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네이마르'가 자멸했다고? [스포츠]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글 입력 2018.07.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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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벨기에, 잉글랜드, 크로아티아.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에 오른 팀들이다. 얼핏 보면 러시아 월드컵이 아닌 유로 2018처럼 보인다. 그 정도로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 팀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독일 제외) 반면,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비롯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의 강호들은 모두 유럽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세 팀 모두 탈락한 4강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이며 12년 만에 남미 팀 없는 4강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브라질과 명실상부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는 많은 대중과 언론의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탈락한 것도 서러운데 말이다.

'축구 황제' 펠레를 시작으로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카를로스, 카카 등 축구 역사에 획을 그은 수많은 축구 인재를 배출한 나라. 1958, 1962, 1970, 1994, 2002 월드컵을 우승한 삼바 축구의 나라. 그런 브라질의 8강 탈락에 많은 관심이 모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나, 그 중에서도 필자를 불편하게 한 것은 <네이마르,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자멸했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 링크)

"네이마르는 4년 전 브라질의 몰락을 멀찍이서 봐야 하는 신세였으나, 이번엔 달랐다. 오히려 더 나빴다. 네이마르 스스로 브라질을 어두운 구덩이 속에 차 넣었다."

기사의 첫 문장이다. 시작부터 브라질 탈락의 원인을 네이마르의 부진에서 찾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두 가지는 첫 째, '네이마르가 실제로 부진했는가?' 이며 둘 째, '팀의 부진을 개인에게서 찾는 시선은 옳은 것인가?' 이다.

첫 번째 의문점. 네이마르는 부진했나? 브라질과 벨기에의 8강전에서 네이마르는 적어도 두 차례의 결정적인 패스를 동료에게 내주며 벨기에를 위협했다. 후반 32분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피르미누에게 찔러준 패스가 그러했고, 후반 38분 쿠티뉴에게 내 준 완벽한 찬스가 그것이었다. 안타깝게도 피르미누와 쿠티뉴는 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패스가 통하지 않자 후반 추가시간 3분에는 더글라스 코스타의 패스를 받아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쿠르투아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이 아니었다면 네이마르는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며 축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은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집어넣어 승리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공세 속에서도 벨기에의 수비에 막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던 브라질의 공격진 중에서, 네이마르는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벨기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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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던 치치 감독은 네이마르가 브라질의 왕이라는 걸 부인하지 않고 철저하게 네이마르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 명의 주인공만을 위한 각본을 쓴 브라질. 그러나 4년에 걸친 준비에도 그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했다. 아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처럼 팀이 아니라 에이스 한 명이 주목받았던 팀들의 성적을 살펴보자. '메시'만 주목했던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에 막혀 16강에서 탈락했고, '호날두'의, '호날두'에 의한, '호날두'를 위한 팀 포르투갈은 우루과이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팀 전술과 조직적인 움직임이 발달한 현대축구에서 원맨팀은 성공할 수 없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그랬듯이 단 한 명의 선수가 월드컵 전체와 맞먹었던 시대는 30년 전에나 가능했다. 앞으로는 나오지 않을 신화일지도 모른다.

반면, 벨기에는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호쾌한 중거리 슛으로 쐐기골을 넣은 케빈 데 브라위너, 압도적인 피지컬과 스피드로 벨기에의 역습을 이끈 로멜루 루카쿠, 활발한 활동량으로 브라질을 위협한 에당 아자르 등 모두가 제 몫을 다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 음바페의 폭발적인 경기력 뒤에는 폴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가 이끄는 강력한 중원과 지루, 그리즈만의 위협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6골을 넣으며 28년 만의 잉글랜드 4강 진출을 이끈 해리 케인. 잉글랜드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케인이 얼마나 동료들을 잘 활용하며 자신의 존재감만으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드는 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축구는 11명이 함께 뛰는 팀 스포츠라는 간단한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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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에 오른 선수들은 최고의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관객 여러분은 어떤 무대를 보고 싶은가. 한 명의 주인공이 10개의 소품을 활용하는 1인 극이 좋은가. 11명의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통통 튀는 매력을 뽐내는 극이 좋은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끝났고, 국민들은 다시 4년을 기다리며 2002년의 신화를 꿈꿀 것이다. 우리는 멕시코와의 조별 예선이 끝난 후 박지성 해설위원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보이는 것만 바꿔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의 어두운 것들을 얼마나 털어내고, 벽을 깨부수고 앞으로 나가기를 원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팀 전체의 부진을 선수 한 명의 탓으로 돌리는 시선은 협회나 전체 시스템의 부조리를 개인이나 한 집단의 문제로 보는 것만큼 순진하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축구 팬이라면, 한국 축구의 발전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축구 발전을 위한 팀으로 함께 뛰어야 할 때다. 저 유명한 알렉스 퍼거슨 경도 말하지 않았던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백광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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