는 늘 0에서 1사이. 무아+미아

▷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여기는 당연히, 극장

2016년 초연 시 이 공연의 제목은 극장의 이름인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였다. 그 당시 배우 이리가 거주하던 옥탑방은 아주 작고 열악한 소극장과 만났다. 그곳에서 이리는 홀로 거주하는 여성의 삶 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불안정함과 가난함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그 사이 배우 이리는 캐리어를 끌고 두 번의 이사를 거친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거주지와 자신이 설 무대를 찾고 있는 이리. 이제 이리는 일본 요코하마의 뱅크 아트 가와마타홀을 거쳐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 캐리어를 끌고 도착한다. 연기도 오퍼레이팅도, 자신에 대한 홍보도 홀로 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환희, 물집, 화상> 프로덕션 IDA+ 극단 기일게

일? 가정? 페미니즘? 세대를 관통하는 여성 경험의 독특성을 상당히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대학원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여성. 학자로서 커리어를 쌓고 유명해진 캐서린과 가정을 이루고 전업 주부로 살고 있는 그웬. 이들이 중년기에 들어서 채워지지 않은 정반대의 욕구를 발견하며 위험한 자리 바꾸기 게임을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반짝이는 유머감각과 매서운 통찰력을 가지고 20세기 페미니즘 이론의 뒤를 밟으며 성역할의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노라이즘> 극단 불한당

은행장이 될 진규는 자신의 아내 노라를 최고의 현모양처를 찾는 TV프로그램에 신청한다. 노라가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생활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사람들은 노라의 모습을 보며 현모양처로서의 자격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노라는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현모양처가 될 수 있을까? 현 시대를 담은 <노라이즘>을 관람하며 관객들이 노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각자의 인형의 집에서 스스로 박차고 나오길 바란다. 
  

▷ <이방연애> 창작집단3355 

내가 담겨 있던 그 방과 내가 몸담고 있던 연애에 관해, 퀴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연극. 
일 년 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처음 공연한 <이방연애>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세상에 나왔다. 여름이었고 1인극이었고 관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월드컵경기장 한 쪽 구석으로 우리를 찾아와서 움직이는 무대가 되어주었다. 이제 다시 일 년이 지났고 여름이고 세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내가 어떤 방에 살고 있을 때 어떤 연애를 했었는지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여기 세 명의 퀴어 예술가들이 말하려고 한다. 이건 수많은 ‘나’들의 이야기이다.
  

▷ 바람컴퍼니

타인의 외모에 대해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그 말은 또 자신에게 어떻게 돌아오는가. 외모에 대한 칭찬, 농담, 비하, 지적 그리고 선의를 가장한 조언까지 우리는 외모를 평가하는 말들에 노출되어 있다. 의식하지 않고 발화한 언어들은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강화하고, 개인의 내면에 새겨진다.
포스트잇 액션을 통해 우리를 둘러 싼 외모에 대한 말들을 드러내고, 그 말하기를 멈추게 하자! 
 

▷ <아담스 미스 Adam's Miss> 우주마인드프로젝트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지배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경쟁과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가부장적인 세상.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폭력. 경제력이 권력이 되고 권력이 폭력이 되는 현실 앞에서는 누구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폭력적인 사회구조를 설계한 자는 과연 누구일까? <아담스 미스(Adam's Miss)>는 무한 경쟁사회를 살아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지켜야 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유쾌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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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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