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두 개의 심장'의 합리화 - [영화] 브루클린

글 입력 2018.06.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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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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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트시그널이 큰 인기를 끌며 종영을 했다. 김현우라는 일반인이 주목을 받으며, 오영주와 임현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의 심장이 뛰는 임현주를 최종 선택하며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때렸다. 방영 이후, 사람들은 그의 SNS계정에 들어가 댓글로 온갖 악플을 쏟아냈다. 어떻게 오영주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했으면서, 마지막엔 임현주를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나도 그 말에 공감했다. 방송으로 보여진 김현우의 시그널은 오영주를 향했다고 믿었으며, 나도 오영주가 김현우의 마음을 자꾸 시험에 드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고 허탈함까지 안겼다. 그의 SNS에는 박지성인 줄, 두 개의 심장이세요?라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두 개의 심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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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클린>의 영상 하단에도 역시, 여자가 X년이네, 두 개의 심장임?, 바람피우는 거 미화했네라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 난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댓글을 보는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주인공 에일리스의 감정선은 굉장히 투박해보이지만, 묵직하게 그려져있다. 물론 결말만 따지고 보면, 너무나 갑작스럽기에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적어도 그녀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본다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갖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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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아일랜드에서 잡화점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던 에일리스가 언니의 도움을 받아 뉴욕, 브루클린에 살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일랜드로 가는 그녀의 여정 역시 힘들었다. 이방인들 사이에 섞였고, 화장실도 제대로 쓸 수 없었으며, 양고기 스튜를 의도치 않게 먹기도 했다. 그녀는 혼자였다. 혼자 모든 걸 버텨야했으며, 브루클린에 도착해서도 그녀는 혼자였다. 고급 백화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늘 힘들어했다. 엄마와 언니가 보고 싶었고, 향수병은 날로 극심해져갔다.
 
초록색의 에메랄드 빛을 하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눈물이 흐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향수병을 겪었던 나로서도 이해가 되었다. 누구에겐 내가 있는 곳이 타지이지만, 누구에겐 현지이다. 지금 있는 곳이 나에겐 미친 듯이 괴로워도, 집처럼 정말 잘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초라해지고 울컥하게 된다. 그녀가 교회 봉사를 하러 갔을 당시, 현지 할아버지의 노래 한 소절을 듣게 된다.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면서 얼마나 그녀가 괴로운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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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녀가, 파티장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이탈리아인 토니였다. 늘 허한 마음을 가지고, 혼자 살아왔던 에릴리스는 그를 마음에 품게 되고, 그 역시 에일리스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밤늦게 야간학교를 다닌 그녀를 응원하고, 백화점 일이 끝날 때 쯤 늘 그녀 앞에 있어준다. 의지할 곳도 없던 그녀는 그에게 마음을 연 이후,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위트. 여러면에서 성장한다.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 대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물론, 그가 가르친 것은 아니지만 그를 통해 그녀는 확실히 뉴욕, 브루클린에서 성장하게 된다.

사랑을 통해 그녀는 성장했고, 그와 함께 행복한 날을 보낸다. 하지만 갑자기 아일랜드에서 날라온 언니의 부고. 토니는 그녀가 아일랜드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결국 둘은 결혼을 하고 헤어지게 된다. 아일랜드로 돌아간 그녀. 그녀가 결혼했을 것이라 꿈에도 몰랐던 엄마와 친구는,  곧 혼자 살게 될 짐 패럴을 그녀에게 소개시켜준다. 아일랜드가 그녀에 주는 안정감, 가족이 주는 평온함, 그녀에게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그. 그녀 역시 그에게 끌리게 되고, 브루클린에서 온 토니의 편지를 읽지 않고 서랍에 보관만 하고 둔다.
 
여기서 그녀를 두개의 심장이라고,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독한 향수병을 겪었던 그녀가 집이 주는 그 굳건함과 평온함을 쉽게 이길 수 있을까? 이곳에서 언니를 잃은 엄마와 함꼐 살면서, 회계 일을 하면서 산다면 정해진 미래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뉴욕으로 돌아간다면 불안정한 미래를 그려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해가 갔다. 고민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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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녀가 처음 잡화점에서 벗어나 브루클린을 선택했듯, 다시 그곳에 돌아가서 토니를 선택한 것 또한 이해되어야 할 선택이다. 끊임없이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에 대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 있는 자리에서 그칠 것이다. 그녀가 뉴욕에서 아일랜드로 돌아왔을 때의 모습을 보면, 영화 초반 주눅 든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당당하고 멋스럽고 자신감있게 변화되었다. 과연 그녀가 브루클린행을 택하지 않고 아일랜드에만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그녀가 짐 패럴 대신 피터를 선택한 것도 또 다른 변화를 겪기 위한 도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 온갖 것들이 낯선 곳. 마음은 공허함으로 텅 빈 상태에서 내 마음을 두드리는 사람과, 마음이 충분히 채워졌을 때 내 마음의 문을 열려고 두드리는 사람은 다르다. 그래서 그녀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며, 충분히 정당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앞선 하트시그널에서도, 마지막 김현우의 인터뷰를 보고 그의 선택 또한 존중받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나이 때문에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이 정답이며 그럴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는 불확실한 ‘설레는’연애에 도전한다. 그 선택이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 불확실한 선택들을 통해 우리는 성장할 수 있음을. 이 영화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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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태양이 뜰 거에요
그러다 당신의 과거와 아무 관련도 없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에요..

바로 알아차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희미하게 다가와요.

오로지 당신만의 사람을,
그럼 깨닫게 되겠죠.

거기가 당신의 인생이 있는 곳이라는 걸.



[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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